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내 비윤 없고 ‘범친윤’ 박성중 인선
첫 회의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건의
이재명, ‘비명계’ 최고위원 사퇴에 ‘친명계’ 임명
비명계 “허울뿐인 통합...인적쇄신 있어야 해”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박성중 혁신위원,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 ⓒ박정현 페이스북 캡처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박성중 혁신위원,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최고위원,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 ⓒ박정현 페이스북 캡처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치권에서 당 쇄신에 나서겠다며 새 인선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는 국민의힘에선 도로 ‘친윤석열계’, 더불어민주당에선 다시 ‘친이재명계’가 자리를 차지한 모양새여서 앞서 약속한 ‘통합’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인요한, ‘혁신위에 비윤 없다’ 지적에 “내가 쓴 소리 많이 할 것”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앞서 지난 23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자마자 첫 일성으로 “통합을 추진하려고 한다. 생각은 달라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는 통합”이라고 밝혀 그간 ‘친윤 일색’이란 평가를 받아온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는데, 하지만 26일 발표된 12명의 혁신위원 중 정작 ‘비윤’으로 분류될 만한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장 민주당에선 27일 강선우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혁신은 용산을 향한 거침없는 쓴 소리 없이 불가능하지만 당의 변화를 요구해온 비윤 인사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감히 윤 대통령에게 혁신을 요구할 수 있겠나”라며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에 이어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런 식의 혁신위는 김기현 지도부의 하부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위원직을 거절했다. 인 위원장이 이끌 혁신위의 면면은 혁신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기 충분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도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천 위원장이나 김웅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이런 분들이 한두 명 그래도 들어갔다면 좀 기대해볼 수 있을까 그런데 박성중 의원, 이분으로 그냥 끝난 것 같다. 전혀 기대가 안 되는 혁신위”라고 혹평했는데, 12명의 혁신위원 중 유일하게 현역의원으로 참여하는 박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지냈으며 비윤이라기보다 친윤 쪽에 더 가까운 인사다.

다만 박 의원이 당 혁신위원으로 꼽힌 데 대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국감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역이 가장 우선되는 기준 아니었나 보고 있고 그런 관점에서 수도권 재선 의원 중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종합적으로 의견을 들어 혁신위원장이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정작 박 의원의 지역구가 서울 험지가 아니라 서울 서초을인데다 심지어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임명 반대 주장이 나왔으나 김 대표가 추인해 이뤄진 인선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비윤’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인 위원장은 전날 혁신위원 인선 발표 기자회견 직후 ‘당에 쓴 소리 하는 비윤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았는데 통합형 인선인가’란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쓴 소리 많이 할 거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라”고 응수했으며 김 대표는 아예 ‘비윤계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지적에도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 “비윤 있어야 혁신이냐”더니 회의 후 “이준석 등 사면 건의할 것”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2)

앞서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지난 2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비윤계 인사를 혁신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비윤이다, 친윤이다 이렇게 나눌 문제는 아닌 것 같고 현재 우리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여야 된다는 것에 누구나 공감을 하는 것”이라며 “비윤이든, 비윤을 넘어서 당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당외 인사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변화를 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어느 누구도 제한이 있을 이유는 없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던 만큼 혁신위에선 ‘비윤’이란 계파보다 ‘다양성’이란 점을 강조해 통합 인선임을 주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인 위원장도 27일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첫 회의에서 “우리 혁신의 철학은 희생, 통합과 다양성”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급기야 이소희 혁신위원은 “계속해서 비윤이 들어가야 혁신이고 비윤이 들어가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라는 말이 나오는데 국민들이 봤을 때는 밥그릇 싸움이다. 그런 부분에 치중하기보다 국민들 뜻을 살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유일한 현역 국회의원인 박성중 혁신위원도 이 자리에서 “여야와 친윤·비윤, 친명·비명을 떠나 국민에게 도움 되는 것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며 계파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데에 선을 그었는데, 같은 날 배준영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도 27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박 혁신위원에 대해 “개인적 호불호가 있긴 하지만 정치를 처음 겪는 다른 위원들한테 우리 당 사정이라든지 선거라든지 전반적 지식을 알려주고 의논하는 인포메이션 메신저 역할”이라며 ‘친윤계 돌려막기란 비판은 어떠냐’는 진행자의 지적엔 “너무 앞서가지 않나. 윤 정부 성공을 바란다고 그러면 모든 당원이 다 친윤계”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윤과 통합 안 하느냐’는 지적을 염두에 뒀는지 결국 혁신위는 이날 첫 회의를 마친 뒤 현재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 대한 징계 해제를 당 지도부에 건의하겠다고 발표했고, 이 소식을 전한 김경진 혁신위원은 “인 위원장과 혁신위는 유승민 전 의원도 그렇고 이 전 대표도 만날 의사가 충분히 있다. 당내 발전과 통합을 위해 만남을 회피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징계 해제 건의에 대해 김 혁신위원은 “당내 통합과 화합을 위한 대사면”이라고 설명했는데, 이제 공은 최고위원회로 넘어간 만큼 김 대표 체제가 첫 혁신위 회의 결과를 수용해 신당 창당까지 거론하고 있는 ‘비윤계’ 인사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아니면 혁신위의 첫 건의부터 거부해 인요한 혁신위를 출범하자마자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릴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재명, ‘친명’ 박정현 최고위원 임명 …이원욱 “말뿐인 통합 절감”

