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현지 민간인 피해에 대한 위자료 청구
당시 8세 아이 한국군 총격 인정...원고 일부승소 3000만원 배상
정의당 “다른 민간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응당한 국가 배상해야”

베트남 전쟁 중이었던 1968년 2월12일 일어난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사건' 직후 미군이 촬영한 퐁니·퐁넛 마을 모습. (사진 / 응우옌티탄씨 소송대리인단 제공)
베트남 전쟁 중이었던 1968년 2월12일 일어난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사건' 직후 미군이 촬영한 퐁니·퐁넛 마을 모습. (사진 / 응우옌티탄씨 소송대리인단 제공)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현지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의혹을 인정하는 최초의 한국 사법부 판결이다.

이 판결의 영향으로 유사 사건에 대한 피해소송이 잇따를 것 같다.

오늘(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사건 피해자 응우옌티탄씨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1968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의혹과 관련, 피해자 측이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응우옌 티탄(63세)씨에게 3000만100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응우옌 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천만 100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 당시 마을 민병대원 등의 증언과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응우옌씨의 주장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당시 해병 제2여단 1중대 군인들이 원고 집에 이르러 실탄과 총으로 위협하며 원고 가족들로 하여금 밖으로 나오게 한 뒤 총격을 가했다”며 “이로 인해 원고의 가족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원고 등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 씨는 한국군에 의해 복부에 총상을 입었고, 가족들도 희생당했다. 1968년 2월12일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 위치한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베트남 비무장 민간인 74명이 학살된 사건으로 알려졌다.

박 부장판사는 베트남 국민이 대한민국 법원에 낸 소송이지만 베트남과 한국 모두 내·외국인에게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보장하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에 한국의 국가배상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우리 정부는 민법상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피고(대한민국 정부)가 시효 만료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원고에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무렵까지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한 서면 브리핑에서 “너무나도 뒤늦은 판결이나 한국군의 전쟁범죄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역사적인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미국의 동맹군이라 하더라도 무장 군인이 민간인을 학살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권적 전쟁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김 수석대변인은 “응우옌 티탄씨 외에도 우리 군에 의해 오랜 트라우마를 견디며 살아오셨을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응당한 사과와 국가의 배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은 2019년 김종대 전 의원이 ‘베트남전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피해사건 특별법 제정’을 통해 베트남전 시기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정부의 조치를 촉구한 바 있다고 상기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