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소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병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지원하지 않은 것”
서울경찰청, 용산구청 등 8곳 압수수색에 용산경찰서장 대기발령
野, 수사받을 대상인 이상민·윤희근 해임 · 박희영 오세훈 사퇴 요구
유족과 시민 참여하는 ‘이태원참사 범국민 진상규명위원회’구성 주장나와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 /오훈 기자]
행안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태원 핼러윈 행사 당시 여러 차례 신고전화가 들어왔음에도 제대로 경찰이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112 신고 녹취록 공개로 밝혀지면서 경찰 책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인데, 이에 따라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해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높아지고 있다.

◆ 사후약방문? “대응 미흡” 시인 후 ‘참사 책임’ 수사 나선 경찰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고 인정한 다음 날인 2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는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이번 참사와 관련해 처음으로 강제수사에 나섰는데,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이들 기관의 대응과 책임이 적절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밝히고 책임 규명하기 위해 모든 부분에 대해 예외 없이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를 신속·엄밀하게 진행하겠다. 전반적인 현장 대응의 적절성과 각급 지휘관과 근무자들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등도 빠짐없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한덕수 국무총리도 2일 ‘이태원사고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게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주기 바란다.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주문해 이날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당장 압수수색 뿐 아니라 이날 이임재 용산경찰서장도 대기발령 조치됐는데, 서울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이 신고를 받은 뒤 용산경찰서 112치안상황실에 하달했지만 11건 중 단 4건만 현장 출동했다는 점에서 용산경찰서가 부실 대응한 게 아니냐는 도마에 오른 바 있다.

다만 경찰청 내부망에 ‘이태원 파출소 직원’이란 제목으로 “동료들이 감찰 조사 받는 중이라 걱정돼 글을 남긴다”며 올라온 글에선 “당시 근무 중이던 약 20명의 이태원 파출소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근무했다. 11건 중 4건만 출동하고 나머지는 상담 안내로 마감했다고 보도되고 있으나 이는 신고자에게 인파 안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귀가하라 안내했기에 해당 내용으로 마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글에선 “해산시키는 인원보다 지하철과 버스로 몰려드는 인원이 몇 배로 많았고 안전사고 우려 신고 외 다른 신고로 처리해야 하기에 20명으론 역부족이었다. 핼러윈 대비 당시 안전우려로 인해 용산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경력(경찰병력) 지원요청을 했으나 (서울경찰청에서)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청장님의 112신고 대응이 미흡했다는 발언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용산서 직원들은 무능하고 나태한 경찰관으로 낙인찍혀 언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고 항변했는데, 특수본도 용산경찰서의 기동대 경력 지원 요청을 서울경찰청이 거부했다는 의혹도 확인해 볼 것으로 알려졌다.

