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을 가련다”

금융 공기업 기관장들이 새 정부의 재신임 방침에 따라 일괄 사표를 내면서 금융권은 이들의 향후 거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중 시선을 끄는 것은 김창록 산업은행 총재다. 그는 금융공기업 중에서도 첫 번째로 사표를 제출하며 향후 후폭풍을 예고했다. 권위주의의 대명사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받았던 그였다. 김 총재는 2005년 11월25일 취임해 임기 만료를 7개월여 남은 상태지만 정부가 올해 안에 산업은행의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는데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산업은행의 권위주의적 행태를 비판해 입지가 좁아졌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난 4월13일 스스로 사표 제출 사실을 알리는 자료를 배포함으로써 사표 제출 사실을 함구하는 다른 인사들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표 제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것은 재신임을 받겠다는 의미보다는 그만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사실 이 총재는 지난해 까지만해도 산업은행 민영화에 반발해왔지만 올 들어서 태도가 180도 변했다. 민영화 TF(테스크포스)팀을 만드는가 하면 해외 민영화 사례 연구를 위해 일본까지 방문했다. ‘산은 민영화 준비 작업에 발 빠른 행보’라는 보도자료까지 냈을 정도.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이 대통령에게 ‘미운털’이 박히자 사퇴의사를 밝힌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현재 금융계에 따르면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우리금융지주 등 예보 산하의 공기업 기관장들은 금융위원회가 일괄 사표를 받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부분 사표를 제출하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의 사표가 수리가 되든 그렇지 않든 금융공기업 수장들이 때 아닌 굴욕(?)을 당하는 있는 것은 사실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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