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교체 검토 나선 여야, 성패 관건은 ‘공정성’…‘다선 험지 출마’도 관전포인트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이 8일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이 8일 첫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이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총선 공천에서 현역 의원 컷오프 등 룰을 놓고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검토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양당 간 어떤 차이가 있으며 성패 관건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여야, 현역 하위 물갈이 ‘검토’…공정성 여부가 핵심

8일 총선기획단 첫 회의를 가진 국민의힘에선 이만희 사무총장이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회의 2호 혁신안 중 하나인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와 관련 “타임라인에 따라 그런 문제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 안을 공천 과정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절차대로 룰 세팅을 할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선 어쨌든 경쟁력이 있는 후보들을 국민에 내놔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마찬가지로 앞서 지난 6일 민주당 총선기획단에서도 지난 8월 김은경 혁신위원회에서 내놓은 ‘공천 시 현역 의원 하위 평가자에 감점 강화’, ‘전·현직 의원들의 용퇴 권고’ 등을 담은 혁신안을 검토할 뜻을 내비쳤는데, 민주당의 경우 기존 경선에서 현역의원 하위 20%에 대해 20%를 감점하던 제도를 하위 10~30% 대상으로 20~40% 차등 감점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내용이 골자로 하고 있다.

현역 의원 교체라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당내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어느 당이든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는데, 일단 국민의힘에선 이 사무총장이 8일 공천 원칙으로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 ‘질서 있는 공천’을 내세웠으며 “호불호, 친소관계, 사심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국민 눈높이에 벗어나는 줄 세우기, 챙겨주기 공천은 없을 것이고 누구나 분명한 룰을 통해 정당하게 경쟁하는 공정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그는 “당의 분열, 불신과 불화로 몰아가는 불공정 시도를 원천 봉쇄할 것이고 주먹구구식 베일에 가려진 밀실공천도 없을 것”이라며 “막연한 감에 의존하지 않고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 체계적인 총선 전략을 짜겠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겠다”고도 역설했는데, 먼저 총선기획단 첫 회의를 열었던 민주당에서도 공정한 공천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으나 벌써부터 비명계를 중심으로 불신 어린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당장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8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나와 “우리는 시스템 공천한다. 총선 1년 전에 공천 룰을 정하고 그 이후에는 손 안 댄다는 게 민주당의 명문율이었다. 지도부가 총선 앞두고 자꾸 뭔가를 만지려고 하는데 공정성, 질서가 실종돼 버렸다”며 “이번 민주당 공천이 역대 당 공천 중 가장 불공정한 공천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지금 개딸들이 이 대표 비판하는 의원들을 돌아다니면서 낙선하겠다고 사진 붙이고 다니고 지역구 가서 공격하고 꽹과리 치고 플래카드 건다. 친명 유튜버들은 이재명 대표하고 가까운 이 사람은 당선시키고 (이 대표와 가깝지 않은) 이 사람은 떨어뜨리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며 “요새는 마을 이장 선거도 이 정도로 불공정한 선거는 안 하는데 이걸 지도부가 가만 놔두고 있고 심지어 당직자들도 가담한다. 당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제지하고, 가담하는 사람은 공천을 배제하든가 당직에서 징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전날 오후 김 의원의 충남 지역구 사무실 건물 앞에서 시위에 나서고 일부 참가자들은 시위 도중 김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진입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공교롭게도 앞서 같은 날 오전 홍익표 원내대표가 “당원일 경우 이런 일 해선 안 된다. 또 반복되면 당의 관련 기구를 통해 엄중하게 처리하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해서도 비명계는 의심 어린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비명계 의원인 이원욱 의원도 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정량평가, 정성평가 중 정성평가의 영역이 굉장히 크다. 송기도 전북대 교수가 위원장인 선출직공직자 평가위원회가 있는데 거기서 비밀스럽게,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른바 ‘비명 잘라내기’로, 정성평가에서 다 잘라내고 혁신계 의원들을 그냥 망가뜨릴 수 있다”며 “도저히 민주당은 개선해서 쓸 수 없다는 판단을 갖게 되는 의원들이 생긴다면 저를 포함해 또 다른 결단을 할 수 있는 의원들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탈당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 ‘다선 험지출마론’에 민주당 비명계 “이재명 먼저 해”

3선의 중진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3선의 중진인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좌)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우). 시사포커스DB

