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압박 수사 탓” vs 檢 “1회 조사 뿐”…사망자 유서엔 “李, 이제 내려놓으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위례·대장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TV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을 맡았던 전형수 씨가 지난 9일 숨진 채 발견돼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데, 이 대표는 고인을 수사했던 검찰 책임임을 주장했지만 벌써 주변인만 5번째 사망한 사례가 나온 만큼 온전히 논란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 유한기·김문기 등 이어 전형수까지 5번째…李 “검찰의 미친 칼질”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전씨가 지난 9일 밤 성남시 수정구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돼 정치권이 충격에 빠졌는데, 이 대표 관련해 사망한 인물로는 앞서 대장동 의혹 관련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또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 제보한 이모씨와 이 대표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에 대한 법인카드 유용 의혹 관련 경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던 40대 남성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지금까지 사망자 중 2명은 대장동 사업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 간부이고 2명은 일반인이며 이번에 사망한 전씨는 44년간 공직에서 활동해온 공무원인데, 과거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 된 2010년대 이후부터 경기지사에 당선돼 대선후보로 몸집을 키운 2020년대 초까지 10여 년간 이 대표 가까이서 보좌해왔고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직무대행까지 맡았다가 지난해 12월 말 경기주택도시공사에서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퇴직을 전후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으며 지난 1월31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쌍방울 전 비서실장이 “2019년 5월 경기도지사 비서실장이 김성태 회장 모친상에 조문을 왔다”고 증언한 이후엔 언론보도를 통해 조문 당사자로 지목돼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씨는 6쪽 분량의 유서도 남겼는데 비록 유족이 내용 공개를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는 심경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표는 이를 꼬집어 이날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자랑스러운 공직 생활의 성과가 검찰 조작 앞에 부정당하고 지속적인 압박 수사로 얼마나 힘들었겠나”라며 “검찰 특수부의 사냥 대상이 되면 죽거나 조작에 의해 감옥에 가거나 (둘 중 하나는) 피할 수 없는 모양”이라고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한 듯 “아무리 비정한 정치라고 하지만 이 억울한 죽음을 두고 정치도구로 활용하지 말라.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 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인가”라며 전씨가 자신의 구속영장에도 몇 차례 언급됐던 점을 들어 “없는 사실을 조작하고 자꾸 증거를 만들어서 들이대니 빠져나가는 길은 없고 억울해 결국 극단적 선택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고 검찰에 맹공을 퍼부었고,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역시 같은 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간악한 집착이 결국 황망한 죽음을 불러오고 말았다”고 입장문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대책위는 평생을 헌신한 공직자의 삶을 망가뜨린 검찰의 사법 살인에 끝까지 책임을 묻고, 조작 수사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겠다”고 천명했는데, 이 같은 공세에 검찰에선 전씨를 지난해 12월 26일 단 한 차례 조사했으며 조사 내용도 전부 영상 녹화한 만큼 압박 수사일 수 없다고 밝혔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기자단에게 “1회 조사 외에 별도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당 주장대로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네이버의 40억원 후원금 지급 혐의에 연루된 공범으로 전씨의 이름이 적시되어있기는 하지만 영장 청구서에 거론된 이들을 모두 구속하거나 기소하는 것도 아니며 이미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 하급자였던 전씨를 3개월 뒤에 구속 수사하는 것은 통상적으로 맞지도 않는 이야기여서 검찰이 구속수사 자체도 염두에 두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대리 조문’ 보도가 나왔어도 전씨는 쌍방울 그룹 수사 관련해선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씨의 6쪽짜리 유서 내용 중엔 이 대표를 향해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라. 더는 희생이 없어야 한다”는 부분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대표는 이날 회의 후 기자들로부터 ‘고인이 유서에 대표에게 정치를 내려놓아야 한다고 했는데 입장은 어떤가’란 질문이 나왔지만 이 같은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 與 “李, 간접살인 책임져야”…유동규 “李, 남 핑계 좀 대지 말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정책의원총회 이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정책의원총회 이후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런 가운데 여당 지도부는 이 대표 주변인들의 사망사례가 계속 나오는 데 대해 ‘이재명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는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정책의원총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그동안 걸어왔던 과정에서 관계인이라 할 수 있는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유명을 달리한다, 이건 국민께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다. 민주당 대표로서 과연 직무 수행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많은 심사숙고가 필요하다”며 촉구했으며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소형원자로 관련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뒤엔 “제가 (과거) 세 번째 관련된 분이 돌아가셨을 때 이 대표에 대해 ‘간접살인을 책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압박수위를 높였다.

