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강공에다 천하람 상승까지…지도부도 安 직격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실과 정면충돌한 뒤 사실상 지도부에게도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궁지로 내몰리는 모양새인데, 그간 대통령실로부터 비판 받은 당권주자들은 상당한 후폭풍을 겪었던 만큼 경쟁주자들에게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안철수에 십자포화 퍼부은 대통령실, 전당대회 변수로 작용할까

대통령실이 당무 개입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던 안 후보가 대통령실에서 연이은 비판이 쏟아지자 6일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대통령실은 물론 윤 대통령의 측근을 비롯해 곳곳에서 맹공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 나경원 전 의원 때처럼 그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5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은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이 선거운동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대위와 선관위에서 엄중 경고해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렸다고 해서 비대위원장을 만나러 왔다. 무슨 연유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 감은 있지만 그간 사항들을 보면 그 말은 굉장히 잘못된 모순”이라며 “안·윤 연대라는 표현은 누가 썼느냐. 대통령과 후보가 어떻게 동격이라고 얘기하나. 그건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을 굉장히 흔드는 표현”이라고 안 의원을 비판했다.

여기에 이 수석과 만났던 정 위원장도 6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우든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을 당내 선거에 끌어들이는 그런 의도적인 시도는 지양돼야 마땅하다. 도가 지나칠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사실상 한 목소리를 냈으며 이른바 ‘윤핵관’으로 꼽혀온 의원들까지 안 의원에게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당장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를 겨냥 “공산주의자 신영복을 존경하는 사람이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사드배치에 반대한 사람”이라며 “작은 배 하나도 제대로 운항하지 못하고 좌초시킨 사람이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되겠다고 한다. 잘된 일은 자신의 덕이고 잘못된 일은 타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최근 스스로 페이스북을 닫았던 장제원 의원까지 같은 날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윤심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해 얘기하고 윤·안 연대니 이런 얘기를 하니 하지 말라는 것이지 그게 무슨 당무 개입인가”라며 “안 후보 측에서 대통령을 먼저 끌어들였지 않느냐. 윤심이 있다 없다, 대통령과 대통령 측근을 갈라치기하고 윤·안 연대 얘기를 하면서 대통령을 경선에 끌어들였기 때문에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안 후보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장 의원은 본회의장을 나온 뒤에도 기자들과 만나 거듭 안 후보를 꼬집어 “윤 대통령과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대통령과 소통 잘 되는 사람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공격 의지”라며 “대통령이 주변 관리를 못하고 그런 사람들에 눈과 귀가 가려지고 국정을 돌본다면 무능하다는 것인데 대통령이 명확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 3월8일까지 치열하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거라고 보지만 8일까지 국정이 안 돌아가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장제원, 이철규, 이용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장제원, 이철규, 이용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여기에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 수행팀장을 맡아 가까이서 보좌했던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대통령께서 안철수 대표하고 단일화 과정에서 사전에 약속했던 부분, 시간과 장소를 약속했지만 안 후보 측에서 일방적으로 2번 정도 파기했다. 당시 이틀 정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안 대표 전화를 기다렸고 (그 때문에)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다”며 “인수위원장 시절 때도 자기가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을 (장관 후보로) 선택했을 때 어떤 불만이나 불쾌감을 갖고 잠적하고 연락도 안 됐다. 그런 것을 보면 책임감이나 의무감도 없는 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그런 분이 당 대표가 됐을 때 과연 대통령과 호흡이 맞을까. 대통령과 의견 일치가 되지 않으면 바로 내팽개치고 당을 또 나가지 않을까라는 그런 우려도 있다”며 안 후보가 대통령 참모들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부분이 아니더라도 참모들 잘못을 지적한 것은 어떻게 보면 간접적으로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 安측 “다른 뜻 없는데 섭섭”…민주당 “대통령실, 安 찍어내기”

이렇듯 대통령실 뿐 아니라 당 지도부부터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까지 한 목소리로 안 후보의 태도를 성토하다보니 초반 독주하다 급락하던 나 전 의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심 향방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래선지 안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우 전 의원은 6일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안 후보도 대통령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차원에서 연대라는 표현을 한 것이지 다른 뜻은 없다. 공정선거를 우려하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잘 유념해서 전대 성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수습에 나섰다.

다만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한 데 대해 김 전 의원은 “선대위원장인 저로선 섭섭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서운한 감정을 일부 내비치기도 했는데,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대통령실은 이 수석까지 국회로 보내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로 자신을 도왔던 안 후보의 공식 찍어내기에 발 벗고 나섰다”고 주장하고,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윤-안 단일화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는 ‘너는 나와 동격이 아니다’며 안철수를 굴복시키겠단다”라고 지적하는 등 야권에서 안 후보를 비호해주는 모양새다.

