太 사퇴 높이 평가한 국민의힘…민주당 “太, 윤리위 심사 아니라 검경 수사 받아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자진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여러 논란으로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태영호 의원이 10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직을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 ‘지도부 리스크’로 압박 받아온 국민의힘이 일부 부담을 덜어낸 모양새인데, 이를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공세가 한층 강화되고 있어 정국 주도권 잡기에 성공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직 내려놓은 태영호 “사전 소통? 없었다. 제 결정”

그간 ‘제주 4·3은 북한 김일성 지시’ 주장과 SNS에 올린 ‘JMS(쓰레기·돈·성) 민주당’ 글,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을 옹호하는 말을 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녹취록 유출로 불거진 대통령실 공천 개입 논란 등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태 의원이 징계 결정 당일인 10일 오전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당에 부담 주고 싶지 않다”며 백의종군하겠다고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퇴장해 자진사퇴할 것으로 전망됐었는데, 이 시점에 자진사퇴를 결정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10일 회견에서 “맞다. 제 일탈 때문에 일부 최고위원들까지 불만이 큰 것을 보면서 저 때문에 주변 분들이 마음의 부담을 져선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혀 취임 1주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 오찬 회동에 최고위원들은 초청하지 않은 데 대한 일부 불만이 당내에서 터져 나온 상황도 스스로 거취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 중 하나였음을 내비쳤다.

