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공화국’ 타이틀 빨리 떨굴 수 있는 날이 오길

대한민국 심장부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세종로 종합청사가 불길에 휩싸였다. 다행히 건물 전체로 번지지 않았다. 인명피해도 없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사 풀린 공직사회’란 비난을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뿐만 아니다. 대한민국의 혼이 깃든 국보1호 숭례문은 한 방화범의 소행으로 지난 10일 전소됐다. 그런가 하면 20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에선 헬기가 추락하며 7명이 사망했다. ‘태안기름 유출사고’와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연이은 사고가 발발하고 있다.

국민들은 ‘패닉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12월부터 불과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여섯 건의 대형사고가 일어났다. 사고와 안전불감증에 대한 공포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두려움을 심어주고 있는 형국이다.

안전불감증에 빠져 버린 대한민국은 그럼에도 책임공방에 있어서는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사고 책임자들은 ‘네 탓’을 외치며 어떻하면 책임공방에서 벗어날 지에만 혈안되어 있다. 사고후유증 치유나 재발방지는 뒷전이다. 나사가 풀려도 너무 풀린 셈이다.

당사자들은 별다른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대재앙에 어이 없이 하는 국민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모습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심정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정부와 사고 책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대형사고가 가져다주는 후유증과 위기감이 생각하는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정부와 그들은 알아야 한다.

대형사고는 일단 대한민국이란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이 뿐만 아니다. 한국인이란 자존심도 상하게 한다. 국가 신인도도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가경쟁력을 좀 먹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집계한 안전사고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액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에만 경제적 손실액이 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할수록 사회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셈이다.

지금은 ‘누구 탓’을 할 때가 아니다. 붕괴된 위기관리시스템을 복구할 때다. 대형사고에 앞서 일어나는 일련의 ‘위기 징후’에 관심을 기울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도 있다. 위기관리시스템을 정비하고 별도 사고 발생시 신속히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인명을 보호하는 메뉴얼을 갖추는 한편 훈련도 지속돼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실추된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회복되지 않을까. 또 안전사고 등에 대한 공포현상으로 발생되는 불필요한 비용 발생을 줄여 추락한 국가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터져 나오면서 얻은 ‘재난공화국’이란 타이틀을 빨리 떨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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