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지역과 통상ㆍ투자협력 확대가 최대 목표

노무현 대통령이 12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길에 14~21일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남미 3개국 순방에 나섰다. 노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우리 국가원수로는 지난 96년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8년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남미지역과의 통상ㆍ투자협력 확대에 최대 목표를 두고 있다. 이번 순방은 특히 노 대통령이 집권2기를 맞아 올 하반기 외교목표로 설정한 신흥 잠재적 경제대국인 이른바 대 브릭스 외교의 완결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 7월 중국을 국빈방문했고, 지난 9월 러시아 공식방문, 10월 인도 국빈방문에 이어 이번에 마지막으로 브라질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이번 3개국 순방의 의미는 크게 ▲중남미 수출시장 확대 및 협력 추진 ▲중남미 지역통합에 대한 적극 대응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중남미지역 중심국가들과의 전통적 협력관계 강화라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브라질의 룰라, 아르헨티나의 키르츠네르, 칠레의 라고스 대통령은 모두 좌파 또는 중도좌파 성향의 지도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취임후 경제난 타개를 위해 자유주의 시장원칙을 존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른바 `실용주의' 노선을 취한 셈이다. 참여정부는 출범후 지금까지 경제정책 노선을 둘러싼 `좌파성향'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과 이들 정상간 양자회담에서 어떤 대화가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우선 한ㆍ칠레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역사상 최초인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는 게 정부당국자의 설명이다. 지난 4월 한ㆍ칠레 FTA 발효후 6개월간 교역량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했고, 수출과 수입은 각각 40%, 32% 증가, FTA가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는 게 우리 정부측 평가다. 중남미 경제중심국인 아르헨티나와는 농업.IT(정보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브릭스의 일원이며, 국토와 인구가 각각 세계 5위로 중남미 최대의 시장이자 자원부국인 브라질과는 실질협력 강화 방안을 중점 논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노 대통령은 중남미 지역통합 추세를 감안,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의 무역협정 및 FTA 체결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이들 3국과의 양자 통상장관 회담 개최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특히 브라질 룰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우리의 IDB(미주개발은행) 가입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은 그간 우리의 IDB 가입에 유보적 입장을 견지해오다 지난 8월 지지 입장으로 선회함으로써 가입여건이 성숙해졌다. 우리가 IDB에 가입할 경우 연 90억달러 상당의 중남미 건설시장내 한국 업체의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은 3개 방문국 정상과의 친분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홍보, 국제무대에서의 협력 확보, 중장기 민간교류 프로그램 추진도 강구되고 있다. 한편 노 대통령은 IAEA(국제원자력기구) 이사국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방문기간에 우리의 핵물질 실험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실험 실험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여부의 키를 쥐고 있는 IAEA 이사회가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어서 이들 국가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우리의 과거 핵물질 실험이 핵개발 의도와는 무관한 과학실험이었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비롯한 정부의 핵정책을 소상히 설명하고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역시 노 대통령은 이번 남미 순방을 통해서도 `자원외교', `세일즈외교'에 주력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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