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 받겠다” 공언
김기현 “범죄 혐의자가 마치 영웅이 개선하는 듯한 모습”
하태경 “정치싸움으로 몰고 가는데, 체포동의안 날아올 것”

17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17일 이재명 대표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했는데, 그간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에 이어 이번이 4번째 검찰 출석으로, 이전과 달리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체포동의안 부결로 저지하는 ‘방탄 국회’를 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공언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 안 열릴 것” 공언한 이재명

이 대표는 이날 검찰 조사 받기 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번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동행하지 않았으나 선거유세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몰린 수백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마이크가 있는 단상에 올라가 14분간 1900자에 달하는 입장문을 읽어 내려가며 사실상 여론전에 나선 모습을 보였다.

주로 현 정권과 자신을 수사하는 검찰을 비판하면서 스스로 결백을 호소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는데, 주목할 만한 부분은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는 국회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회기 중 영장 청구해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는 포기하고 당당하게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밝힌 점으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의미여서 실제로 이행할지 여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이전에 서울중앙지검 출석 당시 기자들과 길게 질의응답을 이어갔던 모습과 달리 이날 이 대표는 서면 진술서를 제출하고 묵비권을 행사할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은 채 변호사만 대동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는데, 앞서 전날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진술서 요약본과 박근혜 대통령 주재 회의 자료와 공문 등을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검찰 측 주장에 대해 반박에 나선 바 있는 만큼 이번 조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백현동 개발 과정에서 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 부지로 한꺼번에 4단계 용도 상향한 데 대해 검찰은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캠프 출신인 김인섭 씨가 민간업자 측에 함께 한 뒤 용도변경이 이뤄진 만큼 민간업자 측 로비가 있었다고 보고 있지만 이 대표 측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토부 요구대로 이행한 것에 불과하다는 반론을 펴고 있는데, 다만 검찰은 2014년 12월 국토부가 “도시기본계획은 도시의 장래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정책계획임을 고려해 귀 시에서 적의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고 성남시에 전했던 데 비추어 결국 개발이 성남시 뜻대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검찰 관계자는 이날 이 대표가 발표한 입장문 내용까지 겨냥한 듯 “1원의 사익도 추구한 적 없다는 이 대표 발언은 배임 법리와는 관련이 없다. 청탁을 받고 고의적으로 (성남시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함으로써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줬다면 업무상 배임”이라며 “백현동 개발과 관련해 인허가 특혜가 제공된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인허가권자로서 결재한 게 확인됐기 때문에 입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특혜를 제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나 동기, 승인 및 결재한 과정과 관련해 이 대표 입장을 듣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체포동의안 표결, ‘역풍’ 불 수 있어 부득불 ‘배수진’ 선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핵심 쟁점사안을 둘러싼 양측 공방과 별개로 일단 검찰의 기소 의지가 강하다고 보는 이 대표로선 머지않아 검찰이 반드시 영장 청구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혐의와 관련한 본인의 자신감 여부와 별개로 친·비명계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당내 상황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미 지난 2월 28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놓고 국회에서 표결했을 당시에도 당시 169석의 민주당 의원 중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왔으며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심지어 체포동의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1표 더 많이 나올 정도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최근 대의원제 폐지와 공천 룰 혁신안을 혁신위원회가 발표하는 등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 현역의원들이 더 반발할 요인이 불거진 상태에서 표결해봐야 체포동의안 부결을 확신하기 쉽지 않다는 고민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법무부장관 출신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지난 16일 오후 YTN라디오 ‘신율의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집행에 나설 시점에 대해 “이 대표가 17일 백현동 건으로 소환되고, 22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공판 결과를 당연히 참작해야 될 것이니 9월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싶다”며 “이 대표는 ‘영장이 청구되면 판사 앞에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겠다’고 했고 민주당 의총에서도 정당한 영장 청구를 전제로 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역사와 국민 앞에 당당히 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비회기 중엔 체포동의안을 표결할 필요가 없다. 검찰이 자신 있다면 비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라”며 내달 정기국회로 넘기지 말고 이달 임시국회 중 영장을 청구하라고 검찰에 촉구했는데,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해 표결에 들어갈 경우 자칫 당내 친·비명계 간 계파갈등만 한층 불붙일 계기가 될까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를 25일께 마무리해 6일 정도 비회기 기간을 남겨두길 바라고 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국회법대로 회기기간은 31일까지이기 때문에 그대로 가야 한다며 상반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상황인데, 더구나 검찰이 비회기 중 영장 청구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일축한 채 의도적으로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보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선지 친명계로 꼽히는 박찬대 최고위원도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국회 회기 중 체포동의안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표결이 이뤄질 텐데 당론으로 가결 입장을 정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의견도 아마 많기 때문에 자유투표에 맡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하면서도 비명계를 겨냥 “전당대회를 통해 뽑은 당 대표에 대해 소수의 의원들이 지금 끊임없이 흔들어대고 있다. 단결을 지금은 보여주면 어떨까”라고 ‘뼈 있는 말’을 던지기도 했다.

