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외교까지 전례 없는 ‘국정조사’…정권 바뀌니 ‘입법’ 추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 이후 지지율 변화 기류를 고리로 여론전을 한층 강화하는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입법부터 국정조사 요구에 이르기까지 현안 자체보다 정권 압박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 민주당 ‘대일외교 국조’ 추진에 與 “정상외교, 국조 대상 된 적 없어”

민주당은 앞서 지난 29일 국회 의안과에 윤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 피해배상안과 한일정상회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었는데, 한일정상회담에서 독도, 위안부 논의했는지 여부 등을 비롯해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기 일주일도 더 이전인 지난 21일 박진 외교부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일본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을 근거로 민주당 의원들이 독도, 위안부 문제가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논의된 적 없다.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관되고 독도가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라고 하는 점은 불변의 원칙”이라며 “일본 말을 믿나, 한국 정부 말을 믿나”라고 분명히 못을 박은 바 있다.

심지어 그 전날인 20일에도 대통령실에서 “여러 차례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논의된 적 없다고 말씀드렸다. 근거 없거나 왜곡된 보도가 일본에서 나오는 것과 관련해 우리 외교 당국에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으며 일본이 독도에 대한 왜곡된 주장을 담은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키자 바로 당일(28일)엔 외교부가 일본 대사 대리를 초치하기까지 했음에도 민주당에선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윤 대통령이 일본과 논의했는지 등을 묻겠다고 29일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에 국민의힘에선 태영호 최고위원이 31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정상 간 외교는 국익과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며 상대국이 있다는 점에서 내용을 공개할 수 없음은 기본 상식”이라며 “대한민국 13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실시됐던 총 26차례의 국정조사 중 정상회교가 대상이 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문재인 정권 당시 남북정상회담은 극비라며 국정조사를 거부했던 민주당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국익에 직결되는 외교를 감히 정쟁의 도구로 사용하며 국격을 손상시키고 국익을 해치는 민주당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비단 태 최고위원 뿐 아니라 전날 김기현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심지어 정의당 관계자도 외교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못 밝히는 게 당여한데 문 정부 남북정상회담 국정조사는 거부했던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우리 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문 정부) 당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상회담을 공개하면 나라가 무엇이 되겠느냐고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뿐 아니라 대통령실이 지난 30일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국내에 들어올 일은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수입 금지 입장을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반대 및 대일 굴욕외교 규탄대회’를 열어 정부 성토에 나섰으며 이 자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산 멍게는 사줄 수 있어도 대한민국 농민이 생산한 쌀은 사줄 수 없다는 말이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 주도로 강행 처리된 양곡관리법에 대해 윤 정부가 거부권에 무게를 싣는 상황을 꼬집어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빗대 공세에 나선 셈인데, 하지만 양곡관리법은 정부가 세금으로 국산 쌀을 매입해야 한다는 내용이지만 현 정부가 세금으로 일본산 멍게 등 후쿠시마 수산물을 매입하겠다고 한 적은 없기에 사실과 무관한 정치공세 성격의 행보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후쿠시마산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실 발표를 의식했는지 이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거듭 “후쿠시마 ‘농산물’은 사줄 수 있어도 우리 농민의 쌀은 사줄 수 없다는 말이냐”라며 ‘농산물’이라고 꼬집어 공세를 이어갔는데, 대통령실에선 같은 날 대변인실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재차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민 건강과 안전엔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정상회담 기간 중 일본 측 인사들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검증, 그 과정에 한국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는 3가지 조건을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이 조건들은 지난 2021년 4월 19일 문 정부 당시 정의용 외교부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세 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국제원자력기구 기준에 맞는 적합성 절차에 따라서 된다면 굳이 (방류를) 반대할 것은 없다”며 밝힌 3가지 조건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당시 정 장관은 일본 정부가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할 것’, ‘국제원자력기구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를 보장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31일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이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하겠다’고 말했다”며 여전히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 표명보다 <교도통신>보도를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만 보이고 있어 여당에선 사실 여부보다 정쟁이 목적인 게 아니냐는 비판을 쏟아냈는데, 특히 국정조사의 경우 강제수사 등 강제력을 동원할 수도 없는 수단이기에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주당이 진상규명보다는 정치공세 목적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대일외교와 관련해선 ‘전면전’도 불사할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는 점에서 이 역시 이중 잣대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9일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했을 당시 ‘평화를 얻기 위해선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북한 관련 강경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해 “말 폭탄만으로는 문제 해결 할 수 없다. 위기관리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평화적 해법 마련에 전력하라”고 지적했던 이 대표는 정작 일본 관련해선 지난 30일 “부당한 역사 침략에 대해 대한민국 이름으로 전면전을 선포해야 마땅하다”고 전쟁 불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기 때문이다.