◆ 정치권 “이상민·윤희근 사퇴하라” 압박…경찰 ‘셀프 수사’ 지적도

하지만 이런 움직임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경찰의 대응이 미흡했는지 책임 규명하는 수사를 경찰 스스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여러 문제제기가 분출됐는데,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2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책임자들이 진상규명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변명·회피하고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떠넘기는 등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뒤늦게 참사가 발생한 이후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이 변명과 해명,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좌측부터) 국민의힘 권은희, 안철수 의원, 민주당 안민석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권은희, 안철수 의원, 민주당 안민석 의원, 정의당 이정미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그치지 않고 권 의원은 “제도적인 문제였다고 하는데 제도는 다 갖춰져 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5조에 따르면 경찰은 극도의 혼잡 상황에서 위험 방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서 행안부 장관은 국민을 사고에서 안전하게 보호하도록 하고 지자체장을 총괄·조정하도록 하는 등 법률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태원 참사는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위험 방지 조치를 했는데도 응하지 않아서 발생한 게 아니라 그런 안전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다. 본인들의 거취를 결정하고 되도록 빨라야 한다”고 이상민 행안부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 뿐 아니라 권 의원은 경찰청이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와 여론 동향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정리한 데 대해서도 “국민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수집이 아니라 사후적 대응을 위한 면피, 책임회피를 위한 정보다. 보고된 내용으로 봐선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문제제기가 될 수 있고 어떤 대응이 필요할 것 같다는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 아니었나”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여기에 권 의원처럼 구 국민의당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청장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 본인 스스로도 미흡했다고 인정했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정책 참고자료로 위장된 정치 문건을 만든 사실”이라며 “일부 시민단체가 내부회의 통해 대응계획을 논의 중이란 사실까지 적었고 사실상 사찰로 볼 수 있는 일이다. 즉시 경질하지 않으면 공직자들에게 자신들이 맡은 본연의 임무보다 정치적 대응을 먼저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촉구했고, 이 장관에 대해선 사고 수습 후 자진사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아울러 당 차원에서도 이날 박정하 수석대변인의 공식 논평을 통해 “사고 발생 전부터 상황의 위중함을 알리는 시민들의 경고가 계속됐음에도 당시 112 신고를 처리했던 현장 대응에 미흡함이 보여 더 참담한 마음이다. 정부여당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입장을 내놨으며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날 비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진상규명 이후 응당한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야권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서도 이날 이 장관과 윤 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으며 한 발 더 나아가 이번 사안에 책임이 있는 경찰에 과연 수사 자격이 있는지 따지면서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열어뒀는데,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경찰이 수사 주체이면서 수사의 대상이다. 국회 차원이나 상임위에서 추후에 미흡하다고 하면 국정조사의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라며 “행안위에서 다음 주에 현안질의를 통해 자료 요청하게 돼 있는데 앞으로 하나하나 밝혀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의당 역시 이정미 대표가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대표단 회의에서 이 장관과 윤 청장을 꼬집어 “이들은 대책 마련 주체도 수사 주체도 아니며 이번 참사의 책임을 지고 수사 받을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며 이원주 원내대표는 “정의당은 철두철미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에 적극 협조하라”고 입장을 내놔 일단 국정조사는 야권 중심으로 급물살 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심지어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장관과 윤 청장 뿐 아니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해임은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까지 요구했는데, 진상규명과 관련해서도 그는 “사고 수습과 진상규명을 참사 책임자들에게 맡길 수 없다”며 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유족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이태원참사 범국민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경찰 ‘십자포화’ 속 檢에 힘 실리나…한동훈 “대형 참사 수사 한계”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법사위 의사 일정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좌), 한동훈 법무부장관(중),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민주당의 항의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하고 있다.(우). 사진 / 김기범 기자
법사위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이 법사위 의사 일정 항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좌), 한동훈 법무부장관(중),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민주당의 항의에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법사위 회의장 앞에서 하고 있다.(우). 사진 / 김기범 기자

이렇듯 경찰이 이번 참사로 맹폭 당한 가운데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참석차 국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경찰이 스스로 (이태원 참사) 수사하는 것에 우려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수완박으로 검찰이 대형참사와 관련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에 한계가 있다. 검찰이 경찰의 범죄를 수사할 수 있지만 참사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답해 불과 몇 달 전까지도 수사권을 놓고 기 싸움을 벌였던 검경 관계상 경찰의 위기 상황이 검찰엔 호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한 장관은 전날 공개된 112 녹취록과 관련해 “대단히 엄정한 수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하며 경찰을 한층 더 압박했고, ‘대검찰청이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를 구성했지 않느냐’는 질문엔 “구체적 사안에 지휘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론적으로 말씀드린다. 여러 법리 검토 부분에 지원하기 위해 준비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응수했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참사 발생 직후 황병주 대검 형사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고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관할 검찰청인 서울서부지검에선 한석리 검사장을 반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구성했을 뿐 아니라 서울 지역 검찰청과 의정부지검 당직 검사들도 전원 비상대기하면서 사망자 신원 확인과 검시 절차를 진행해 지난달 31일에 사망자 전원에 대한 검시 절차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는데, 지난 1일엔 대검찰청 사고대책본부와 서울서부지검 비상대책반은 과거 대형 참사 사례 분석과 법리 검토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기류를 감지했는지 2일 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법제사법위원들은 한 장관이 출석한 법사위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보고와 비공개 현안 질의를 실시하자고 여당에 제안했는데, 이들은 검찰이 구성한 대책본부를 들어 “법무부와 검찰 대상으로 대책본부의 현재 업무와 향후 대책 등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요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국민의힘은 “오늘 법사위는 2023년도 예산안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일축했고 결국 법사위도 파행을 맞아 한 장관 역시 한 마디 발언도 하지 못한 채 퇴장하게 됐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민주당을 겨냥 “국민의 고귀한 생명이 안타깝게 희생된 상황 속에 이를 정쟁 삼으려는 게 안타깝다. 법사위엔 이번 참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업무를 맡고 있는 부처가 없고 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검수완박법으로 검찰은 대형 참사를 직접 수사할 수도 없다”며 “법사위 현안 질의를 화요일에 하자고 제안했는데, 국민의힘이 질의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고 맞불을 놨고, 특히 여당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왜 행안위에서 안 하고 법사위에서 하자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야권이 경찰 책임론을 넘어 현 정부 전체를 조준하며 공세에 나서려는 데 대한 여당의 경계심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대통령실에선 이보다도 더 신중해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정치권에서 장관 경질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며 “정무적 책임 또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내놓은 만큼 당장 압박 기류만 의식해 조치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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