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필요
천만다행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상처 등을 볼 때 아동학대의 가능성이 높다며 상처 부위가 학대로 인한 것으로 보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정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면서 가슴 한편에선 아련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아동학대’ 수준이 매우 심각한 탓이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간한 ‘2007년도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심각성은 여실히 들어난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9478건으로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학대아동 보호건수도 5581건으로 7.3% 늘었다. 가히 충격적이다. 서글픈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주변을 훑어보면 아동학대가 너무 ‘관대하게’ 자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독특한 우리 문화와 교육·가정풍토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동학대 문제는 그만큼 소홀히 취급돼 왔던 것이다.
어찌 보면 아동학대 문제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아동학대를 담장 밖의 일로 치부하는 이웃의 타성도, 학대를 부모 자식 간 훈육방식의 일종이라고 묵인하는 사회의 눈도 모두 문제를 키우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아동학대를 단순한 폭행쯤으로, 교육적 체벌로 여기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려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우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아동보호기관 등은 평소 감시 활동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학대 사례 신고 촉구 캠페인도 꾸준히 펴나가야 한다. 아동학대자에 대한 벌칙도 강화하고, 외국처럼 아동학대를 목격하고도 신고를 게을리 한 신고의무자들도 처벌할 수 있도록 아동복지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다. 부모의 잘못된 생각을 바뀌고 다양한 차원의 부모교육 등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면 또 경찰 법원 종교·시민단체 학교도 협력한다면 아동학대는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은 어른이 되서도 쉽게 털어버리지 못한다. 학대받은 사람이 되레 남을 학대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은 이제 방안이 될 수는 없다. 가정폭력방지법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서 갈수록 만연하고 있는 아동학대에 쐐기를 박는 것이 최선책이 아닐까 싶다.
안규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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