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사정기관 책임자...공직자로서 책임지고 사퇴하라”
공인은 노래보다 행동으로 정의로움을 보여주어야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성 문제도 되돌아봐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왼쪽)이 2022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왼쪽)이 2022년 12월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수처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위원장 도심 스님, 아래 종평위)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새해 시무식에서 찬송가를 불러 종교 편향 논란을 일으킨 김진욱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종평위는 어제(5일) 성명서를 내고 “국가기관의 장이 본인의 그릇된 종교관에 휩싸여 공직의 본분을 저버리고 해당 기관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은 매우 중대한 범법행위이다”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종평위는 “공수처장은 누구보다도 정치적, 종교적 중립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종교를 여과 없이 드러낸 행위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사정기관 책임자 자질과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린 행위에 대해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종평위는 공직사회에 만연한 종교편향에 대해 지적하고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여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최근 신년사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찬송가를 불러 종교적 편향 문제가 불거진 나온 가운데 김 처장은 어제(5일) 입장문을 내고 불교계에 “사부대중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데 대하여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고 사과를 표명했었다.

어제(5일)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 처장은 1월2일 시무식에서 발언하던 중 본회퍼 목사의 시 ‘선한 능력으로’를 소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찬송가(주 선한 능력으로)를 부르게 됐는데,  “노래를 부르다 ‘꺽꺽’ 소리를 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 대변인실 관계자는 “김 처장이 올해가 임기 마지막 해인데, 구성원들에게 단합된 마음이나 정의로운 마음을 강조하다 울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찬송가를 불렀다 하더라도 공인은 노래보다 행동으로 정의로움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공수처가 처한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2021년 1월 출범 이후 공수처는 이름그대로 공(公)의 실천을 위해 얼마나 앞장섰는지, 혹시라도 공(空)이 아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번 불교계에서 나온 비판의 목소리는 종교적 편향에 대한 지적 못지않게 눈여겨 볼 것은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신뢰성의 문제이다.

여기에는 공수처가 그동안 국민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민이 신뢰하고 공감하는 공수처였다면 그 노래가 무엇이었든지 국민이 함께 부르며 격려하지 않았을까.

 

◆ ‘공수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불교계 성명서(전문)

성 명 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하여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된 사정기관이다.

공수처를 대표하고 수사처의 사무를 통할하는 최고 책임자인 수사처장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시무식에서 특정 종교의 찬송가를 부른 행위에 대하여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사퇴하라

국가기관의 장이 본인의 그릇된 종교관에 휩싸여 공직의 본분을 저버리고 해당 기관 공무원들과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준 것은 매우 중대한 범법행위이다. 공수처장은 누구보다도 정치적, 종교적 중립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개인의 종교를 여과 없이 드러낸 행위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 사정기관 책임자 자질과 최소한의 양심마저 버린 행위에 대해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

정부는 종교폄훼, 종교편향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라

공직자들의 무분별한 종교차별 행위로 사회적, 종교적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영역에서 여전히 자행되고 있는 일련의 사안들을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에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여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여 줄 것을 촉구한다.

불기2557(2023)년 1월 5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장 도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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