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 부원장 문자 논란 일파만파…與 “국민 죽음마저 정쟁 재료로 소비”
野 “함께 슬퍼하는 것을 어떻게 정치공방, 행위로 생각할 수 있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찾은 이재명 대표.(2) [사진 / 오훈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공간 찾은 이재명 대표.(2)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사진 공개는 기본이라며 모든 수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이를 확보해 당 차원의 발표를 하자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문자로 인해 참사조차 정략적 소재로 전락돼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 어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논란 일으킨 민주당 싱크탱크 부원장 문자, 野 자충수 되나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이모 부원장이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현직 국회의원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가 포착돼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 관련 주무부처 기관장들이 출석한 지난 7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 중 한 언론(펜앤마이크)에 촬영된 해당 문자엔 “수사 중인 이유로 정부와 서울시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의도적인 축소 은폐시도”라며 “참사 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언론에 전체 면을 채웠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러면서 메시지를 보낸 이모 부원장은 “유가족과 접촉을 하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전체 희생자 명단, 사진, 프로필을 확보해서 당 차원의 발표와 함께 추모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는데, 비단 이모 부원장 외에도 민주연구원은 앞서 남영희 부원장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해 일어난 인재라고 참사 다음 날 주장했었다가 글을 내린 데 이어 지난 4일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차량 행렬을 찍은 영상을 ‘윤석열 대통령 출퇴근 영상’이라고 한 글을 공유했다가 허위임이 밝혀지자 “그 영상이 대통령 출퇴근 행렬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해명 글을 올리는 등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그러다보니 제1야당 싱크탱크에서 이런 주장들이 나오는 것은 결국 이번 참사를 정략적 차원에서 활용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일단 해당 메시지를 보낸 이모씨는 이해찬 대표 때 상황실장, 김태년 원내대표 때는 정무실장을 지낸 인사로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씨 등과 함께 지난달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논란이 커지자 이모 부원장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던 문진석 민주당 의원은 전날 즉각 입장문을 통해 “해당 메시지는 개인 의견이며 저는 텔레그램 메시지와 관련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전했다”라고 당과 무관한 사적 문자란 취지의 해명을 내놨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8일 박정하 수석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문 의원(이 받은) 메시지를 통해 희생자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민주당의 악랄한 속내가 드러났다. 국민의 죽음을 정치적 기회로 여긴 민주당의 잔인한 계획을 공개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대변인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은 누가 세웠는지,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누구인지, 민주당 내 누가 해당 메시지를 받았고 어떤 답변을 했는지 즉각 공개하라”며 “단순히 거부의 뜻을 전했다는 문 의원의 해명으로 끝낼 일이 아니고 문 의원은 텔레그램 메시지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앞에서 애도하는 척, 뒤에선 환호했던 민주당의 잔인한 이중성에 대해 국민이 직접 판단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양금희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경악할 만한 메시지는 민주연구원 부원장으로부터 나온 것이고 이 내용을 논의한 문 의원은 민주당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위원회 위원장”이라며 “문 의원은 추모를 가장한 정권 퇴진 촛불집회를 제안하고 전국적으로 동원하려던 ‘이심민심’ 텔레그램 대화방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정책연구소 부원장이 당 전략기획위원장에게 보낸 메시지를 단순 의견 제안이나 교환이라고 생각할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압박했다.

◆ ‘세월호’ 떠올린 국민의힘 “정치 이용 행위 멈추라” 경고

(좌측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권성동, 장제원, 김기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주호영, 권성동, 장제원, 김기현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양 수석대변인은 “희생자와 유가족을 애도하는 것은 인간적 도리이자 여야가 원인규명과 재발 방지하는 정치적 책임까지가 애도다. 국민의 슬픔과 아픔을 정치화하고 국가적 재난을 정쟁화한다면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적 분노와 심판 뿐”이라며 “언론에 노출된 메시지를 접하면서 국민들은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쏟아냈는데, 심지어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날 해당 메시지를 꼬집어 “이런 발상은 비공개 수사원칙을 규정하는 법률 위반일 뿐 아니라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 행위”라고 직격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주 원내대표는 “이전의 광우병, 세월호에 있어서의 행태를 그대로 재연해 정치적 이득을 노리려는 것으로, 국가적 애도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국민적 비극을 정치공세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고 경고했으며 “이태원 희생자 유가족 대다수는 신상 공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주당은 고인, 유족의 뜻을 따라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단 주 원내대표 외에 국민의힘 중진들도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맹폭했는데, 권성동 의원은 “국민의 죽음마저 정쟁의 재료로 소비하려는 민주당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유불리 계산 끝나면 슬픔의 감정을 분노의 격정으로 변질시켜 정치투쟁을 시작한다”며 “8년 전 민주당은 비극을 앞세운 권력투쟁을 시작했고 김어준 같은 음모론자는 영화를 제작했다. 죽음마저 희생시키는 비열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외쳤고, 같은 당 당권주자인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누군가의 아픔을 정치에 이용하는 행위를 멈춰주기 바란다.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고맙다던 이들이 생각나는 작태”라고 민주당을 직격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과거 세월호 팔이로 재미 본 민주당이 이제는 이태원 팔이로 또다시 국민 분열시키고, 유가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기려 하고 있다. 결코 용인돼선 안 될 심각한 반인륜적 행태”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란 문장에선 소름끼쳤다. 책임자 처벌보다 희생자 얼굴과 프로필 공개하는 게 더 시급한가. 이제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국가적 재난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음험한 시도를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을 성토했다.