이처럼 윤 대통령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 상황을 의식한 듯 태 의원은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못을 박았으며 자진사퇴 결정하기 전 당 지도부나 대통령실과 소통했는지 묻는 질문에도 “없었다”고 일축한 뒤 “어제 저녁부터 여러 번 생각했고 오늘 윤리위가 열리기 때문에 저를 지지해준 지지자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최종적으로 오전 9시에 기자회견장을 예약했다. 제가 사퇴하는 길만이 현 시점에서 당과 정부, 당원들 기대에 맞는 일이라 판단하고 오늘 아침에 결정했다”고 지지자들 외엔 사전 협의한 바 없이 스스로 결단 내렸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태 의원은 향후 행보에 대해서도 “어떤 특정한 것을 정해놓고 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제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은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사적 사명을 놓고 긴 호흡으로 뚜벅뚜벅 가겠다”며 초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앞서 지난 3일만 해도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며 자진사퇴는 없다는 듯 결연하게 외쳤던 자세와 사뭇 달라진 점을 꼬집어 ‘공천을 염두에 두고 굴복 없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굴복 없다고 한 것은 저에 대한 모든 악의적 프레임과 공격에 대한 것으로 그 점에선 변함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렇듯 태 의원이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고 강조하면서 스스로 퇴진함에 따라 다행히 ‘반쪽 지도부’ 처지가 될 부담을 일부 해소하게 된 국민의힘에선 안도하는 분위기인데, 만일 둘 모두 최고위원직을 끝내 내려놓지 않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을 경우 ‘사고’ 상태가 돼 두 자리나 공석으로 놔둬야 하지만 자진사퇴를 하게 되면 ‘궐위’가 되기에 당헌·당규상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당초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앞서 이날 오전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어설프게 당원권 정지해서 절름발이 최고위원회의를 만들 필요가 뭐 있나. 잘라내고 전국위원회를 통해 보궐선거해서 중량감 있는 사람들을 모시는 게 맞다”며 ‘탈당 권유’라는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김기현 “太 사퇴 결단, 당과 정치 여건상 잘한 선택”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8번째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국민공감 8번째 모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일단 태 의원의 자진사퇴 소식을 접한 당내 인사들은 대체로 호평을 보내고 있는데, 김기현 대표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배현진 의원실이 주최한 ‘K-웰니스 국가전략산업으로 정책토론회’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이) 나름대로 여러 가지 큰 고민을 했다고 생각한다. 당을 위해, 정치적인 여러 여건을 잘 고려해 선택한 것”이라며 오는 11일 최고위원회의도 “열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비록 김 대표는 ‘태 의원이 당의 부담과 공천 여지를 고려해 자진사퇴한 것 같다’는 질문엔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정보가 없다”며 말을 아꼈으나 ‘중앙윤리위원회의 결정이 당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윤리위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아울러 같은 날 국민의힘 중앙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인 전주혜 의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 의원의 자진사퇴에 대해 “윤리위원회의 일원으로서 이런 정치적 책임을 지려는 자세가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오늘 윤리위 징계 수위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태 의원에 대한 징계 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당원권 정지 3개월이나 경고 정도로 징계 수위가 낮아진다면 일단 태 의원으로선 공천 신청할 기회는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전 의원은 태 의원과 달리 끝까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겨냥한 듯 “태 의원은 태 의원대로 저희가 판단하고, 김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대로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며 압박했는데, 징계 심사 원칙에 대해 묻는 질문엔 “당 지도부 일원인 최고위원의 말 한마디는 일반의원이나 당원과 무게가 굉장히 다르다. 여러 실언의 무게감과 당 지지율 악화에 영향을 끼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으로선 지지율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실정인데, 당장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 6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에게 실시한 ‘내년 총선에서 투표할 지역구 후보의 정당’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을 찍겠다는 비율은 25.1%, 민주당을 찍겠다는 답변은 25.6%를 나왔으나 아직 결정 못했다는 응답은 이들보다 높은 40.2%로 나타나 ‘부동층’을 먼저 잡기 위해선 우선 자당 내 악재부터 신속하게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속도전에 들어가야 하는 국민의힘에선 당장 오는 11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에서 태 의원의 사퇴로 치러질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태 의원 사퇴 시점인 이날을 기준으로 보면 당헌 제27조 3항에 의거해 오는 6월9일까지는 궐석이 채워져야 해 임기가 2025년 3월까지인 최고위원 보궐선거는 내달 초에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 민주당 “太, 의원직 내려놔야…사퇴로 수사 당위성 커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의 모습. 사진 / 권민구 기자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 이번 논란을 고리로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고 있는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실이 공천을 언급한 적 없다고 태 의원이 일축하는 데 대해 “태 의원이 그걸 부인하는 것은 목에다 칼을 들이대고 있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공천 개입이 실제로 없었으면 태 의원이 이걸 전파할 목적으로 그런 대화를 했느냐를 따져봐야 하고 이게 완전히 허위인지 사실인지 판단할 능력 자체가 윤리위에 있는지도 의문”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태 의원 등) 그분들이 내쳐진다 해서 더 나은 분이 올 것이냐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에서도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같은 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태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도 대통령실 의중에 따른 것 아니냐. 대통령실의 공천개입 의혹을 덮으려는, 눈 가리고 아웅하겠다는 작태”라며 “윤리위 징계를 미룬 것 자체가 ‘정치적 플리바게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공천 개입 의혹으로 대통령실의 심기를 거스른 태 의원의 징계를 왜 미뤘겠나”라고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권 수석대변인은 “공천개입 녹취록부터 최고위원직 사퇴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과정을 태 의원의 일인극이라고 여길 국민은 없다. 잘못을 뒤집어쓰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되, 윤리위 징계는 내년 총선 공천의 길을 터주는 정치적 거래로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며 “민주당은 공천 개입 의혹은 당 윤리위 심사가 아니라 수사대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는데 오늘 태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로 수사 당위성이 더 커졌다. 검찰과 경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발 더 나아가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태 의원은 민심과 국민 상식이란 대한민국의 역린을 건드려놓고 일언반구 사과와 해명 없이 최고 권력만 바라보고 아무 의미 없는 최고위원직만 내려놓은 것은 방식도, 내용도 틀렸다. 최고위원 뿐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며 태 의원에 대한 압박수위도 높였는데, 정의당에서도 김희서 수석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사퇴 선택한 것은 반성의 뜻 없이 당원권 정지와 공천 박탈을 막아보려는 정치쇼에 불과하다. 태 의원은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을 사과할 게 아니라 국민과 한국 정치에 누를 끼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태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 같은 공세는 태 의원이 반드시 공천을 받을 만한 확신이 있었을 경우 가능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난 9일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시민단체가 윤 대통령과 이진복 정무수석을 고발한 사건을 특별수사본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데다 태 의원에 대해서도 동 시민단체가 지난 8일 ‘쪼개기 후원금 의혹’을 공수처에 고발했던 만큼 과한 해석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데, 이철규 사무총장도 지난 9일 MBN ‘정치와이드’에서 “공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점에서 태 의원 자진사퇴와 총선 공천을 거래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얼마나 여론에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는 미지수다.

특히 민주당도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 등으로 여당의 공세에 직면한 가운데 여당 의원을 향해 의원직 사퇴 등 수위 높은 공세를 지속할 경우 똑같이 역공을 받았을 때 이를 피하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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