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견제 위해 野 뽑겠다”가 오차범위 밖 앞서…尹 부정평가, ‘경제’ 지적 높아

4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도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4일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도 제1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내년 4월 10일 있을 22대 총선까지 이제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여러 여론조사에서 공통적으로 국정안정론보다 정부견제론에 무게를 싣는 기류가 나타나고 있어서 당정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당정, 총선 적신호? ‘野 지지’ 답변 높아…‘경제·독선’이 원인?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자 최근 여러 여론조사기관에선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 중 어느 쪽 후보에 표를 줄 것인지 묻는 조사를 진행했는데,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국정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보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이 더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에게 실시한 내년 총선 결과 기대를 묻는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부 견제론은 50%, 정부 지원론은 36%로 나왔고 3월 1주차 조사와 비교하면 지원론은 6%P 하락한 반면 견제론은 6%P 올랐다.

이 뿐 아니라 에브리씨앤알이 폴리뉴스, 에브리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내일 총선 투표일이라면 어느 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고 질문한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민주당 후보 48.3%, 국민의힘 후보 33.6%, 정의당 후보 3.8%로 나왔으며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 지지도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4.7%P로 나타났고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윤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도 긍정평가는 32.4%, 부정평가는 62.9%로 집계됐다.

또 여론조사 전문기관 넥스트리서치가 지난 8~9일 SBS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에게 실시한 22대 총선 선호도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여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은 36.9%에 그친 데 반해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은 49.9%로 이 역시 오차범위 밖 격차를 보였다.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도 긍정평가는 30.1%인 반면 부정평가는 그 두 배인 60.9%로 나왔는데, 윤 대통령에 대해 부정평가한 이들이 꼽은 주요 이유로는 ‘경제와 민생 등 국정운영 부실’이 30.7%, ‘독선적인 일 처리’가 30.1% 순으로 나왔다.

이밖에 ‘정부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를 물은 조사에서도 ‘글로벌 경제위기 대응’이 33.8%로 가장 높았으며 한미정상회담 우선 의제로 꼽는 사안에 대해서도 ‘반도체·전기차 지원 법안 등 경제 현안’이 과반인 54.5%로 나왔고 윤 대통령 긍정평가 이유로 가장 많이 꼽혔던 ‘한미일 3국간 협력 강화 등 외교 현안’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21.1%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당시 역대 최소 격차로 신승한데다 집권 1년 넘게 여전히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이어지고 있고 제1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쟁점법안에 대한 본회의 직회부 등 다수의석을 적극 활용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어 실상 ‘힘 있는 정부’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작 내년 총선에서 ‘정부 견제’를 꼽는 여론이 더 높고 윤 대통령을 부정 평가하는 이유로 ‘독선적인 일 처리’를 꼽았다는 데에서 입법부보다 현재 집권 중인 행정부의 대응에 민심은 더 엄격한 잣대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윤 대통령 스스로도 지난해 7월 20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에도 지지율이 하락 중인 상황이지만 “지지율 0%, 1%가 나와도 바로잡아야 할 것을 제대로 바로잡고 싶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평소에 물러서지 않는 승부사적 기질을 보여 왔던 데다 최근에도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야당에 직접 맞대응하는 자세를 취하는 부분이 ‘독선’이라는 부정적 인상을 주게 만든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 지지율 흔드는 ‘경제’ 문제, 전 정부 비판보다 해법 제시 필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시사포커스DB

아울러 경제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점은 수출상황을 비롯해 여러모로 어려운 경제상황 때문인 것으로도 보이는데, 집권한지 만 1년이 갓 넘어간 가운데 유권자들은 정권을 교체시키면서 기대했었던 수준에 윤 정부가 못 미친다고 판단하자 벌써부터 ‘정부 심판론’에 힘을 싣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념적 측면보다 중립적 이슈에 더 민감한 중도층의 경우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체로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상기 여론조사 중 넥스트리서치 조사에선 윤 대통령 긍정평가가 21.8%에 그쳤으며 내년 총선에서도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이 60.8%로 나왔고, 에브리씨앤알 여론조사 역시 중도층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과반인 51.9%로 나와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하겠다(26.6%)는 답변을 크게 앞섰다.

