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의심…이태원 명단 공개 등 지적하며 역공까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비롯 관계자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을 비롯 관계자 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야권이 내주 본회의 처리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압박에 나서고 있지만 여소야대 국면임에도 오히려 국민의힘은 연일 ‘국정조사 반대’쪽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가고 있어 그 이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野의 국정조사 요구에 與 “이재명 수사 물타기 의도”

야3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에선 수용 불가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모양새인데, 지난 14일 중진 의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에 나섰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 직후 “어떻게 국민적 슬픔과 비극을 정치에 이용할 수 있나. 국민 동의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 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고, 3선의 장제원 의원은 아예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이 가능하겠냐. 그야말로 정치공세의 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 국정조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는 15일 초선의원 간담회에서도 비슷해 이날 회의 후 전주혜 의원도 국조 수용 불가 의견이 더 많았다면서 “이유는 이 대표를 향해 오는 수사 칼끝을 피하는 물타기용 방탄 국조이기 때문”이라며 “더탐사나 친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155명 참사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 없이 공개한 행위를 볼 때 이번 국정조사 역시 결국 이태원 참사라는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친민주당 성향 언론에서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사안까지 국정조사 수용 여부와 굳이 연계시켜 거론한 데에는 지난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희생자 명단 공개 필요성을 거론했던 점까지 싸잡아 비판하겠다는 의도로 비쳐지는데, 당시 해당 발언 역시 이 대표의 최측근에 대한 검찰 수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에서 내놨다는 주장으로 풀이되고 있다.

더구나 이 대표도 지난 14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죄 정해놓고 끼워 맞추는 검찰 수사, 이건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라며 검찰 수사 상황과 관련해 직접 불만을 토로한 바 있어 국민의힘에선 그가 순수한 의도에서 국정조사를 주장하는 게 아니란 심증을 굳혀가고 있는데, 민주당에서도 15일 오후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는 검찰이 압수수색 근거로 제시한 영장을 정밀 분석해고 그 결과 엉터리로 조작된 영장이란 결론을 내렸다”며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적극 이 대표 비호에 나서고 있기에 더더욱 각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민주당에선 앞서 지난 11일 대장동 비리 의혹 수사팀 부장검사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하기도 했었는데, 이에 대해 급기야 검찰 관계자는 15일 “정 실장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내용을 확인했고 추가 보강 수사로 확보한 여러 증거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정했다. 다양한 인적, 물적 정보가 있다”며 “거대 정당이 구체적 근거도 없이 수사팀을 흔드는 부분에 상당히 유감”이라고 입장을 내놨고, 민주당이 제기한 ‘허위 영장’ 의혹에 대해선 “수사 과정에서 필요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고 여러 제반 증거로 확인된 사실을 영장에 기재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여당에서 경찰 수사를 마친 뒤에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음에도 민주당은 현재 진행 중인 경찰 수사와 관계없이 조속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시점’에 주목해 사실상 검찰 수사 물타기 목적이 크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 野 여론전에도 與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예산 처리는 고민

또 국민의힘은 친민주당 성향 언론매체가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유족 동의도 없이 전격 공개했다면서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공세를 펼치고 민주당 책임론까지 주장했는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들이 저지른 패륜의 1차적 목적은 온갖 범죄 의혹을 받는 이 대표를 지키는 것이고 최후의 목적은 국민 뜻에 따라 당선된 윤 대통령을 선동과 혹민정치로 퇴진시키는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유족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데 대해 이미 일부 유족 측이 반발했을 뿐 아니라 일부 주한대사관에서도 항의함에 따라 ‘시민언론 민들레’조차 결국 10여명의 이름을 기존 공개한 명단에서 삭제하고 명단이 게재된 포스터를 내렸는데, 이런 여론동향을 감지한 국민의힘에선 명단 공개 사태를 고리로 역공에 나서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15일 해당 매체를 형사고발했고,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도 해당 매체에 명단을 유출한 공무원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국민신문고를 통해 대검찰청에 고발하기에 이르렀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이태원 사고 조사 및 안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만희 의원은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희생자 이름과 영정 공개 필요성을 주장하고 5일 만에 희생자 명단이 공개돼 시민단체나 언론의 독자 행위라기보다 민주당과 소통 하에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이 대표까지 직격했으며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에게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매체를 고발하라고 요구했고, 명단공개에 유감을 표했던 송 위원장은 “인권위 의견을 전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겠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인권위의 역할을 찾을 것”라고 답했다.

