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風, 당 내부 갈등 진화, 잠재적 라이벌 견제 동시작업(?)

한나라당이 당명을 바꾸기로 결정하고 최근 새로운 명칭 공모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치권의 관심은 당명 개정이 박근혜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거대한 당 개혁 청사진의 첫 출발점이라는 데 모아진다. 박대표는 이미 지난 11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여러 프로그램과 함께 당명을 바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명 개정은 그 중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한나라당 최대의 적은 안일함이다. 가족과 친구를 빼고는 다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한나라당도 살고 나라도 살릴 수 있다". 당의 씽크탱크를 책임지고 있는 박세일 여의도 연구소장의 일성이 그래서 더욱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부친은 근대화, 딸은 선진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대통령이 재임 기간 전면에 내세웠던 구호는 '산업화·근대화'라 요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대표와 당 정책팀이 준비하고 있는 개편 프로젝트가 '선진화'로 집약되고 있음은 '이상해 보일 것도,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평이다. 박대표는 이와 관련, "이제 우리의 과제는 선진화를 항해 다시 한 번 힘찬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면서 "우리나라가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해야할 3가지 과제는 부국안민, 국민대통합, 법치주의 확립 등 3가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범 여권을 '반 선진 세력'으로 규정하고 공세를 취할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동안 '반개혁세력'으로 몰리며, 이미지 개선에 골몰해야 했던 상황을 공세적으로 반전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과거사 진상규명법 등은 그 연결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5대 과제' 지난 가을, 당 씽크탱크가 작성한 문건은 박대표의 구상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이 자료 역시 현재의 가장 큰 화두로 '21세기형 선진화'를 꼽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지향해야 할 두 가지 큰 줄기로 이념정당과 국민정당을 제시하고 있다. 문건은 "정당에 있어 기본적으로 사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당은 이념정당적인 성격이 대단히 취약하다"면서 "오히려 이익 정당적인 성격이 컸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문건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당의 선진화를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한 방안을 언급한 대목이다. 크게 ▲당명 변경 ▲정강정책 대폭 업그레이드 ▲당의 선진화 비전 제시 ▲선진화 세력 대대적 영입 ▲새로운 '당풍 운동과 의식개혁 운동' 등 5가지가 제시됐다. 여의도연구소 박세일 소장도 "오늘날 한나라당의 구성원이나 리더십, 그리고 운영은 결코 과거 한나라당이 아니지만, 국민들은 당명을 접할 때마다 아직도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역사적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려면 당의 컨텐츠와 당명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새로운 영입인사 전략과 관련, 문건은 "특히 지역별, 계층별, 세대별로 당이 취약했던 분야에 우선 집중적인 영입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뼈를 깎는 아픔으로 100% 자기 개혁과 자기 쇄신을 해야 살 수 있다"고 당풍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문건을 통해 볼 때 최근 한나라당의 당명 공모는 '당 개혁 청사진'이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겨졌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박대표는 자신이 대표로 선출된 올 초 전당대회에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았다'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하며 '단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눈물로 지지를 호소했다. 한나라당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게 당시 그의 말이었고, 이는 곧바로 유례를 찾기 힘든 '천막 당사' 생활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지금까지 박대표가 이뤄낸 당 개혁 작업은 미미했다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평가다. 한 관계자는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는 시점과 맞춰 여야의 내부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권은 내년 초의 전당대회가, 한나라당은 당 개편 작업이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당내 차기 대권후보 0순위기도 한 박대표로선 이 과정을 통해 잠재적인 라이벌들을 견제하고, 질서 잡기에 들어갈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이미 당내는 소장파의 '수요모임'과 보수그룹의 '자유포럼'이 팽팽히 맞서는 등 예전의 갈등 조짐이 재현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대표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박대표가 당 정치 발전위 연찬회에서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서 상향식 공천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견제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명 개정 등 박대표의 개혁청사진이 현실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박세일 소장 조차도 "현재로선 50대 50이다"면서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해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무엇보다 가장 큰 관건은 내년 재보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마의 35%를 넘어설 수 있는지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당 지지율이 1위라고 하지만, 30%를 넘지 못하고 있다"면서 "박대표가 마의 35%대를 끝끝내 넘지 못한다면 전통적이고 고정적인 지지자들조차 대안 찾기에 눈을 돌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대표가 실현하고자 하는 당 개편 작업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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