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따라 친명계 내부도 입장차
김두관 “험지 나가야 당, 본인 살아”
비명계 결사체까지 이재명 압박
김종민 “혁신 경쟁해야 총선승리해”
당 검증위 “검증에 예외가 어디 있나”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민주당 이재명 지도부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도부 내 친명계 색채가 이전보다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 내 파열음은 정작 점점 커지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세력화 나선 비명계 “李로 뭉쳐 총선 이기자는 말 쉽지만 안 할 것”

민주당 이원욱, 윤영찬, 김종민, 조응천 의원이 16일 “민주당의 정풍운동을 지향한다”며 ‘원칙과 상식’이란 소위 ‘혁신계’ 정치결사체 출범을 공식화 했는데, 이들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의 무너진 원칙을 되살리고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면서 “당내 패권주의 대신 정당 민주주의를, 내로남불과 온정주의 대신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팬덤정치 대신 당심과 민심의 조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총선 승리를 위해 ‘도덕성 회복’ 필요성을 우선 역설한 이들은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을 이제 그만해야 한다. 돈봉투 사건, 코인 사건 등 민주당의 도덕성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사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고 사실상 이 대표와 친명계 측을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이들은 당내 민주주의 회복 필요성도 강조하면서 친명 지도부에 강성 지지층과의 결별도 촉구했는데, “다양한 의견, 소수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반영해 당을 새롭게 하는 민주적 단결”이라고 주장했으며 민생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내놓는 ‘비전 정치’를 해야 한다고도 주문했고, “침묵하는 많은 당원들, 지금은 떠났지만 과거 민주당 정권 창출에 힘을 실어줬던 유권자들, 현재 민주당을 지키면서 관망하는 많은 의원들이 함께 하고 있고 향후 더 적극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고 적극적으로 연대해줄 것을 호소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윤 의원은 회견 직후 기자들에게 “그간 의견 내고 학습하거나 토론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행동하는 방향으로 가겠다. 그동안 소위 비명계로 불리는 이들끼리 논의했는데 이제 범위를 넓혀 당내 청년과 고문단을 포함해 생각을 같이 하는 많은 분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려고 한다”며 “뜻이 같고 고민의 폭이 거의 비슷한 분들이 많이 계시기에 앞으로 시간을 갖고 더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규모를 키워갈 뜻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이들 중 김 의원의 경우 같은 날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우리 당이 도덕성 회복하고 당내 민주주의 회복하고 전투정당에서 비전정당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은 40~50명, 많게는 70~80명까지 된다”며 자신들의 의견에 공감하는 당내 의원 수가 적잖은 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조 의원은 이날 회견 뒤 ‘내년 총선 공천 받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는 기자들의 질의엔 “가장 쉬운 방법은 이 대표 중심으로 뭉쳐 총선에서 승리하자고 이 자리에서 얘기하면 될 것 같지만 굳이 안 한다. 답이 됐느냐”고 응수해 내년 총선을 승부수로 삼아야 하는 이 대표로선 자칫 당내 결속이 흔들릴까 속이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민(왼쪽부터), 이원욱, 조응천(오른쪽) 의원과 함께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민(왼쪽부터), 이원욱, 조응천(오른쪽) 의원과 함께 원칙과 상식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뿐 아니라 김 의원은 지도부에 ‘시한’까지 제시하기도 했는데, “총선이 5개월 남았는데 내년 1월부터 본격 총선 운동 체제로 돌입하니 그 전 한 달 가량 시간이 있다. 한 달 노력의 결과로 당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고, 그렇지 않을 때 우리가 어떤 결단을 내릴지”라며 압박수위를 높였고 “누가 더 혁신하느냐의 경쟁에서 이겨야 총선 승리가 가능하니 당 지도부가 당 전체의 선당후사 기운을 위해 주도하고 앞장서야 한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중진들, 역할 하는 많은 분들이 선당후사를 위한 노력을 함께 한다면 여기 네 사람도 개인적 유·불리를 떠나 당이 요구하는 선당후사에 먼저 앞장설 것”이라고 배수진까지 쳤다.

◆ 친명도 분열?…김두관 “지도부, 험지 가야” vs 박찬대 “李, 0.5선”

이처럼 비명계 의원들이 지도부에 사실상 내달까지 험지 출마 등 선당후사에 나서라고 공개적으로 압박에 나선 가운데 범친명계에 속하는 김두관 의원 역시 연일 이 대표에 험지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는데, 김 의원은 16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도 “이 대표가 결심하면 친명계도 결심할 것이고, 비명계도 따라오지 않을 수 없다. 험지 가서 죽으라는 게 아니라 당도 살고 본인도 살 수 있다는 얘기”라며 “어디 가든 이 대표가 국회의원 안 되겠냐. 선거에 자기만 살겠다고 고집하는 순간 당이 망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사법리스크에 따른 방탄 국회 과정에서 한 번도 이 대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비호감도가 매우 높고 당원들은 지도부, 장수가 앞장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지지한다”며 “성남이나 대구나 안동을 포함해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하겠다는 메시지가 나와 줘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인) 인요한이라든지 이준석 이런 혁신 경쟁에서 (민주당이) 밀리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가 결심하는 자체가 총선 승리의 최대 전략”이라고 이 대표에 주문했다.

