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공천화상’ 아직 식지 않았다

▲ 지난해 4월6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재보선 선거관련 당대표실을 점거해 농성하고 있다.
공천문제로 뜨겁게 달궜던 한나라당 갈등이 일단은 봉합 국면으로 돌아섰다. 대선이란 거대한 산을 넘었지만 당내 지분을 놓고 ‘친이’-‘친박’간 계파싸움이 도를 넘었다. 여기에 박 전 대표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신청 여부를 놓고 ‘친박’계의 반발로 내홍차원을 넘어 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 갈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공천신청을 허용키로 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으로 갈등은 일단락 됐다. 이제 한나라당은 대선 압승의 여세를 총선으로 몰아간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번 총선에서 개헌선인 200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창조한국당 등의 움직임에 따라 한나라당의 총선 결과에 변수가 따르겠지만 무엇보다 당내 계파간 갈등을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 승리란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한나라당의 공천 문제로 갈등이 정점에 이른 것은 제 17대 대통령 선거 직후인 지난해 12월 29일,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이 박근혜 전 대표 측을 겨냥해 “경선이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경선하는 걸로 아는 사람들이 있다”고 박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박근혜-이재오 최고위원 간의 갈등이 정점에 이르렀다.

이방호, 공천갈등 재 점화

이후 이재오 의원과 박근혜 전대표의 갈등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하던 한나라당의 내분 사태는 이방호 사무총장의 40% 물갈이 라는 뜻밖의 발언으로 또다시 폭풍에 휘말렸다.

이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 측과의 갈등으로 ‘토의종군(土衣從軍)’을 선언하며 최고위원직을 내놓고 결국 물러났다. 이후 이방호 사무총장의 `40% 공천 물갈이' 발언을 둘러싼 이명박 당선자측과 박 전 대표측 공방이 이어지면서 공천과 관련된 갈등이 이어졌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중국을 방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재오 의원이 또 다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계보 챙기기’ 발언을 하면서 양측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고 말았다. 여기에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갈등을 촉발했다.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사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으로 최종심에서 형이 확정된 경우 공직 후보자 추천 신청자격을 불허한다는 당규 3조 2항을 들고 나왔기 때문. 이 와중에 당권을 쥐고 있는 강재섭 대표까지 가세했다.

강 대표는 ‘조율’을 공심위에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문제의 규정을 원칙대로 적용키로 결정한 공심위 결정에 불만을 품고 당무를 거부, 칩거해 왔다. 그리고 심야기자회견을 자청, 이방호 사무총장을 ‘찍어내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친이’측 인사들은 격앙하면서 ‘강재섭 퇴진론’까지 불거지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공천 갈등 일단 봉합 국면

이 당선인은 어떻게든 갈등을 수습하지 않으면 안 될 국면을 맞이하게 되고 결국 신정부 출범 후로 이런 여러 현안이 밀리게 될 것으로 판단, ‘봉합’쪽에 무게를 두었다.

또한 이번 총선 공천을 놓고 집단행동도 불사했던 ‘친박’계와 ‘친이’계의 치열한 신경전이 금고 이상의 전력자는 공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하고 벌금형은 공천신청을 허용키로 한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친박’측이 수용키로 입장을 정리하면서 갈등은 일단락 됐다. 박 전 대표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이 사실상 가능해졌기 때문. 이로써 파국 일보직전까지 치달았던 한나라당내 공천 갈등이 외견상 잦아들고 평온을 되찾은 듯하다.


친이’측 갈등 촉발...‘친박’측“탈당까지 갈 수도 있어”경고
‘친박’측 “이 당선인 측 향후 태도 중요” 갈등 여지 충분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 당선인측이 고도의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 당선인은 대선이 끝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 (2월 임시) 국회에서 정부조직법도 바꿔야 하고 총리 임명해서 모든 각료들 (인사) 청문회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에 공천 문제가 겹치면 공천 안 된 국회의원이 거기 나와서 일을 하겠느냐”고 말해 공천 연기를 시사 한 바 있다.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한 만큼 대통령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 당선인이 진정성을 가지고 ‘통합의 리더십’을 보이지 않고 정치공학적 계산에 따라 ‘여의도식 정치’를 보인다며 박 전 대표가 크게 실망했다. 대선이 끝난 상황에서 총선을 놓고 한나라당이 논공행상을 구실로 내분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후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를 만나 공천을 미루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금 간 신뢰…공천까진 ‘살얼음’

부패전력자 공천신청 불허 당규의 해석을 둘러싸고 파국 일보직전까지 치닫던 한나라당내 공천 갈등이 일단 봉합됐다. 문제가 됐던 박 전 대표 좌장격인 김무성 최고위원의 공천이 사실상 가능해졌기 때문.

박 전 대표는 이에 대해 “당 발전이나 정치 발전을 위해 당 대표가 공정하게 하리라 믿고, 당 대표께 맡기기로 했다”고 수용의 뜻을 밝혔다.

한 친박 의원은 “(친이측을)한 번 믿어보자”면서 “(그러나)이 당선인 측의 향후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 지난해 4월5일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재보선 공천과 관련해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공천자 발표. 4.82대1의 사상 최대 공천 경쟁률을 보인 한나라당은 12일부터 서울지역을 시작으로 18대 총선 공천신청자들에 대한 서류 심사와 더불어 개별 면접심사를 시작했다. 공심위는 다음달초까지 공천자를 내부적으로 확정한 뒤 다음달 10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공천갈등은 더 이상 수면위로 떠오를 조짐이 없어 보이면서 공천 갈등의 파고는 외견상 잦아들고 평온을 되찾은 듯하다.

그러나 당내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언제든지 또 다른 문제로 공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은 있다. 근본적으로 양측의 대립은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제로 섬 게임의 양상인데다 박 전 대표 측은 공천의 주도권을 쥔 이 당선인 측에 대해 여전히 뿌리깊은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공천 심사 과정에서 김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박 인사들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재연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다.

박 전 대표 측은 “한 번만 더 구석으로 몬다면 그때는 정말 가만히 있지 않을 수 있다”는 기류이고, 이 당선인측 역시 “매번 양보하고 끌려가야 하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나라당의 공천 갈등은 일단은 타협에 무게를 두겠지만,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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