아울러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같은 날 국회에 나와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훔쳐간 게 아니라면 누군가 제공한 것 아니겠나”라며 “피해자들에 대해 음란물 유포나 모욕, 조롱과 같은 식의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범죄행위는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사실상 여당의 공세에 힘을 실어줬고, 이런 압박 속에 민주당에선 조응천 의원이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민주당 차원에서 이걸 공개하는 게 맞다고 논의된 바는 없다”며 “어떤 경우에도 유족들 동의 받지 않고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다만 국민의힘은 예산 처리를 위해선 민주당의 협조가 불가피한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선 고심하고 있는데, 국민의힘 소속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내년 예산안 처리와 관련 “민주당에서 국정조사와 연계해 심의할 가능성이 크다. 저희가 국정조사나 특검에 대해 무조건 반대 입장은 아니고 국가수사본부 수사 결과를 보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라며 “준예산을 편성하면 경제 운영에 굉장한 제약을 받고 결국 국민들에게 여파로 돌아온다”고 연내 처리에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 민주당 “진실 밝히자는 게 왜 李 살리기냐…24일 국정조사 처리”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하지만 민주당에선 박홍근 원내대표가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윤 정부의 2023년도 예산안을 꼬집어 “정부 예산안 성격과 역할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고 민생만 긴축인 예산이다. 혈세 낭비 예산은 대폭 삭감하고 내년 예산을 민생 긴축이 아닌 민생 안정, 위기 극복 예산으로 만들 것”이라고 압박한 데 이어 “집권여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정쟁으로 몰고 민생 예산 확보를 ‘발목잡기’라면서 생떼에 가까운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비극적 참사의 진실을 밝히자는데 국정조사가 왜 정쟁이고 이재명 살리기냐. 이태원 참사의 진실과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적 시선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 윤핵관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기승전 이재명”이라며 국민의힘의 공세에 맞불을 놨던 박 원내대표는 명단 공개를 고리로 공세를 펴는 데 대해서도 “입만 열면 음모론으로 정쟁을 부추기는 세력은 국민의힘”이라고 직격한 뒤 해당 주장의 근거를 대지 못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받아쳤다.

한 발 더 나아가 박 원내대표는 “윤심이 아니라 민심 헤아린다면 예산안 법정 기한도 입법 처리도 하등 문제없을 것”이라고 여당에 일침을 가한 데 이어 “다음 주 본회의 열고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해야 한다. 반드시 관철시켜 진실로 가는 길에 국회가 앞장서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국정조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 오영환 원내대변인도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지난 12일 시작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검 추진 서명운동이 3일간 33만명 서명이 있었다.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 전까지 100만명 목표로 추진 중”이라며 “24일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를 가능하면 그날 처리해야 한다는 게 당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민주당은 국회 본청 앞에서도 국정조사 추진을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등 여론전을 지속했는데, 민주당 뿐 아니라 정의당도 같은 날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촉구하는 출근길 피케팅 시위를 벌이는 등 한 목소리를 냈는데, 국민의힘에서도 이에 질세라 같은 날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정 발목을 잡더니 이태원 참사 서명운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길거리 선동정치’, ‘이재명 방탄운동’에 나섰다”고 맞불을 놨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 대변인은 민주당이 각 시·도당에 ‘국민운동 관련 지침’을 하달하고 지역별로 서명운동본부 천막당사를 설치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의 한 언론보도를 소개한 뒤 “이쯤 되면 이태원 참사 국민서명운동인지 이재명 구하기 당원운동인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민주당이 길거리에서 재명 수호를 외치며 북 치고 나팔 부는 사이에 민생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지적했는데, 비록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국정조사 안건을 상정하면 국민의힘으로선 야권의 강행 처리를 막기 어렵지만 여론의 지지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야권이 역풍을 맞을 수 있어 여소야대 국면임에도 상호 여론전에 사활을 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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