비록 안 후보와 일찍이 ‘수도권 연대론’을 띄웠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경남 양산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1인 시위 후 ‘대통령실과 안 후보가 윤심 논란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심팔이, 윤심 타령에서 시작된 문제로 결국 자꾸 대통령을 끌어들이면 안 된다. 지금 전당대회가 아니라 분당대회의 모습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통령실을 향해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한편 비대위와 당 선관위에는 “윤심팔이, 윤심 타령 등 당규 위반 행위에 대해 경고나 징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안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친윤계에선 윤 의원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이철규 의원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당규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은 물론 ‘친윤 초선’인 박수영 의원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요구한 윤 의원을 꼬집어 “할 거면 하라고 하라. 그 분은 본인이 제소를 당해야 하지 않느냐”라며 “제가 윤 의원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입을 한 번 열어볼까요”라고 윤 의원에 맞불을 놨다.

◆ 김기현·천하람 등 경쟁자들, 安 맹폭…당권주자 지지율 영향은?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후보, 천하람 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김기현 후보, 천하람 후보.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안 후보를 비호하는 후보까지 맹폭을 당하는 가운데 당권경쟁자인 김기현 후보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서려는 모양새인데, “안 후보는 지난 2017년 KBS노조를 방문,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불법 파업을 지지했고, 언론노조 측의 파업 응원 요구에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잘하겠다’고 화답했다. 반대한민국 보도의 총본산 언론노조를 지지하는 안 후보는 국민의힘 당 대표가 될 자격이 있나”라며 “안 후보의 친언론노조 행적은 반드시 해명이 필요하다. 그의 정체성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안 후보를 압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입장표명에 주저하거나 회피로 일관한다면 안 후보의 전당대회 후보직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데 이어 안 후보에 대한 대통령실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가 더 이상 당내 분란을 안 일으켰으면 한다. 대통령을 도와주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대통령 힘이 빠지게 하는, 국정 운영 동력에 차질을 주는 행태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당 정체성을 중시하는 전통 보수층과 윤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당원들이 안 후보에 거리를 두게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는데, 같은 날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나 전 의원을 만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정통성과 뿌리를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끼리 여러 논란이 있더라도 그걸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다”며 ‘정통성’, ‘뿌리’ 등의 표현을 강조한 점도 국민의힘 밖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에야 함께 한 안 후보의 정치경력을 에둘러 꼬집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안 후보는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천하람 후보에게도 직격탄을 맞았는데, 천 후보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안 의원이 (처음엔) 주류에 편승하고자 했고 본인을 친윤 후보로 포지셔닝 하고 싶어해 처음 장제원 의원과 연대설이 나왔을 땐 본인도 즐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제는 대통령실에서 본인을 배척하고 친윤 후보 타이틀이 떨어질 게 명확하니 이제 와서 갑자기 윤핵관 장 의원을 공격한다. 굉장히 기회주의적으로 간 보는 정치 아닌가”라며 “안 의원이 옛날엔 새정치 느낌이 있었는데 이제는 비윤 구태 정치인이 돼버렸다. 비윤인데 개혁적인 면이 없어 스탠스가 대체 무엇인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이준석 전 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에 대해 “지금은 그냥 붕 뜬 지지율”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대통령실에 비판적인 메시지를 쏟아내 온 이준석계조차 경쟁자로 나와 안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사면초가 형국으로 몰린 안 후보로선 속이 타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딜레마’는 대통령실과의 충돌 여파로 ‘친윤’ 표심이 떨어져나가는 대신 반사효과로 ‘비윤’ 표심이라도 전부 흡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건데, 여론조사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가 CBS노컷뉴스 의뢰로 지난 3~5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9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84명에게 조사한 차기 당 대표 적합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천 후보는 처음 여론조사에 포함됐음에도 8.6%를 얻어 본선 진출 가능한 범위인 4위를 차지했다.

천 후보의 지지율이 무시 못 할 수준인데다 그의 지지율이 오르면 오를수록 ‘비윤’ 표심이 분산된다는 의미여서 대통령실과의 충돌로 ‘친윤’ 표심을 잡기도 좀처럼 쉽지 않게 된 안 후보로선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어졌는데, 반대로 ‘친윤’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온 김 후보에게는 당권경쟁의 주도권을 쥘 확실한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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