◆ 與 “사법리스크 돌파 기회냐”…이태원 유족 만난 이재명

급기야 장 의원은 “민주당의 속마음을 안 이상 이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주장하는 총리 사퇴, 국정쇄신과 같은 요구도 모두 정략의 소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마저도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것 아닌가. 추모 공간이 아니라 이재명 방탄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장 의원처럼 “오직 공천 밥그릇에만 매달려 부패 범죄 혐의자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이태원 사고 희생자의 넋을 방패로 삼고 있는 민주당의 추태를 더 이상 눈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재명 대표가 추모 글귀를 바라보고 있다.(1) [사진 / 오훈 기자]
이재명 대표가 추모 글귀를 바라보고 있다.(1) [사진 / 오훈 기자]

여기에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대 대선 국면에서 8억원이 넘는 불법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며 더불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남욱 변호사도 함께 기소했고 ‘공범’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공소장에 ‘이재명’과 ‘정진상’을 언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초 민주당은 김용 부원장을 수사하는 이 사안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앞서 이날 오전에도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검찰 수사팀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50억 클럽’ 연루 의혹 당사자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사단이라면서 수사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대책위는 서울중앙지검 대장동·위례 사건 수사부 소속 고형곤 제4차장검사,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 호승진 부부장검사가 박 전 특검이 이끌었던 2016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활동했다고 지적했고, 특히 이들 중 강백신 부장검사는 이날 김 부원장을 기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용산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 본부장인 박찬대 최고위원 등과 함께 용산구 이태원 파출소를 방문해 “일선에서 애를 많이 써주셨다. 사후 수습에도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며 일선 경찰 격려 행보에 나서는 한편 “작년과 비교했을 때 기동대가 없었던 거죠?”라고 물으면서 파출소 직원들 외에 경찰 기동대 등의 지원 인력이 뒤늦게 투입됐던 부분을 에둘러 꼬집었다.

현 정부에서 용산 경찰서를 향해 책임을 묻는 양상으로 흘러가자 반대로 용산 경찰을 만나 노고를 위로하고 현장 경찰 탓이 아니란 행보에 나선 모양새인데, 이 뿐 아니라 파출소 밖으로 나와선 이태원역 1번출구 추모공간에 있는 유가족을 찾아갔고 이들이 이 대표를 보고 오열하자 취재 카메라를 향해 “비켜드리는 게 좋겠다”고 한 뒤 유가족의 손을 잡은 채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 방문 뒤 박찬대 대책본부장은 “언제까지 국민들이 추모하는데 국화꽃 앞에서 하나. 영정 사진이나 위패, 이름 관련해선 유가족이 원하는 범위 안에서 빨리 수습해 국민들이 진짜이름, 영정 앞에서 추모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지 않나”라며 ‘유가족 이름’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는데, ‘민주연구원 부원장 문자메시지’ 논란을 의식했는지 “함께 슬퍼하는 것을 어떻게 정치공방, 행위로 생각할 수 있나. 그것이야말로 국민의 입과 마음을 닫아버리게 만드는 나쁜 정치”라며 “야당 입장에서 충분하게 아픔을 나누는 구체적 방안을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최민희 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156명 희생자, 유족 동의 받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런 내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없고 누군가 제안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의견이어서 당내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히는 등 유가족 이름 공개 문제를 놓고 아직 저마다 의견이 엇갈린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유가족 이름을 거론하는 움직임이 사실상 정략적 제안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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