(좌측부터) 민주당 이원욱, 이상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이원욱, 이상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편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가 당무 복귀해 ‘단합·단결’을 거듭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계파 갈등이 잦아들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인데,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3일 당무 복귀 후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 않기 바란다.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26일 전·현직 원내대표들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도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비명계에선 여전히 의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홍영표 전 원내대표는 오찬간담회가 비공개 전환된 뒤 이 대표를 향해 “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 대해 강성 지지층이 반대 플래카드를 붙이고 테러 하는데 당이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촉구했을 뿐 아니라 친명계 의원이나 지도부에서 유튜브에 나와 동료 의원을 비난하는 상황도 꼬집어 “그런 데에 출연 자체를 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같은 날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이 대표가 자제해달라고 당원들에게 직접 호소한 게 벌써 8차례인데 당원들의 행동을 지도부가 일일이 통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명계 의원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행태와 관련 “이원욱 의원 지역에 내걸었던 현수막 ‘남은 1발의 총알’ 운운은 소름끼칠 지경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근본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이 이 정도로 썩고 망가졌나”라며 “이 대표는 수수방관하고 있을 건가. 통합? 헛웃음이 난다”고 이 대표를 거듭 압박했고, 이원욱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양심에 따라 투표한 가결의원들을 색출하겠다는 식의 발언은 넘어가선 안 되는 해당행위임이 명확한데 해당행위 하도록 선동한 의원들과 동조한 개딸의 행패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어떻게 조치할지 명확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반면 친명계인 양이원영 의원은 똑같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된 날, 최고위원회 입장문으로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해당행위’로 규정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당 대표를 구속시키려는 작당에 동조해 당 대표 체포하라고 동의한 이들은 여전히 목소리 높이며 당을 흔들어대고 있는데 왜 아무 조치도 없는 건가”라며 “반성해야 할 이들이 더 고개 들고 시끄러운데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지, 저런 분들에게 전화라도 해서 자제시키겠다는 원내대표의 공언은 작동하고 있는 건지, 저도 납득 안 되는데 당원들이야 오죽할까”라고 맞불을 놨다.

이처럼 친·비명계 의원 간 SNS를 통한 설전까지 격화되는 중에 이 대표는 불에 기름을 붓듯 비명계 송갑석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비어있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27일 ‘친명계’인 박정현 전 대전시 대덕구청장을 임명했는데, 비록 정책위의장에는 호남 출신의 3선인 친이낙연계의 이개호 의원을 임명해 당에선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설명했으나 새로 임명된 박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욕을 참고 있다. 자당 대표를 검찰 정권에 밀어 넣은 자들을 더 이상 국민의 대표로 세울 수 없다”고 밝히기도 한 강성 친명계이다보니 곧바로 논란이 일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뒤 ‘박 최고위원 임명에 비명계의 우려와 비판이 있다’고 기자들이 질의하자 오히려 “그분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분이 친명계인가? 저도 잘 모르겠다. 역할을 잘해줄 것”이라고 응수했으며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박 최고위원이 비명계인 박영순 현 국회의원의 지역구에 총선 출마 준비 중’이란 기자들의 지적에도 “당에 워낙 현역의원들 지역구가 많아 특별히 그걸 감안한 게 아니라 충청권 대표 여성 정치인이란 관점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이에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에서도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한 작업으로 보도가 잇따랐지만 결국 충청 여성정치인이란 명분으로 직을 줬는데 박 최고위원을 그 자리에 앉힌 이유가 무엇인지는 누구나 알 것”이라며 “계파가 다르다고 동료 의원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는 행위를 어찌 통합이라 해석할 수 있겠나. 박영순 의원을 찍어내기 위함이 아니라면 박 최고위원의 불출마가 전제돼야 한다”고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은 “이개호 정책위의장의 경우 명분성 자리주기일 것이다. 특히나 정책위의장 자리 공석은 전임 김민석 의운의 건강상 이유로 인한 사퇴였을 뿐”이라며 “고작 두 자리를 기계적으로 친명, 비명으로 나눴다고 통합이라고 한다면 통합은 요원하다. 통합을 실천하고자 한다면 당장 조정식 사무총장을 비롯해 사무부총장들까지 사임시켜야 하지 책임 없는 자리 한 개 선심 쓰듯 나눠주며 통합이라 한다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라고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 대표는 당 운영 책임자인 조 사무총장, 이해식, 김병기 사무부총장 등의 사의는 받지 않고 그들은 유임된 상황인데 사무총장은 당 대표, 원내대표와 함께 최고권력자고 조직과 예산을 주무르는 자리다. 말뿐인 통합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며 “인사는 만사라 했다. 허울뿐인 통합이 아닌 진정한 통합을 추구한다면 전면적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대표 체제가 이번 인선을 스스로 긍정평가하는 상황에서 과연 이 같은 비명계의 요구가 수용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