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톡옵션 논란 임원 CTO 내정
노조·준신위 반대 예상

 카카오 사옥. ⓒ시사포커스DB
 카카오 사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임솔 기자] 과거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 카카오 본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내정될 거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카오 내·외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 겸 쇄신태스크포스(TF)장은 지난달 28일 임직원 온·오프라인 간담회 자리에서 정규전 전 카카오뱅크 CTO를 카카오 CTO에 내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 전 CTO의 과거 행적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정 전 CTO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3거래일 만인 2021년 8월 10일 보유주식 11만7234주 가운데 10만6000주를 주당 6만1336원에 매도해 약 66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그로부터 2주 후인 24일에는 나머지 주식 1만1234주를 주당 9만1636원에 전량 매도해 약 1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이후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도 900억원대 시세차익을 챙기면서 ‘카카오 먹튀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결국 당시 카카오페이 류영준 대표와 장기주, 이진 부사장이 물러났고,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도 자리에서 내려왔다. 앞으로 카카오 계열 회사 상장 후 임원들은 1년 동안 주식을 매도하지 못하게 하는 등 ‘먹튀 방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정규돈 내정자는 지난해 2월 일신상의 이유로 카카오뱅크 CTO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1년 만에 카카오 본사로 복귀하게 된 셈이다. 카카오는 오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정규돈 내정자를 선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경영쇄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표이사 교체까지 단행하려는 카카오는 또다시 안팎으로 비판을 받게 됐다.

특히나 이번 인사는 카카오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요구하는 방안과 대비돼 정 전 CTO 내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준신위는 운영 규정에 따라 카카오 관계사의 주요 위험 요인 선정 및 그에 대한 준법감시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단계에서부터 관여할 뿐만 아니라,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관계사 상장, 공정거래법 위반, 시장 독과점, 이용자 이익 저해,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무 위반에 대한 감시 통제 등 카카오가 사회적으로 지적 받았던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관리 감독과 능동적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카카오 노조 역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은 최근 ‘우리가 원하는 경영진’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설문조사 결과 경영진에게 꼭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투명한 소통 구조를 기반으로 한 문제 해결(56.1%) ▲개인의 이익보다 회사와 조직의 건강한 성장을 우선하는 관점(51.0%) ▲회사의 발전과 성장을 담보하는 비전 제시(49.5%) 등이었다. 이 외에도 공정한 평가와 보상(31.3%), 직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34.2%)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또 경영진에게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것을 선택하는 질문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항목은 ▲회사의 성장보다 경영진 보상만 극대화하는 사익추구(55.2%) ▲독단적이고 무책임한 결정(41.4%) ▲불투명하고 원칙 없는 회전문 인사(40.5%)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카카오 계열사 구성원들이 바라는 가장 이상적인 경영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서는 ▲비전 ▲책임 ▲공정 ▲투명 ▲소통 등의 키워드가 중점적으로 나타났고, 가장 거부하는 경영진의 모습을 묻는 질문에서는 ▲무책임 ▲이기적인 태도 ▲사익 추구 ▲독선 등의 키워드가 중점적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노조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를 사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이후 경영쇄신의 기준점으로 삼아 경영진에 관한 인사 검증 프로세스 도입, 과도한 스톡옵션 제한, 공정한 징계절차 마련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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