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野 일부 의원 ‘尹 퇴진집회’ 참석에 격앙
대통령실, MBC기자 처분 가능성도
野 “무능한 실정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중단해야”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좌)와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우). 사진 / 유우상 기자, 시사포커스DB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좌)와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우). 사진 / 유우상 기자,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갓 6개월을 넘긴 시점이지만 야권 일각에선 정권 퇴진 필요성을 역설하는 등 현 정권과 극한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어 결국 어느 한 쪽이 치명적 타격을 입지 않는 이상 물러서지 않는 외나무다리 대결로 치닫는 모양새다.

◆ 野 일각 “尹 정권 퇴진” 주장 ‘후폭풍’? 尹, 여야 영수회담 계획 중단

안민석·강민정·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형배 무소속 의원 등 7명의 현역 국회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 주최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집회에 직접 참석해 한 목소리로 정권 퇴진을 역설했는데, 김 의원이 지난달 8일 현역의원 중 처음으로 퇴진집회에 참석한 이래 최대 규모의 의원 참석인 만큼 정부여당 모두 사안을 가벼이 보지 않았다.

더구나 이 집회에서 5선 중진인 안 의원은 “민주당 지도부가 촛불광장으로 나오기 전에 선도적, 자발적으로 촛불광장에 나온 용기 있는 초선의원들”이라고 참석 의원들을 소개해 당 지도부 등판 전에 선봉대로 나선 게 아니냐는 시선까지 받았는데, 이를 의식한 듯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자의적으로 선택해 하는 정치행동을 다 당에서 통제하지 못한다. 그런 정치 소신 행동을 마치 조직적으로 민주당이 뒤에서 선동하고 지원하는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국민의힘”이라며 배후 의혹을 일축했다.

특히 이 집회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등을 요구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은 물론 윤 대통령 퇴진까지 촉구했기에 자칫 참사를 정권교체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지도부 차원에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한 것으로 관측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중 다수는 이태원 참사 이전부터 집회에 참석해 정권 퇴진을 주장해왔다. 정권퇴진, 대선 불복이 몇몇 의원의 돌출행동인지 민주당 공식 입장인지 지도부의 입장을 요구한다”고 압박하자 박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상의하고 집회에 보낼 이유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에선 20일 브리핑을 통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헌정질서를 흔드는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급기야 일부 보도에선 윤 대통령이 추진하려던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이 전면 중단됐다고도 나왔는데, 이에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경제와 안보 위기 극복을 위한 대화·협력의 장을 스스로 걷어찬 것도 문제지만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마치 대통령의 선물인 양 거론하는 후진적 인식이 더 놀랍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은 왕조 시대에서 지배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 70%가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했다는 의견에 압도적으로 지지함에도 대통령과 여당은 눈과 귀만 완전히 틀어막는다. 차가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선 국민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들 잘못을 거짓과 음모론으로 덮으려는, 무능한 실정을 언론과 야당 탓으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를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與도 ‘퇴진집회 참석’ 성토 가세…‘이재명 방탄용’ 주장하며 맹폭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조경태 의원, 권성동 의원, 정우택 국회 부의장,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조경태 의원, 권성동 의원, 정우택 국회 부의장,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윤상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도 일부 야당 의원들의 윤 정권 퇴진 집회 참석에 대통령실 못지않게 격분하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당권주자들이 경쟁하듯 앞장서서 해당 집회에 참석한 7명의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우병과 세월호로 대한민국 헌법을 부정하고 체제 전복을 시도하던 세력들이 이제는 이태원을 앞세워 또다시 꿈틀거리며 악의적 선동질에 나섰다. 당 대표를 비롯해 의원과 핵심 당직자들마저 온갖 뇌물과 비리 혐의에 연루돼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자성은커녕 오히려 탄핵 운운하는 등 스스로 멸당을 재촉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의원은 “국민의 슬픔을 비열한 방식으로 정쟁화해 악의적 프레임을 씌워 오로지 ‘권력만 잡으면 나라가 망해도 상관없다’는 민주당의 죽창은 결국 민주당 자신을 찌르게 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민주당은 더 늦기 전에 이재명 대표를 퇴장시키고 인간실격 7인의 국회의원 배지부터 떼기 바란다”고 요구했으며 또 다른 당권주자인 같은 당 조경태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통령을 부정하고 퇴진운동 벌인 국회의원들은 더 이상 국민의 대표자라 할 수 없다. 퇴진운동 집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국회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윤상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즈음 박근혜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오버랩된다. 이들은 참사를 애도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심리적 불복이 아니라 공개적 불복”이라며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은 이성을 잃었다”고 민주당을 맹폭했고, 권성동 의원도 SNS에서 “민주당 유정주 의원은 연단에 올라 야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면서 ‘인간사냥’을 멈추라고 했는데 이태원 압사사고와 검찰 수사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나. 유가족의 슬픔을 당파투쟁의 분노로 바꿔보려는 감정사기꾼, 정치무당이 이들의 민낯”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당 대표 격인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표와 민주당이 ‘레드라인’을 넘어섰다. 민주당은 대장동 비리, 검은 돈의 중심에 서 있는 이 대표를 구출하기 위해 아스팔트 위에서 윤 정권 퇴진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취임 6개월 된 대통령에게 탄핵, 퇴진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전국에 ‘국정조사로 (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하자’고 현수막 내걸었고 진실규명에 협조해달라고 매달리던 사람들이 장외로 뛰쳐나가 ‘윤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닥치고 국정조사’, ‘닥치고 방탄’이 무엇을 위한 건지 국민들은 다 알고 있다. 기승전 이재명 살리기”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정우택 국회부의장도 21일 페이스북에 “집회 참가한 야권 의원 7명은 추모와 애도가 아닌 정권 퇴진을 외치고, 사태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아닌, 야권 인사에 대한 검찰수사를 멈추라는 후안무치의 면모를 보여줬다.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한 집회”라고 꼬집었으며 당 차원에서도 장동혁 원내대변인이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그들이 가면을 던지고 정부퇴진을 목 놓아 외치는 이유는 분명하다. 좌 진상, 우 김용 등 이 대표 측근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목전에 다가섰기 때문이다. 애초 그들은 희생자 추모나 유족에 대한 위로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속셈 뿐”이라고 직격했다.