이 뿐 아니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는 주변에서 여러 사람이 죽어도 한 번도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한 사람의 버티기로 5명이 세상을 떠났다. 대체 어떤 말 못할 비밀이 그리 많기에 측근들이 세상을 뜨고 있는지 오직 한 사람, 그분이 입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법사위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과거 김문기 전 처장의 유족은 김문기를 극단적 선택하게 했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생전의 억울함을 호소했으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은 ‘나는 자살당하지 않을 것이라 신변 보호가 필요 없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재명의 늪에서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이 희생당하지 않길 바란다’는 논평을 통해 “이 대표 범죄 혐의와 관련된 인물들의 연쇄적인 사망이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고 있다. 이 대표 주변 죽음의 공포는 오롯이 이 대표 탓”이라며 문재인 정권 시절에도 이 대표 수사 관련해 사망자가 있었던 점을 꼬집어 “이 대표는 주변 죽음의 행진을 막는 결자해지에 나서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고 불체포특권을 포기하여 방탄 국회 은신처에서 나와 성실히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고 범죄 혐의를 소명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죽음의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급기야 유동규 전 본부장도 이날 대장동 재판에 출석하면서 전씨를 비롯한 이 대표 주변의 잇단 사망에 대해 “위법적인 행정요구가 이런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대표) 본인이 책임질 것은 책임져야 하는데 항상 뒤로 물러나 있어 그렇다”며 이 대표 책임론에 힘을 실었고 오전 재판이 끝난 뒤엔 검찰 책임론을 제기했던 이 대표를 겨냥 “제발 남의 핑계 좀 대지 말고 본인 책임부터 얘기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밖에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5년 7월 19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트위터에 국정원 해킹 사건 관련해 숨진 국정원 직원에 대해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극단적 선택을 하나요?’라고 올린 글까지 캡처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이 대표가 8년 전 자신의 물음에 답할 때”라고 촉구하는 등 십자포화를 퍼부었는데, 그러자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오후 김의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죽음을 이용해 정치적 굿판을 벌이려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 유서가 남아있다고 하니 이를 분석해서 누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몰았는지 철저히 밝히고 책임자를 엄단해야 한다. 공수처가 나서길 촉구한다”고 맞불을 놨다.

◆ ‘설상가상’ 이재명, 전씨 조문도 지연…또 꺼낸 카드는 ‘검수완박’?

강경파로 꼽히는 민주당 황운하 의원(좌), 김용민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강경파로 꼽히는 민주당 황운하 의원(좌), 김용민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아울러 김 대변인은 “검찰이 고인을 상대로 집요하게 수사를 벌여온 것은 유가족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어떻게든 이 대표를 사냥하고야 말겠다는 광기에서 빚어진 참극”이라고 주장했는데, 다만 전씨의 유족은 “성남FC 사건으로 퇴직 전 한 차례 검찰조사를 받았는데 앞두고 있던 조사는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대표가 이날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한 뒤 오후 1시에 경기 성남시립의료원 장례식장에 있는 전씨 빈소를 찾아갔으나 오후 4시 30분을 넘어서도 유족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여전히 조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검찰 수사와 재판 참석 때문에 하지 못하다가 약 한 달 반 만에 이날 재개하려던 ‘경청투어’ 일정마저 취소한 뒤 찾아간 일정이지만 이조차 지연되고 있는 실정인데, 지난번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리더십이 크게 흔들렸던 이 대표가 이번에 일어난 주변인 사망을 계기로 설상가상으로 다시금 비명계로부터 거취 압박을 받게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지 강성 친명계를 중심으로 다시금 검찰 수사권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 ‘처럼회’ 소속인 황운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자가 자살해도 훈장이 된다, 어느 전직 검사의 말이다. 통계적으로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자살하는 숫자는 1년 평균 10명 가량”이라며 “검찰이 수사의 이름으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검찰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말고는 답이 없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처럼회’ 일원인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은 수사하면 안 된다.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 당에서 아직도 주저하는 의원들은 이제 결단하라”고 내부 여론몰이에 나섰다.

하지만 앞서 민주당이 지난해 ‘검수완박법’을 강행 처리했다가 여론의 역풍만 맞았던 바 있는 만큼 당시 이를 주도했던 ‘처럼회’의 이 같은 호소에 당 내부에서 얼마나 호응해 나서줄지도 미지수인데, 여당 지도부가 바뀐 상황을 계기로 ‘민생’ 의제를 내세워 그간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려던 이 대표로선 전씨 사망으로 다시 세간의 이목이 자신의 사법리스크에 쏠려버려 당장 마땅한 출구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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