또 박 최고위원은 익명의 친명 인사가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최소한 12월 말까지는 당 대표를 무조건 갖고 가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만에 하나 영장이 발부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는 플랜B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속이 결정되면 민주당에 심각한 위기”라며 “공개적으로 논의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고민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고, 급기야 ‘구속 상황이 돼도 당 대표 중심으로 결속하는지’ 묻는 추가 질문엔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고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필요하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옥중 지휘’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운데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루하게 끌고 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로 본다. 이미 국민은 총선까지 끌고 갈 것으로 말하고 있다”며 “명백한 증거와 사실관계 바탕으로 수사하여 더 끌지 말고 신속히 마무리 하라”고 검찰에 촉구한 데 이어 같은 당 박성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질질 끌면서 소환과 압수수색 반복하고 언론 플레이로 국민 눈을 돌리려는 정치수사 지겹다. 잼버리 대회 파행, 고 채 상병 사건, 오송 참사, 양평고속도로 종점 의혹, 이동관 방통위원장 지명 등 정권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니 야당 수사로 곤궁함을 벗어나려고 하나”라고 역공에 돌입했다.

◆ 與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는 약속 지킬지 지켜볼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반면 여당에선 이날 이 대표가 검찰에 출석하면서 발표한 입장문 내용까지 일일이 지적하는 등 ‘맞불’ 여론전에 나섰는데,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푼의 사익도 취한 적 없다고 강조했으면 무엇이 두려워 그토록 방탄해온 것인가. 오늘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심사받겠다고 이 대표가 약속했는데 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스스로 출석해 심사받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오늘의 약속을 어떻게 지킬지 지켜보겠다. 이 대표가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게 이번 생의 소명이라 믿는다면 방탄을 포기하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그 시작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뿐 아니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현동이 반독재투쟁이냐? 개딸들 입장에서야 이 대표가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국민 눈에는 부패정치인의 검찰 출두일 뿐”이라며 “이 대표 본인은 4번째 검찰 소환이라고 호들갑 떨고 있지만 4번이나 조사 받을 만큼 죄가 많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 대표가 낭독한 본인의 입장문은 오늘날 민주당의 정치적 위선을 압축한 증거로서,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고 이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까지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사건의 실체는 민관이 합작한 권력형 대규모 토건비리개발사건이고 권력형 토건비리 범죄 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출석하는데 마치 영웅이 개선하는 듯한 모습”이라며 “이 대표의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낸 최측근이 이미 로비스트로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됐고 민간업자가 수천억의 특혜를 취했다. 그 과정에서 서민용 임대아파트 비율은 축소돼 결국 서민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방법으로 특권층이 폭리를 취한 게 이 사건의 실체이며 이런 일들은 이재명 당시 시장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이라고 이 대표를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그래놓고서도 사죄나 반성,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없다. 1년 전 온갖 비리 혐의를 가진 인물이 제1야당 대표가 된 다음 대한민국 제1야당은 방탄정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이 대표는 자신의 범죄 혐의 리스크에 당 전체가 허우적대는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10번이라도 소환조사 받겠다는 그 당당함으로 오늘 받는 조사부터 성실히 임하라.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며 뒤로 묵비권 행사하거나 진술서로 갈음하는 꼼수가 나오지 않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는데, 이는 사실상 기소에 무게를 실은 검찰보다는 향후 재판에 가서 다퉈보겠다는 구상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하태경 의원은 아예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6개월 전에 이미 사회에서 격리됐어야 할 사람인데 구속될 것 같으니까 (당시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가결) 막은 것이다. 백현동 건도 법리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자꾸 정치싸움으로 몰고 가는데, 구속사유가 되고 (9월 중순까지는) 체포동의안 날아올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 같은 전망대로 늦어도 내달 중 구속영장이 청구될 경우 과연 이 대표가 이날 호언했듯 ‘방탄 국회’를 하지 않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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