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전경련 회장 공식추대 움직임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누가 될 것인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신호 현 회장의 임기가 내년 2월로 끝나기 때문.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으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공식 추대키로 했다. 12월 22일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송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달 초 회장단과 고문, 자문위원 모임에서 비공식적으로 '이 회장을 추대해야 한다'는 쪽으로 중론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회장직 수락해 줄 것" 강 회장은 "공식적인 얘기는 1월 회장단 회의 때 하기로 했다"면서 "내년 2월 23일 총회에 앞서 이 회장을 찾아가 회장직 수락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앞서 지난 10월에 사임의사를 밝히면서 이 회장을 차기회장으로 천거한 바 있다. 또한 강 회장은 "대기업의 단합이라는 측면에서 무게가 있는 분이 맡아야 한다는 것이 전경련 수뇌부의 중론"이라며 "이 회장이 '수술 5년 내에는 안 된다'는 시한이 지난 만큼 회장직을 수락해 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명관 부회장은 이와 관련, "공식적인 추대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인(이 회장)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를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또 전경련 회장의 바쁜 일정을 감안, "행사담당 수석부회장 제도를 도입해 회장단 중에서 부회장을 선임해 각종 행사에 참석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경련 회장으로서의 일정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차있고 내년 2월에 회장직을 더 맡으면 80세를 넘어서까지 그런 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건강도 염려된다"면서 "이제는 다른 분이 할 분이 계시면 넘겨주는 것이 도리"라며 사퇴의사가 확고함을 내비쳤다. "누구라도 잘할 수 있는 인물이 사장을 해야" 한편 강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존경한다"는 표현을 쓴 것과 관련, "전경련 회장으로서 대통령 해외순방 10개국을 모두 따라 다니다보니 '나이 많은 사람이 열심히 한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표현이 '존경'이라는 단어로 나온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가장 많은 교육을 받았다"면서 "우리는 정리를 잘 해 한 방향으로 끌고 가면 우리를 추월할 나라가 없는 만큼 그것을 대통령이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한 "노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 한다는 생각에서 10분의1 발언을 했었지만 이제는 이를 대통령의 '오너정신'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최근 사장직에서 물러난 아들 강문석 씨와의 경영권 분쟁 소문과 관련, "경영권 분쟁은 없다"고 못박고 "누가 하더라도 잘할 수 있는 인물이 사장을 해야하며 꼭 아들이 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그룹 일 챙기기도 바빠' 이에 앞서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도 12월 21일 송년 기자회견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 인선에 대해서 "누가 해야 하는지는 자명하다. 업계나 경제를 위해 할 사람이 있으니 그 사람이 해야 한다"며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이 전경련의 내부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 재계 안팎에서는 여기에다 ▲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후계작업을 위해서는 전경련 회장직 수락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 ▲ 이미 서너차례 건강을 이유로 전경련 회장직을 고사해온 이 회장이 이제 건강을 회복한 만큼 재계의 요구를 더 이상 뿌리치진 못할 것이라는 점등이 거론되며 이 회장 대세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러나 삼성을 포함한 재계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룹관계자는 "전경련 측의 입장은 직간접적으로 전해져왔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 회장이 그룹의 일을 챙기기에도 바쁜 상황이라, 전경련 회장직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직접 전경련 회장직 수락 여부에 대해 말씀을 하신 적은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금까지 그룹경영에 전념함으로써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강 회장 발언의 진위를 파악한 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이건희 전경련 회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공산이 커 보이지만, 내년 2월 하순으로 예정된 전경련 정기총회까지는 이를 둘러싼 호사가들의 입방아는 끊이지 않을 전망. 전경련 회장직 수락할 가능성도 높다? 전경련 회장 자리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고 최종현 SK그룹 회장·구자경 LG화학 명예회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오너가 맡아왔으나,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물러난 뒤 2000년 2월 김각중 경방회장 이후부터 '실세 회장'의 명맥이 끊겼다. 이후 이건희 회장이 계속 회장직에 거명됐으나 완강하게 고사해왔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주미대사 내정 등을 예로 들면서 "삼성과 참여정부간의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는 만큼 이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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