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무장해제 초읽기

▲ 지난 1월31일 국회 도서관에서 친박계 의원들이 공천과 관련해 긴급회동을 갖고 있다.


정몽준 미국특사 이어 ‘아산정책연구원’ 출범 위상 상승
박근혜 단수후보 확정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오리무중’
공천 결과 이후 사실상 집단행동 불가, 결과 승복만 있을 뿐
특명 “4월 총선지원, MB측 견제·주도권 장악 반전 모색하라”


이명박 정부의 본격적인 출범과 함께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총선을 향한 여의도 정치권의 움직임도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10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한 한나라당은 1차 면접결과 발표 이후, 피 말리는 공천전쟁을 알리는 2차 공천심사에 전격 돌입했다. 민주당 역시 공천혁명을 부르짖으며 공천심사에 총력을 다하고 나섰다. 총선 승리를 향한 각 지역별 선거구 대표선발에 나선 여·야의 전략적인 수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쪽이 있으니 바로 박근혜 전 대표가 그렇다. 한나라당의 2차 공천심사결과가 3월10일쯤 발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대표의 무장해제 역시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한나라당 공천결과 이후 박근혜측 사람들이 얼마나 살아남느냐와 상관없이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행 카드가 이미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는 공천심사가 참신한 인물도 없고 또한 ‘친이·친박 나눠먹기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공천결과 이후 현실적으로 친박인사들의 집단적인 이동은 일어나기 어렵다. 자유선진당은 지난 2월23일부터 28일까지 실시한 후보자 접수 후 1차공천자 발표를 3월10일께로 예정하고 있어 한나라당 2차 공천심사결과 발표일과 겹친다.

박 전 대표야 이미 단수후보로 확정, 공천이 확실하지만 그를 따르는 의원들의 향방은 알 수가 없다. 결과를 보고 탈당해서 갈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또 향후 박 전 대표와 대권경쟁을 펼칠 정몽준 최고위원이 최근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을 출범,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킨 국제전략연구원를 상기시키며 본격적인 대권 밑그림 작업에 착수하고 나섰지만 정작 박 전 대표 진영에서는 지켜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대권 밑그림 그리는 정몽준

박 전 대표는 4월 총선을 위한 공천전쟁에서 자기식구 챙기기와 정 최고위원의 오는 7월 전당대회 당권도전 가능성 등 안팎에서 자신의 입지를 지켜내야 하는 수세에 몰리고 있다.

반면 이명박 정부의 내각부실 인사 파동으로 민심이 한나라당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이름 석자로 대변되는 정치적 영향력을 4월 총선에서 다시 발휘한다면 한나라당 내 MB측의 급부상에도 위기를 다시 기회로 반전, 강력한 박근혜 라인을 구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 향후 박 전 대표의 움직임이 기대된다.

최근 한나라당 인사들 중에서 청와대로 간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사람은 단연 정몽준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의 위상이 한나라당 내에서는 물론 그가 참여하는 ‘아산정책연구원’ 출범에도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제16대 대선 이후 무소속으로 조용히 지내다가 지난해 12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며 다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특사로 임명돼 박 전 대표의 중국특사 임무와 상대적인 우위를 선점했다.

또한 정몽준 최고위원이 이끄는 특사단은 이례적으로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와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한미동맹 강화 및 북핵문제해결, 한미FTA 등의 중요 현안문제에 직·간접적인 연결 고리를 만들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 최고위원은 무소속 의원 때도 당시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외교안보분야의 문제점 중 특히 한미관계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으며 이번 미국 특사로의 활약은 한나라당 내 입지는 물론, 미국 등 영향력 있는 나라에 정치인 정몽준을 확실히 알렸다.

게다가 현대가와의 인연이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내 장악력이 강한 박 전 대표를 경계하면서 5선 중진에 대선출마 경험까지 있는 정 최고위원을 적극 도와 당내 입지를 강화시켜 향후 당·정·청 관계를 순조롭게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국정운영까지 이어지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정 최고위원 입장에서는 4월 총선 이후 7월에 치러질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다분히 존재한다. 박 전 대표가 대표를 거쳐 대권도전이라면 정 최고위원은 대권도전을 했던 당 대표일 수도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표 입장에서는 강한 경쟁자를 한 명 더 두게 된 셈이다.

이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 강재섭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등도 일찍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돼 왔다. 따라서 공천심사 결과 박 전 대표의 적극적인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당대회를 겨냥한 박 전 대표계의 결집된 모습도 여전히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공천전쟁 속 친박계 운명 ‘글쎄’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25일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대한민국의 선진화를 위한 이명박 정부 출범을 천명, 비로소 1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 여당으로서의 자리를 되찾았다.

역사적인 건국 60년을 시작하는 한 해의 시작을, 한나라당은 여당의 자격으로 시작했지만 기쁨도 잠시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전쟁 속에 끊임없이 불거지는 내부 공천갈등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나라당은 1차 면접심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2차 심사가 진행 중이며 최종 단수 후보를 확정시기를 3월10일쯤 이뤄질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부터는 비례대표 공천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공심위는 압축된 예비후보들을 상대로 여론조사결과와 면접, 서류심사에 나타난 당 기여도, 전문성, 도덕성, 후보적합도 등 더욱 세심하고 공정한 잣대로 공천잡음을 최소화하는데 모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여론조사 반영 여부 및 반영비율 등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 많고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지는 현역 의원들에 대해서도 17대 국회에서의 의정활동 성과와 현역 의원 교체 지수 등을 반영, 공천전쟁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1차 관문 통과자 544명 가운데 ‘친이명박’ 성향 인사가 339명(62.3%)인 반면, ‘친박근혜’ 성향은 79명(14.5%)으로 나타나 MB측근들의 두드러진 약진을 보면서 정치권에서는 박근혜계의 TK지역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은 MB측 인사들이 장악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여기에 정몽준 최고위원의 지역인 울산과 경남지역도 차츰 본격적으로 MB화로 접어들고 있어 박 전 대표측의 위기감은 점점 고조되고 있다.