반면 친명계이면서도 지도부 일원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 대표는 보궐로 들어와 1년 조금 넘었는데 0.5선에게 기득권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기는 했지만 기득권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내년 총선 절실한데 선거 진두지휘해야 할 당 대표가 안동이란 험지에 가서 자기 선거만 하라는 것은 현실성 없는 주장”이라고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박 최고위원은 “저번 보궐선거에 (이 대표가) 출마하면서 계양을 주민들한테 지나가는 선거에 나온 게 아니라 지방정치는 경기도에서 했지만 중앙정치는 인천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천명했다. 지금 대표의 행보로 볼 때 지역구 의원으로서 자리 지키면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며 ‘결국 계양을에 다시 나온다는 이야기인가’란 진행자의 질문에도 “지금 현재의 스탠스는 그렇다”고 재차 이 대표의 기존 지역구 출마 쪽에 무게를 실었다.

급기야 같은 날 오후엔 당내 친명계 원외모임으로 알려진 ‘더민주전국혁신회의’까지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에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인사들을 ‘매당노’라고 규정했는데,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 대표를 검찰에 넘기려다 실패한 매당노들이 이번엔 당 대표의 험지출마론이라는 괴이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지금껏 우리 정치사에서 대선주자급 당 대표가 험지에 출마한 적은 없다. 대표는 전국에 걸친 총선 전체를 지휘하고 관리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혁신회의는 당내 일각에서 험지 출마를 주장하는 저의에 대해 “대표가 험지에서 패배하거나 험지에 매여 전국 판세를 챙기지 못해 총선 패배로 귀결될 경우, 대표를 흔들기 위함”이라고 주장했을 뿐 아니라 “대부분 본인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바닥을 치고 있어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누워서 침 뱉기 마케팅은 자해공갈단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험지 출마는 선거 전체를 두고 전략적으로 대표가 깜짝 결단으로 써야 효과가 있는데 이들이 당 전체 전략을 거론함으로써 험지 출마 요구는 전략적으로 효력이 상실된 카드가 되고 말았다”고 역공을 펼쳤으며 “이 대표가 전국을 돌며 자기 지역구에서 지지연설해주는 게 얼마나 당선에 도움 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의원들 대부분 (이 대표의) 험지 출마를 반대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당 대표의 험지 출마를 거론하는 것은 총선을 망치려는 해당행위”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 강성 친명계와 지도부도 온도차?…사안 마다 목소리 ‘제각각’ 상황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 팀장인 김용민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사범죄대응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검사범죄대응TF 팀장인 김용민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검사범죄대응TF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탈당 가능성을 열어둔 일부 인사까지 겨냥 “과오를 반성하고 민주당 원팀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인사들이 오히려 기고만장하여 당과 대표를 흔들고 있다. 총선을 반년 남겨둔 정당의 중진이 당을 이렇게 흔드는 것은 명백한 해당행위”라며 “본인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손잡을 기세인데 이런 인사들은 민주당과 어울리지 않는다. 스스로 불출마 선언을 해 마지막 남은 명예를 지키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다만 당 지도부 일원인 ‘친명계’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대구시 산격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 요구와 관련해선 “아무 전략이나 구도도 없이 ‘누가 어디로 가라’라고 얘기하는 것은 순서가 틀렸다. 총선기획단이 이제 출범했으니 전체적으로 총선 앞둔 당의 전략, 구도 마무리되면 인물 영입과 배치가 시작될 것”이라며 한 목소리로 거리를 두면서도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비명계에 대해선 “그분들과도 시간을 같이 하면서 당의 주요 현안에 대해 경청할 것”이라고 손을 내미는 자세를 취했다.

강성 친명계에선 ‘해당행위’, ‘매당노’ 등의 수위 높은 발언까지 쏟아내면서 불출마 선언하라고 역공을 편 데 반해 친명계 주류인 현 지도부에선 오히려 귀를 열겠다는 모습이여서 사뭇 상반된 모양새인데, 이 뿐 아니라 한동훈 법무부장관에 대한 탄핵이라는 사안을 놓고도 16일 민주당검사범죄대응TF의 팀장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 뒤 “국민들도 한 장관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은 상태라 저희가 검사범죄TF지만 한 장관에 대한 (탄핵) 여부도 검토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반해 박 최고위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장관한테는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지 않을까. 오히려 무관심이 답”이라고 온도차를 보였다.

강성 친명계와 친명계 지도부 사이에도 사안마다 온도차가 있는 셈인데, 이런 엇박자 나는 모습이 선거를 앞두고 중도층을 의식해 양측이 ‘굿 캅, 배드 캅’ 방식으로 상호 역할 분담을 한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지도부보다 목소리를 높이는 강성 친명계의 폭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내년 총선을 본격 준비하기 위해 민주당은 16일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를 출범시킨 가운데 위원장을 맡은 김병기 의원은 이날 첫 회의 뒤 기자들로부터 ‘이 대표도 검증 대상에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이 나오자 “검증에 예외가 어디 있나. 전부 다 검증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 임무는 공정하고 단호한 검증을 통해 최정예 후보자를 선정해 공천관리위원회에 제공하는 것이다. 검증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제가 질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당내 곳곳에서 제각기 주장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과연 내년 총선 전까지 이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순항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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