공교롭게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조차 11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경제성장률과 관련 “올해 연간 성장률은 IT 경기 부진 심화 등 영향으로 지난 2월 전망치 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물가에 대해서도 “향후 물가전망에는 산유국 감산에 따른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둔화 정도,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 등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현재 전망대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더라도 목표 수준을 상회하는 오름세가 연중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국내경제 상황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경제상황과 국민여론을 의식한 듯 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앞서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집값이 폭등해서 가계부채가 너무 많이 늘어났고 한 해에도 몇 차례 추경하면서 ‘왜 돈은 더 쓰면 안 되냐’는 식의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다. (전 정부의) 경제정책이나 경제운영이 기본에서 많이 일탈해 있었다”며 “윤 정부의 경제정책이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다.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 정부 책임론을 내세웠다.

다만 에브리씨앤알 여론조사에선 중도층 뿐 아니라 여당의 지지기반이자 보수의 아성으로 꼽히는 대구·경북에서마저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53.6%)가 긍정평가(38.7%)의 두 자리 수 이상 벌어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할 정도여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현 정부를 부정평가 하는 여론을 향해 단지 ‘전 정부 탓’만으로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선지 대통령실은 11일 윤 대통령이 이날 오후 경기 화성시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국내 최초의 전기차 전용공장 건설을 축하하면서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생산 능력을 지금의 5배로 높여 우리나라를 ‘글로벌 미래차 3강’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천명했을 뿐 아니라 이를 위한 연구개발, 세제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공언했다고 밝혔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세계적 인프라와 경쟁력을 갖춘 경기남부 지역을 세계 최고의 전기차, 반도체, IT클러스터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대선 때부터 약속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수도권 민심에 러브콜도 보냈다.

내년 총선 승부처가 수도권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되는데, 곧 있을 4월 말 미국 방문과 관련해서도 여론조사에서 한미정상회담 우선 의제로 ‘반도체·전기차 지원 법안 등 경제 현안’이라고 답한 비율이 높았던 만큼 윤 대통령이 중도층으로 지지층을 한층 확대하기 위해선 기존 보수층에만 호소하기 좋은 동맹·안보 분야보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나 반도체법 등과 관련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오는 게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내년 총선은 ‘또 다른 대선’…與 패하면 尹 조기 레임덕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좌)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사포커스DB

한편 내년 총선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목소리는 범여권이나 원로들 사이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윤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정을 운영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지금은 야당이 국회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국민은 ‘집권했어도 어렵구나’ 예측할 수 있지만 내년은 집권 2년차에 대한 중간 평가를 하는 상황”이라며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국민이 실질적으로 정권 심판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홍준표 대구시장도 11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정치판에는 진영 논리만 있고 토론이 없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협치가 되겠나. 여당이 공격하는 것은 이재명 방탄 밖에 없고 야당은 대통령만 공격한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이 안 된다”며 “이 정권이 내년 총선에서 지면 바로 레임덕에 들어갈 것이다. 사생결단을 해야 한다”고 총선 승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치 원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같은 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현 지지율을 꼬집어 “대통령 지지도가 그때까지 이런 답보 상태를 보이면 선거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국정을 이끌어가느냐가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지금 같은 방식을 계속 유지하면 여소야대를 뒤집는 게 쉽지 않을 수도 있어 윤 대통령도 좀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여당이) 대통령만 추종하는 그런 당으로 가선 국민 신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로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이 집권 중반으로 접어들 윤 정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그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데, 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 앞으로 2년 동안에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져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하게 되는 데 반해 만일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하게 되면 그간 사법리스크를 겪어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생명이 거취 압박을 피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타를 입게 돼 사실상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서로의 운명을 걸고 다시 맞붙는 ‘제2의 대선’ 격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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