반면 친명계에선 김은경 혁신안에 한층 힘을 싣고 있어 8일 강성 친명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국회에서 ‘총선 승리를 위한 민주당 공천 혁신 방안 토론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동일지역 3선 초과 공천 금지를 검토하는 상황을 감안해 민주당에서도 동일지역 3선이 험지 출마할 경우 여론조사를 통한 경선 등 다양한 경선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들은 동일지역 3선 초과 출마자는 경선 득표율 50% 감산 적용, 당의 열세 지역 출마 권고에 응할 경우 선출직 공직자 평가 면제 우대, 선출직 공직자 컷오프 부활, 선출직 공직자 평가 기준에 당 정체성 항목 신설 등을 담은 공천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혁신회의는 당론 위배 언행이나 해당 행위에 대해서도 평가점수에 반영하라고 촉구하기도 해 비명계 현역의원들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에 혁신회의 측은 “당내 다선 의원들의 관록과 경험을 무시하거나 불온시하는 게 아니라 동일 지역구에서 여러 선수를 경험하며 지역구민들에 대한 정보와 접근을 오랫동안 독점한 탓에 원외 도전자와의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보다 공평하게 조정해 경쟁을 촉발함으로써 국민에게 더 잘하기 경쟁을 유도하자는 것”이라며 “권리당원의 실질적 경선 투표권 보장을 위한 경선 후보자 정보 제공과 당내 투표를 제한하는 ARS 투표방식이 아닌 모바일투표 시스템 도입 등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경선후보 모두 공정한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권리당원과 국민 선택을 받자는 게 혁신회의의 요구”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 경쟁을 표방할 뿐 이른바 ‘개딸’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대거 친명계에 공천을 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데, 아예 이원욱 의원은 이런 현역 의원 압박에 맞서 8일 BBS라디오에 나와 “모든 권력을 다 거머쥐고 있어 사당화라는 이야기를 듣는 이 대표가 먼저 험지 출마를 결정해야 하고 결단해야 한다. 이 대표가 가장 좋은 곳에서 또 출마하겠다고 하면 비명계 3선 의원들은 어디 다른 데로 가라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나”라고 응수했다.

‘모든 권력을 다 쥐고 있다’는 지적이 빈 말이 아니듯 이 대표는 총선을 대비한 당 인재위원회 위원장도 맡은 것으로 8일 박성준 대변인이 밝히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이 의원은 “항상 따뜻한 아랫목 찾아가는 사람이면 당의 통합을 얘기할 수 없다. 조정식 사무총장, 안민석 5선 의원, 우원식 4선 의원, 정성호 의원 등 친명 의원들부터 국민의힘이 친윤계에 먼저 결단하라고 요구하듯 결단하는 게 바른 방향”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이 대표에 험지 출마하라는 요구와 관련해 현 지도부 일원인 고민정 최고위원은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부는 절벽 아래로 뛰어내릴 생각까지 하면서 임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저는 (이 대표도 그럴 거라고) 그렇게 느낀다. 총선에서 지게 돼 과반 차지하지 못하면 본인의 정치 생명 또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대표는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다만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이 지도부의 험지 출마를 묻자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답했으며 이 대표도 본인의 험지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 국민의힘 일부서도 ‘험지 출마 요구’에 “이상한 발상”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좌),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좌),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런 반응은 혁신위로부터 ‘불출마’나 ‘험지 출마’ 요구를 받고 있는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모양새인데, 김기현 1기 지도부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유상범 의원이 전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대표의 울산 출마 포기를 기정사실로 봐도 되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김 대표가 측근들과 나눈 대화 중) 국회의원으로서 가질 수 있는 큰 영광은 다 이뤘다(고 말했다)”며 “당 대표와 원내대표, 울산시장도 역임한 과정을 말했는데, 저는 충분히 당과 국가 발전 측면에서 이제 검토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8일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서 내일 (2호 혁신)안을 들고 올 수 있는데 의결되지 않은 (지도부·중진 등 험지 출마나 불출마) 건의안까지 갖고 올지 모르겠다. 건의안이지 결의안이 아닌데 의결을 안 하고 얘기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으며 건의안일지언정 당에서 수용하지 않으면 부정적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에도 윤 선임대변인은 “정치인이 자신의 거취에 대해 결정할 때는 시간이 필요하다. 총선이 5개월 남았는데 당장 결정한다는 건 가혹하기도 하고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대구가 지역구인 5선 중진 주호영 의원은 8일 대수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의정보고회를 열고 “서울로 가지 않는다.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40년째 미국 상원의원 했는데 지역구를 옮겼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역구를 옮겼나. 우리나라만 이상한 발상을 한다”라고 수도권 험지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는데, 향후 이런 반응이 곳곳에서 이어질 경우 혁신위가 유명무실해지고 여론에도 당 혁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어 자칫 총선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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