◆ 입법도 ‘내로남불’? 與 “민주당, 자기들 집권할 땐 전혀 안 하더니”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경민 기자

단지 외교 사안 외에도 입법 역시 양곡관리법과 방송법 등 민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단독 처리를 불사하는 등 권한을 앞세워 실력행사에 나선 상황인데, 이런 민주당의 모습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이 집권할 때는 전혀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법을 만들려 한다. 농민단체인 전농까지 반대하는 법안”이라며 “정부를 곤란에 빠뜨리게 하는 방법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 뿐 아니라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본회의에 직회부한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자기들이 집권할 때는 (기존대로) 저렇게 하고 있다가 이제 야당이 돼서 방송을 장악하려고 이사 수를 늘리고 그 이사들은 전부 자기편 사람을 넣어 방송 중립이라고 외치고 있다”며 “정말 방송 중립 법안이라면 왜 자기들이 집권한 5년 동안 하나도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위헌성까지 있는 이런 법을 만드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지난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총선용 나몰라 퍼주기 입법으로 양곡관리법에 연간 1조원, 건강보험재정 파탄 위기 초래한 문재인케어에 대한 혈세보충 방안에 연간 5조원, 기초연금 확대로 연간 10조원을 쏟아 넣고자 한다. 민주당이 나라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포퓰리즘에만 매달려 퍼주기 입법을 날치기 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며 “재원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선거용 매표행위에 불과한 포퓰리즘을 나발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미 지난 2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단독 의결했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까지 주장하면서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취업 후 학자금을 상환할 수 있을 때까지 이자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주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자기들 집권 때도 안 하던 것을 야당 돼서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자기들은 선심 쓰고, 정부여당은 안 들어주는 것처럼 해서 내년 선거를 유리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 그렇게 절박하고 급한 것 같으면 지난 5년 중에 했어야 할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 의원들이 낸 법안 중 시행 첫 5년 동안 1조원 넘게 세금이 들어간 건수는 52건에 이르는데, 민주당은 자당 단독으로라도 처리 가능한 법안엔 단독 의결도 불사할 정도로 속도를 내면서 입법부에서의 권한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이 재정 등을 이유로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려는 데 대해선 행정부 권한을 활용해 맞대응하는 것임에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정책조정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데 대해 “이 정부는 삼권분립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민주당에선 문 정부 때는 대법관 경험이 없음에도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으로 파격 임명하더니 김 원장의 임기 종료가 6개월 앞으로 다가오자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기 전 대법원에 후보추천위원회를 신설해 복수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는데, 후보추천위는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한국법학교수회장,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대법관이 아닌 법관 1명, 법관 이외 법원 공무원 1명, 학식과 덕망이 있고 전문 분야 경험이 풍부한 비법조인 5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하고 법무부장관은 추천위원에서 제외해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을 제한한 내용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명수 대법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특히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1인 의중에 따르는 게 아니라 후보 지명 단계부터 다양한 의견이 반영될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이 같은 의도를 한층 분명히 했는데, 삼권분립을 강조하면서 정부를 비판해온 민주당에서 정작 이 같은 법안을 내놓자 국민의힘 김학용 의원은 지난 30일 논평에서 “민주당이 입법 뿐 아니라 사법부와 판결마저도 좌지우지하겠다는 건데 이는 삼권분립에 어긋나며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헌법 104조에는 분명히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는데 민주당의 개정안을 보면 대법원에 11명의 추천위원을 두고 대법원장을 추천하며 대통령은 추천위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추천위원 7명을 대법원장이 사실상 정하므로 임기를 6개월 남긴 김 원장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코드에 맞는 대법원장을 임명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장악하고 이 대표의 재판까지 유리하게 끌고 가겠다는 속셈으로 입법폭주를 넘어 헌법을 무시하는 입법쿠데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염불보다 잿밥’? 문제 대책 마련보다 ‘특정인 사건’에만 집중

한편 입법 부분 외에도 민주당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지만 사임했던 정순신 변호사에 대해서도 그 아들의 학교폭력 사건 진상조사 청문회를 실시하면서 정부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여갔는데, 정 변호사 아들 사건만 있는 게 아닌 만큼 근본적인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 혹은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나가는 데에 방점이 찍혀야 함에도 31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선 정 변호사가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달 14일로 연기해버렸다.

이 역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다수결 표결로 연기시켰는데, 국민의힘에선 이에 대해 김미애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오늘 학폭 문제에 대한 교육당국의 미흡한 대처와 제도적 미비점, 정부 차원의 학폭 문제 해결 대책 등에 정부와 전문가 의견을 듣고 국회가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집중하는 게 옳지만 국회 교육위는 오늘 청문회 증인 3명을 추가 의결했는데 정 변호사의 부인, 아들과 아들의 민사고 책임교사다. 정 변호사의 아들, 부인까지 불러 호통 치고 국민 여론재판 하겠다는 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변인은 “애초에 민주당은 청문회가 국회 차원의 학교폭력 문제 해결 방안 마련에는 관심이 없고 정치공세를 위한 정쟁 유발용이란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미 사퇴해 민간인이 된 정 변호사를 대상으로 국회 청문회를 여는 건 또 다른 폭력적 행태이지 국회가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아니다”라며 “정 변호사는 여론 뭇매를 맞고 하루 만에 경질됨으로써 사회적 매장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생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서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모색하는 게 국회가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여당에선 민주당의 행보가 다분히 윤 정부를 겨냥한 정치공세 목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보고 있는데, 다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따라 향후 민주당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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