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기념식전에서 ‘개국기원 소개’를 맡은 김인걸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2021년, 2022년 2년 연속으로 중국의 요(堯)를 성군(聖君)이라고 칭했다. 

그가 인용한 “삼국유사”의 원문 어디에도 ‘성군’이라는 표현은 없다. 

그는 왜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가?

 단군의 역사유적지인 강화도 참성단 항공사진.    ⓒ강화군청 
 단군의 역사유적지인 강화도 참성단 항공사진.    ⓒ강화군청 

해마다 개천절이 돌아오면, 뜻있는 분들은 개천절에 대통령의 경축사가 왜 빠지냐며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작년도 10월 3일 개천절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기념사로 진행되었다.

한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 대강당에서 열린 작년 개천절 제4354주년(단기 4355년, 2022년) 경축식 기념사에서 “홍익인간과 재세이화의 정신으로 대한민국은 더욱 새롭게, 세상을 더욱 이롭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국사 교과서에서 단군인물 사진과 홍익인간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는데도, 정치권은 이런 문제점 지적 하나도 없이 개천절마다 한가하게 단군, 홍익인간 타령만 하고 있다. 한국사회를 속이고 부패하게 만드는 거대한 카르텔 집단이 또 하나 있는데도 정치권은 눈을 감고 있다.

올 개천절 기념식을 앞두고 작년도(2022년) 개천절 기념식 얘기를 꺼낸 것은 그 날 우리나라의 ‘개국기원 소개’중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개국기원 소개’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맡고 있다. 그전에는 대종교 총전교가 맡아 낭독을 했었다.

작년 10월 25일 제58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인걸 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유튜브 채널 캡처)
작년 10월 25일 제58회 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김인걸 위원장. (국사편찬위원회 유튜브 채널 캡처)

이날 ‘개국기원 소개’를 맡은 김인걸 국사편찬위원장이 “하늘의 신인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있는 것을 알고 환웅을 내려 보내시어 단군왕검을 낳으시니 이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이름하였다. 중국의 성군(聖君)인 요(堯)임금과 거의 같은 시기인 B.C. 2333년에 단군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세워서 홍익인간의 뜻을 널리 펼쳤다는 내용”이라고 말하는 중에 중국의 요를 ‘성군’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성군이라는 표현은 김 국사편찬위원장이 재작년(2021년) 개천절에도 말한 바 있다.

그런데 2020년 개천절 기념식에 나온 직전 위원장인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은 같은 ‘개국기원 소개’에서 “환인의 아들 환웅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이 세상에 내려와 단군왕검을 나으시니 그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워 조선이라 이름하였습니다. 이렇게 세워진 단군조선은 곧 우리 문명의 시작이며 역사의 시원이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요(堯)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그 자리에 ‘우리 문명의 시작과 역사의 시원’을 언급하였다는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

김 국사편찬위원장이 언급한 ‘성군인 요임금’에 대해 “삼국유사”원문은 어떻게 서술했는가? “삼국유사”(고조선기)에 보면, 요임금을 요왕(堯王)이라고도 않고, 그냥 요(堯, 高)라고 하였다. 그럼에도 김 국사편찬위원장은 요를 원문에도 없는 성군(聖君)이라고 극존칭을 덧붙였다.

단군 개국을 경축하는 공식 석상에서 중국의 요를 성군이니, 임금이니 자청해서 부른 것은 국민정서나 예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원문 사료를 과대해석하였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누가 보아도 우리나라 국가 사료의 수집 관리를 맡고 있는 최고책임자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자칫 일반 국민들에게 “삼국유사”원문에 ‘성군 요임금’이라고 서술돼 있다는 오해를 갖게 할 우려가 있다. 그것도 방송3사에서 생중계를 2년째 했으니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그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 공식 국경일 기념식전에서 중국의 요를 ‘성군’이라 칭한 것은 국사편찬위원장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며, 나아가 사대주의적 망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이 올 개천절 기념식에서는 재발되지 않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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