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미국산 쇠고기 첫 시판하던 날

▲ 7월2일 오후 2시. 미국산 쇠고기를 팔고 있는 서울 시흥동 A사 직영 정육점. 일부 시민단체 회원 10여명이 몰려와 판매 중지를 요구하는 등 항의가 계속되자 잠시 문을 닫은 상태.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쇠고기 수입 찬반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 육류 수입회사들이 미 쇠고기 판매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 쇠고기 안정성 논란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실제 미 쇠고기 판매현장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판매를 중단시키기 위해 시위대가 방문하는가 하면 지방에서 미 쇠고기를 사기 위해 찾아오는 소비자까지 다양하다. 찬반이 엇갈리는 미 쇠고기 판매현장을 <시사신문>이 방문해 봤다.


미 쇠고기 판매 소식 소비자들 문전성시 “값싼 고기 맘껏 먹자”
시민단체·인근 주민 “가난한 동네 말고 청와대부터 팔아라”

현재 미국산 쇠고기 판매에 적극적으로 의지를 보이는 곳은 한국수입육협회 임시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수입육 판매업체 A사다. 기자가 지난 7월2일 방문한 서울 시흥동에 위치한 A사 직영 정육점에서 이틀째 시범적으로 미 쇠고기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 물량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물량이 아닌 지난해 10월 검역을 중단하기 이전에 수입해둔 재고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냐”며 사고자 하는 사람과 “판매 중단하라”며 항의하는 시민들로 좁은 골목길은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2시께 광우병감시단네트워크 등 시민단체 회원 10여 명이 판매 중지 항의로 한때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미 쇠고기 안 들어와서 못 먹었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미 쇠고기 구입을 위해 A사 직영 정육점을 찾는 소비자도 적지 않았다. 내부에는 쇠고기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고 길 가는 주민들은 걱정 반 우려 반의 시선으로 바라 봤다.

세간의 우려에도 쇠고기를 구입하는 이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A사에서 막 쇠고기를 구입한 하남진씨(72·남)를 만나봤다. 그는 “군자동에서 신문보고 묻고 물어 한 시간 반 동안 버스 타고 왔다”며 미 쇠고기 알등심과 국거리를 5만원 어치 샀다. 위험하다고 생가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도리어 “전혀 문제없다. 그동안 이 좋은 고기, 안 들어와서 못 먹었다”고 밝혔을 정도. 그는 귀가 후 손자와 쇠고기를 먹을 계획이라고 한다.

▲ 적막감이 감도는 협진정육부산물도매시장
또 다른 소비자 지인환씨(78·남)는 “값싸고 질 좋은 미 쇠고기를 사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쇠고기 논란에 적잖은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자신을 6·25참전용사라고 밝힌 그는 애국 차원에서라도 쇠고기를 사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당초 예상보다 많은 소비자의 방문에 A사는 상당히 고무된 분위기다. A사 관계자는 “고기를 사러 멀리서 올 정도로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오늘 하루에만 약 800㎏을 팔았고 몰려든 손님 때문에 밤 10시 까지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A사는 본사 직영 점 시범판매 이후 다음 주부터는 A사 계열사인 수입 쇠고기 전문 식당 50여 곳에서도 쇠고기를 판매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부터 공급해라’

반면 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눈에 띈다. 오후 2시 광우병감시단네트워크 등 반대 시위대가 물러난 이후에도 인근 주민들의 우려의 시선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근 주민 임모씨(46·여)는 “못 사는 것도 억울한데 미 쇠고기 판매 1호점이라니 답답해 죽겠다”고 전했다. 임모씨는 군대에 간 큰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들이 걱정이다. 단체급식에서 쇠고기가 나올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A사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40·여)도 “국가 경제가 중요하다지만 국민 건강이 더 중요하다. 감시·감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데 어떻게 국민을 보호할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판매가 호조라는 기자의 말에 김모씨는 “우려했던 대로 서민들이 많이 사는 금천구부터 (미 쇠고기를) 팔지 않냐. 그렇게 안전하고 좋다면 왜 청와대부터 공급 하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자녀 걱정에 미 쇠고기만큼은 구입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한다.

대규모 유통 초읽기

▲ 미 쇠고기 가격표
미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 반응이 기대 이상 좋게 나오자 주저하던 수입육 업체들도 속속 판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B사는 당초 휴가철이 끝나는 8월쯤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었지만 이르면 7월 둘째주부터 납품을 시작하기로 했다. 서울 독산동 소재 한 도매업자는 “다음 주부터 미 쇠고기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아직 판매한다고 나서는 도매업자들은 없지만 물량을 조금씩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외식업체와 도매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아직 시간을 두고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쇠고기는 수입업체 직영점을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독산동에 소재한 협진정육부산물도매시장 분위기도 아직까지는 싸늘한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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