손잡은 이상득·박근혜 수렴청정설 내막


한나라당 양대 계파의 기둥,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자리를 함께 한다. 이 자리에는 당 지도부는 물론 다른 중진들도 참석하지만 이들의 만남보다 의미가 깊지는 않다. 두 기둥의 만남으로 당 내 화합이 이뤄지느냐 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내는 더 복잡하다. 각 계파의 수장들이 모인만큼 이 자리에서 현안에 대한 해결 방안이 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는 친박계에 속한 중진들과 참석, 발언력을 높일 것으로 보이며 친이계도 주류를 중심으로 구성된 최고위원회와 힘을 모을 수 있다. 즉, 작은 여의도가 연석회의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그만큼 연석회의의 파급효과는 대단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연석회의를 두고 ‘수렴청정’이라며 우려를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두 수장의 만남, 여의도가 긴장하고 있다.


최고·중진 연석회의 부활…계파 최고선수들 맞붙는다
친이·친박 '갈등' 보다 ‘이해’ 유력…막후 영향력 최고

한나라당이 매주 수요일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당내 중진의원들의 각종 현안에 대한 중지를 모으고 지혜를 모으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히며 “연석회의는 의결기구는 아니고 좌담회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의도의 생각은 다르다. 한나라당 지도부 9명, 4선 이상 중진의원 13명 등 22명의 참석자와 비서실장을 포함한 3명의 배석자가 함께 할 이 좌담회에서 당의 운명을 가를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계파 대표 선수 입장

당초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는 당헌·당규에는 없는 회의다. 박근혜 대표 시절 중진들의 의견을 듣고자 만든 자리로 2004년 전당대회 이후에 시작해서 2008년 초기까지 계속돼 왔다.

참석자들은 당 지도부와 4선 이상의 중진. 당 내 최고의 영향력을 가진 이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참석자들의 면면도 낯이 익다. 우선 당 지도부로 박희태 대표 최고위원과 정몽준·허태열·공성진·박순자·송광호·박재순 최고위원,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참석한다. 또한 박근혜 전 대표(4선), 이상득(6선)·홍사덕(6선)·김무성(4선) 의원 등 4선 이상 중진 의원 13명이 참석, 총 22명이 자리를 함께 한다.

박 전 대표가 “참석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도 “안 나갈 이유가 없다”고 참석 방침을 밝힘에 따라 대군과 대원군의 만남이 이뤄지게 됐다.

당 주류에 살짝 기가 눌린 친박계지만 이번 연석회의에는 홍사덕·김무성 의원 등 친박계 좌장들이 포진, 박 전 대표에 힘을 실어 줄 수 있게 됐다. 이 자리를 빌려 박 전 대표의 의견이 표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이 전 부의장도 그동안 ‘움츠려’ 있었다. ‘정두언의 난’ 등 견제로 인해 앞에서 말하지 못했다. 이번 기회로 당 내 어른 역할을 제대로 한다고 하면 그의 영향력도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양대 산맥이 만나는 만큼 현안에 대한 당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 자리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 내 실세들이 참석하는 만큼 각종 현안에 이들의 의견이 당론에 배제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미 ‘수렴청정설’을 들고 나온다.

여권 한 관계자는 “움직이지 않을 때도 당을 흔들 수 있던 이들이 전면으로 나섰으니 ‘깨지거나’ ‘손을 잡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진들의 모임인만큼 ‘깨자고’ 덤비지는 않을 것”이라며 “의견을 최대한 조율해 ‘합의점’을 이끌어 낼 경우 당이 이들의 논의대로 흘러갈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단 훈풍으로 간다

실제 이 자리는 자연스러운 화합의 자리가 될 것이라는 게 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급수 높은’ 중진들의 모임인만큼 ‘공격’보다는 ‘이해’가 우선 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당 지도부와 함께 친이계를 다독일 수 있는 이 전 부의장과 친박계를 움직이는 박 전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돌출’ 행동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전 부의장이 지난 대선후보 당 경선에서도 이 대통령에게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을 요구하는 등 위태로웠던 관계를 대화로 푼 인물이라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굳히게 한다.

박 전 대표에게도 정권 초 흔들기는 후일 독밖에 되지 않는다. 적당한 견제는 그의 ‘원칙’을 살려줄 수 있으나 심하면 그 칼날이 자신에게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상호견제 속에 ‘이해타산’을 따지며 적당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여의도에 ‘수렴청정설’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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