그래선지 국민의힘 지도부는 야권과 차별화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이날 오후 국회에서 참사 유가족 20명과 비공개 면담도 갖고 몸을 한껏 낮춘 채 유가족들을 위로했으며 면담을 마친 뒤엔 정 위원장이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수습, 재발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유가족들의 의견을 충분히 정부에 전달하겠다고 약속드렸다”고 밝혔는데, 당초 이날 당 의총에서 ‘수사 중엔 반대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서도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실에서 가진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주호영 원내대표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주장하면서 다시 합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선 박 원내대표도 “진전되고 전향적 입장을 내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마냥 시간끌기를 위한 의도가 아니라면 그런 진정성을 수용해 저희 또한 그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보겠다”고 화답했는데, 다만 한편으로는 윤 대통령 퇴진집회에 참석했던 안 의원이 같은 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정권 부정비리 조사위원회’ 위원장직을 수락했다면서 “천공스승 국정농단 의혹부터 밝혀낼 것”이라고 윤 정권에 각을 세워 여야 간 협상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중단에 MBC 기자 징계 의견수렴까지…확전 양상?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3) [사진 /오훈 기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3) [사진 /오훈 기자]

무엇보다 대통령실 역시 정권 퇴진집회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내놓은 데 그치지 않고 아예 정권 흔들기로 인식되는 모든 움직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듯 21일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을 잠정 중단 조치를 내렸을 뿐 아니라 MBC 기자에 대한 징계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정권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었던 지난 19일 저녁에 대통령실은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전날 설전을 벌인 MBC 출입기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고자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간사단에 ‘운영위원회 소집 및 의견 송부 요청’을 했던 것으로 이날 밝혀졌다.

당시 대통령실은 해당 기자에 대해 출입기자 등록 취소, 대통령 기자실 출입정지, 다른 MBC 소속 기자로 교체 요구 등 3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간사단은 “징계를 논할 수 있는 근거 규정 자체가 없는 상태”라며 의견을 내지 않은 채 “특정 언론과 대통령실의 대결 구도가 이어지면서 이번 사안과 무관한 다수 언론이 취재를 제한 받는 상황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20일 오전에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끝내 도어스테핑마저 대통령실 결정으로 잠정 중단됨에 따라 야당에선 즉각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고민정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 위원장은 21일 “도어스테핑 중단의 속뜻은 MBC 기자를 징계하라는 것이었다. 대통령실은 징계 사주를 당장 철회하고 징계를 사주한 장본인이 누군지 밝히라”고 입장을 내놓는 등 대통령실을 거세게 압박했으며 고 위원장 주최로 이날 오후 열린 긴급좌담회에 참석한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도 “도어스테핑 중단 책임을 MBC에 넘겨서 다른 기자들의 분노를 촉발시키려는 모양인데 기자들은 도어스테핑 중단과 가림막 설치에 대한 항의를 분명하게 하는 성명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실제로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는 ‘대통령실은 기자들 간 갈등 조장 중단하고 MBC에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다만 강경하게 나서던 대통령실도 대대적인 언론의 반발을 의식했는지 21일 김영태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이 사태의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자진 사퇴했다고 밝히면서 “본인이 워낙 강한 의지를 갖고 사의를 표명했으니 아마 그렇게 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중심에 있는 MBC 기자 및 해당 매체에 대한 처분을 놓고 여전히 여론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선 김 비서관의 사퇴도 MBC 기자 처분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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