이미 앞서 공천심사 기준와 관련해 강경하게 ‘김무성 지키기’에 집단탈당 불사 의사를 드러내며 MB측을 압박, 강한 견제에 나섰지만 이후 탈당카드가 없는 가운데 얼마만큼 당내에서 날선 견제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친박계 모임에 모인 의원들.
특히 한나라당 강세 지역 중 부산 경남지역 중심으로 ‘권철현과 이재오’ 의원 간 손잡았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어 더욱 경계심은 증폭된다. 사실 설득력 있는 것이 지난 대선과정에서 권철현 의원은 자신이 모셨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무소속 대선출마에 항의, 단식투쟁을 벌이며 영남권 한나라당내 보수층 결집에 이명박 대통령 쪽에 힘을 보탰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무소속 출마는 위기인 동시에 커다란 기회로 작용했고 눈물을 보였던 권 의원의 단식은 당시의 이 후보와 강재섭 대표가 직접 찾아가 만류하는 등 극적인 연출까지 보이며 일단락됐다.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다선이며 나이가 많은 권 후보지만 권 의원 측은 전혀 걱정 없는 눈치다.

이재오 의원 역시 이미 단수후보로 공천을 확정지은 상태에서 향후 당권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박 전 대표와 차기 대권경쟁을 벌릴 것으로 점쳐져 한나라당내 입지 강화를 최대 목표로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공천 2차 심사에서는 실질적인 현역 의원들에 대한 공천적격성 여부 판정이 이뤄져 영남권 교체 폭이 얼마나 될지 ‘물갈이론’과 10년 야당동안 혼신의 힘을 다한 영남권 중진들의 역할에 대한 ‘역할론’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향후 친박 대 친이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부산 사하갑에 친박 엄호성 의원은 친이측 김해진 인수위 전문위원과 대결양상을 펼치고 있다. 부산 강서을에서도 친박 허태열 의원이 친이 박상헌 인수위 전문위원과 한판승부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 남구을에서는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이 친이 성향의 서영진 선진국민연대 공동대표, 성희엽 전 부산시장 대외협력특보, 정태윤 경실련 정책연구실장 등으로부터 거센 도전장을 받고 있다.

원조보수 김용갑 의원의 불출마 지역인 경남 밀양·창녕은 김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며 박근혜 전 대표 특보를 지낸 김형진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때부터 활약해온 조해진 부대변인과의 한판 승부로 결정지어질 전망이다.

박 전 대표계의 TK지역 사수도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동구을에는 친이 서훈 전 의원과 열띤 경쟁을 펼쳐야한다. 또 대구 동갑에는 경선 때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주성영 의원과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낸 류형우 파티마여성병원장 등 3명이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대구 달서갑은 친박계 박종근 의원과 이철우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손명숙 대구산업대 겸임교수, 홍지만 전 SBS 앵커 등 4명이 승부를 겨루고, 달서을에서는 친박 이해봉 의원이 권용범 뉴라이트전국연합 공동대표, 서영득 변호사 등 3배수로 압축돼 여론조사 등을 통해 공천자가 최종적으로 가려지게 됐다. 대구 북을에는 친박 서상기 의원이 3선 친이성향 안택수 의원과의 한판 승부가 펼쳐진다.

서울지역 서초갑에 확실한 친박 인사 이혜훈 의원은 친이계 이성구 의원과, 경기 파주에서는 친박 황진하 의원과 친이 이재창 의원이 승부를 펼친다. 경기 용인수지는 친박 한선교 의원과 친이 윤건영 의원이 피할 수 없는 한판대결을 펼친다.

“새로운 반전 모색하라”

한편 공천심사 결과는 계파간 안배에 따라 일정하게 조율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4월 총선의 승리는 의석 확보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당의 안정화이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내각 부실인사의 오류는 한나라당 내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행은 안된다는 강한 불신을 남겼다.

특히 MB 측근들의 독주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공천심사과정에서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된다. 수도권과 지방 등 각종 여론의 집중 포화 속에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초기 이명박 정부의 출범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반대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며 쇄신 공천으로 한나라당의 견제세력, 강한 야당이 되겠다는 야당의 비판의 소리는 더욱 힘을 받았다. 특히 4월 총선에서의 모든 것을 던진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제1야당을 목표로 열띤 경쟁 속에 사력을 다하고 나섰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무장해제를 곧 앞에 두고 있지만 당내 분위기상 다시 올라설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내각 부실인사 파동에 따른 민심 이반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공천결과 이후 4월 총선에서 박 전 대표가 특유의 청중을 몰고 다니는 총선 지원 유세를 펼칠 경우 당내 주도권은 민심을 기반으로 한, 박 전 대표 측으로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대 대선 이후 2007년, 제7회 자랑스런한국인대상 정치발전부문 최고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정치스타인 그가 초기 이명박 정부의 흔들림과 한나라당 공천분란 속에 총선 승리의 선봉장으로 나서며 한나라당의 구원자가 될지는 향후 박 전 대표의 정치행로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