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명개정 또 무산... 역풍맞은 朴대표

박 대표,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한나라당은 지도부의 당명개정 시도가 일단 무산되면서 `도로 한나라당'이 됐다. 박근혜 대표는 의원연찬회 이틀째인 4일 표결의지까지 내보이면서 당명개정을 관철시키려 했으나, 다수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나라당이 1박2일간 당 정체성과 노선, 당명개정, 3대입법 관련 당론을 결정하는 자리에서 어느것 하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親박 대 反박' 입장 차만을 확인하고 연찬회를 마무리했다. 당의 노선을‘개혁적 보수’로 규정하고. 당의 이념으론 ‘공동체 자유주의’를 추구하기로 했다. 특히 박근혜 대표는‘과거사 관련 당과 당원이 부담된다면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과거사 문제에 대한 배수의 진을 치기도 했다. ◆ 다수 의원 반대에 "당명개정 표결제안 취소" 박 대표는 이날 연찬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당명개정은 작년 8월 구례연찬회 의 결정사항"이라고 전제한뒤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면서 연기할 당위성이 있느냐"며 4.30 재.보선 일정 등을 감안해 5월말 당명개정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당명개정에 반대하는 박 진 의원은 "내실을 기하고 콘텐츠를 바꾸는 것이 당명 개정의 전제 조건인데 왜 갑자기 5월이라는 시기를 정해 표결하자는 것인지 이해가 안간다"고 반발했다. 김문수 의원도 "당명은 당헌 제1조이고 당헌을 바꾸려면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강하게 제동을 걸었다. 이성권 의원은 "이러니까 박 대표가 `오기정치'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반면 박종근 의원은 "당명문제를 무한정 끌고가는 것은 잘못인 만큼 개정 여부에 대한 기본 방침을 정 하는게 어떠냐"고 박 대표의 표결제안에 힘을 실었다. 이강두 최고위원도 "당명개정은 지난해 구례 연찬회에서 결의된 사항"이라고 측면사격에 나섰다. 찬반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회의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당 지도부는 점심식사를 이유로 정회를 선언뒤 별도의 대책회의를 가졌다. 표결제안을 했던 박근혜 대표는 의원들의 반대가 쏟아지자 지도부 회의 끝에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결론을 내야 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의원들께서 표결을 부담스럽게 생각하니 표결은 안하는 것으로 결론내겠다"고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 “이념 옮겨놓고 행동 안하면 뭐하나” 연찬회를 마친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뭐하러 충북 제천까지 와 밤늦게까지 토론했는지 모르겠다. 한나라당은 대학에 들어가겠다는 생각만 있지 책은 들지 않는 3수생 같다”고 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중구난방처럼 비치기도 했지만 의원들이 생각과 공감대를 넓힐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번 기회를 당 쇄신과‘2기 박근혜 체제’의 착근 계기로 삼으려던 박대표는‘혹’을 달았다는 게 중평이다. 연찬회 마무리 발언을 통해 대국민 약속임을 이유로 “5월에 당명을 고치자. 표결로 결정하자”고 느닷없이 제의했다가 물러섰기 때문이다. “대표의 오기 정치” “일방적 결정 아니냐”는 반발이 워낙 거셌던 것이다. 박대표의‘결단’은 일부에서 대표 사퇴, 조기 전당대회, 당권·대권 분리 요구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계속 끌려다니게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결과적으론 정치적 입지만 좁아지게 됐다. 당내에선 연찬회가 불씨가 돼 박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온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로 박대표 공격에 앞장 섰던, 소장파 중심의 ‘새정치수요모임’과 재·3선이 주축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연대 움직임까지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박대표 불가론자’는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경직된 박대표로는 재집권이 어렵다’고 대체로 생각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 뒤에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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