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로 늘어나고 있는 자살과 생계형 범죄

전기료,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이나 임대료 같은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돈을 내지 못하는 서민들도 늘면서 극심한 경기불황에다 유가 상승 등으로 서민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먹고살기 위해 저지르는 생계형 범죄와 함께 자살도 잇따르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일자리마저 줄어들어, 빈곤층이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기 연체가구 89만3272가구, 서울 상수도미납률 3.8% 증가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에서 전기요금을 연체하고 있는 가구는 89만3272가구로, 98년 12월 58만6614가구에 견줘 1.5배 이상 늘어났다. 대구의 영세민 2200여 가구는 3개월 동안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전기가 끊길 형편에 놓였있고 대구지역의 4000여 가구는 도시가스 요금도 못내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서울지역 임대아파트 임대료 체납률은 2002년 18%에서 올해 6월 현재 22.2%로 급증했으며, 가정용 상수도 요금 미납률은 지난해 3%에서 올해는 3.8%로 늘어났다. 올 들어 10월 말까지 실업급여 수급자는 50만5천여명으로 지난해 한해 수급자 43만3천여명보다 7만여명이나 증가했고, 경제적 어려움과 이혼 등 가정불화가 겹친 가정이 늘면서 기혼모들이 영아(3~6개월)들을 사회복지시설에 맡기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사회복지 관계자는 “3년 전만 해도 미혼모 아이들이 90% 이상이었으나, 현재 104명 가운데 기혼모가 맡긴 아이들이 50%에 이른다”고 말해 서민들의 한계상황을 여지없지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생활고의 한계에 내몰린 서민들이 급기야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 “감옥에 가서 하루 세끼 밥이라도 먹여달라” 호소 사업을 하던 남편 회사의 부도로 남편이 도피하자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문모(32,여)씨는 지난 1일 오후 2시 경 경남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큰딸(10) 작은딸(9)과 함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일이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경찰은 “문씨가 주변의 소개로 일을 했으나 수입이 적어 아파트마저 경매에 넘어갔다”며 “사고 직후 집에 가 보니 냉장고에 먹을 것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 지방에서 대학을 나와 서울에서 셋방살이를 하던 박아무개(27)씨는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홍아무개(67)씨 집에 흉기를 들고 들어갔으나 홍씨의 설득으로 30만원을 받고 집을 나왔다. 그러나 박씨는 20여일 뒤 생활고에 시달리자 서울 종암경찰서를 찾아가 “차라리 감옥에 가서 하루 세끼 밥이라도 먹여달라”며 자신의 범죄를 털어놨다. 그는 “먹고살기 힘들어 자살을 하려다 겁이 나서 못했다”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살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인구 10만명당 19.9명으로 절정에 이르렀다가, 이후 감소해 2000년 14.6명까지 떨어졌으나 2001년부터 다시 증가세를 보여 2002년 19.1명, 지난해 24명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은 경기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올 들어서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탱크로리에서 영업영 액화석유가스(LPG)를 훔치려다 경찰에 붙잡힌 박모(68)씨와 아들(40)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졌다. “며느리 붕어빵 장사를 하는데 연료가 필요해서 그만...” 박씨 부자는 탱크로리 운전경력이 각각 45년과 10년이나 된 LPG 15톤 트럭 운전 기사들. 생활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지자 박씨 며느리도 최근 인천 한 대학교 부근에서 최근 붕어빵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들은 자신의 아내가 붕어빵 장사에 필요한 연료 값이 만만치 않다며 고민하는 모습을 1주일전부터 목격하자 운전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내의 고민을 덜어주기로 결심한 아들은 지난달 30일 오전 4시께 출근길에 아버지에게 “탱크로리에서 가스를 훔치자” 제안으로 박씨 부자는 바로 2㎙ 길이의 호스와 가스통 1개를 준비한 뒤 실행에 옮겼으나 탱크로리내 가스는 나오지 않았다. 압력차에 가스가 들어차 있어 특수장비가 필요했던 것. 결국 이들은 계속해서 연료를 빼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던 중, 때 마침 단속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생계형 범죄가 늘고 있는 추세”라며 안타까워했다. 찰은 박씨 부자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한 지난달 26일 오전 11시경 서울 마포구 망원동 P마트에서 쇠고기 두 근을 훔쳐 나오던 허모씨(63·여)가 붙잡혔다. 허씨는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1일 대구에서는 주차 중인 트럭 등에서 상습적으로 기름을 훔쳐 온 택배차량 운전사 이모씨(29)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씨는 경찰에서 생활 형편이 어려운 데다 기름값이 너무 올라 훔친 기름을 자신의 승합차 연료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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