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에 협조 나선 유동규 "비밀번호도 제출", 남욱도 협조...위기 놓인 李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용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시사포커스DB
(왼쪽부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용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전격 구속된 이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상임부원장이 자금 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술거부권 행사'를 통해 침묵에 들어간 반면에 최근 구치소에서 출소하여 재판을 받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민감한 내용들을 술술 풀어 놓고 있어 사실상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을 옥죄고 나선 분위기가 감돌았다.

◆ '이재명 겨냥' 유동규 "증거 다 지웠다 생각하겠지만, 흔적은 다 지워지는 게 아니야"

김용 부원장에게 지난해 수억 원의 대선 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 진술한 유 전 본부장은 27일 자택 인근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비롯해 이 대표의 측근들인 정진상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부원장이 함께 참여하는 '텔레그램 정무방'이 있었다고 직접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에 정 실장의 권유로 새로 산지 일주일밖에 안되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진 바 있는데 최근 검찰은 해당 폰을 포렌식하여 복구했는데, 그 안에 텔레그램 앱에서 이 대표의 측근들과 함께 한 정황들이 나온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 "언론에 나온 것 말고도 산하기관장 모임도 있었고, 정무방이 따로 있었고, 법조팀도 따로 있었다"면서 "이너서클이니까 (대화방별 인원수는) 많지 않다. 전체 합쳐서 10명 정도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이 대표와 그의 측근들을 겨냥한 듯 "(검찰은) 이미 휴대전화 클라우드를 다 열었다. (그리고 나도) 비밀번호까지 다 제출했다"며 검찰이 자신 때문에 수사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고, 심지어 "(그들은) 증거를 다 지웠다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흔적은 다 지워지는 게 아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앞으로 남은 수사와 재판에서 숨김없이 과감히 끄집어낼 심산임을 엿보였다.

아울러 유 전 본부장은 구치소에 있을 당시 이 대표 측이 '가짜 변호사'를 보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에) 경기도 고문 변호사가 와서 '위에서 왔다'고 했다"면서 "(그 변호사는 나에게) 높은 분이 내려보냈고 '걱정 많이 한다'고 얘기해서 나를 케어해 주려고 왔나 생각했는데 그 행적들을 보면 다 자기방어를 위해서였다. 내가 (검찰에) 무슨 말을 하는지 감시하러 왔다는 개념이 자꾸 들었다"며 자신이 오랫동안 착각 속에서 살고 있었음에 깨달은 듯 씁쓸해 했다.

더욱이 그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본인도 입으로 '환수시켰다'고 치적을 자랑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하면서 "본인이 국정감사에서 했던 얘기는 다 거짓말이냐"고 반문하며 이 대표가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삭제된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 이재명 불법 대선자금 의혹 쫓는 검찰, 유동규·남욱 수사 협조 분위기에 수사 급물살

이렇듯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을 추적 중에 있는 검찰에서도 관계자들의 협조적인 상황이 전개되면서 수사에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여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는데, 특히 검찰은 작년 초에 이미 남욱 변호사가 현금 20억 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해당 자금이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수사는 진행 중에 있어 자금 흐름을 쫒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더 나아가 법조계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일각은 남 변호사의 석방 가능성도 높게 점치는 분위기였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검찰과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할 가능성을 염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심사하기 때문에 수사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상태라면 굳이 잡아 둘 필요성도 없고 불구속 상태에서 자유를 보장해 주며 수사에 협조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남 변호사의 추가 구속은 더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계산이 섰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반면 지난 21일 구속되어 현재 수사를 받고 있는 김 부원장은 오는 11월9일쯤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이날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 부원장에 대한 조사를 이어 나갔다.

◆ 이재명 최측근 김용 "진술 거부권 행사 중"...현근택 "검찰, 확보 증거 별로 없는 듯"

다만 김 부원장은 '절대 돈을 받지 않았다'고 진술한 이후 묵비권을 행사하며 침묵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는데, 김 부원장 측에 따르면 그는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진술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부원장의 변호인으로 나선 이재명 대표의 선대위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현근택 변호사는 전날 YTN '뉴스나이트'에도 출연하여 "(김 부원장의 검찰 수사가) 별로 진척 되는게 없다"며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진술 이외에 물증을 제시하고 추궁을 해야 되는데,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종일 붙잡아 놓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 변호사는 "(물증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그걸 제시하는 게 맞는거 아니냐"면서 "(검찰이 물증을) 제시 안 하는 것 자체가 별로 증거가 없는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여 사실상 검찰이 이 대표의 불법 대선자금 의혹 수사에 대해 '진술 이외의 물적 증거가 없다'에 무게를 둔 듯 했다.

심지어 그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언론은 온갖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대부분 문제되고 있는 혐의와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라면서 "조국·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와 비슷하게 가고 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검찰, 물증 있지만 공개 안하고 있는걸까?...일각, 김용이 모든 죄 안고 갈 가능성 있어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남 변호사에서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메모'와 돈이 전달된 장소의 주차장 출입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변호사는 이날 취재진에게 "검찰이 기록으로 갖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알기론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외엔 증거가 없다"며 "(그래서) 돈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에서 진술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김 부원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김 부원장이 돈을 실제로 받았는지 안받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떠나서 본인이 모든 것을 안고 가겠다는 심산인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더욱이 형량적 관점에서도 뇌물 혐의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징역 1~2년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기 때문에 김 부원장이 떠안고 가는 것이 피해를 가장 최소화하고 이 대표도 살리는 길이라는 계산이 깔린 셈이다. 

즉, 이 대표가 그간 자신을 이끌어 줬던 만큼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살아 있어야지만 김 부원장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판단을 한 것이라는 얘기인데,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이 대표 입장에서는 김 부원장을 개인 비리로 꼬리 자르기하고 영원히 손절해야만 정치적 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서 김 부원장도 유 전 본부장과 같은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감지했다. 

◆ '이재명만은 살려야' 친명계, 李 최측근 김용·정진상 적극 두둔 나서

그러다보니 '친명계'(친이재명계)의 좌장으로 불리고 있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하여 이 대표의 정치 생명줄을 잡고 있는 김용 부원장에 대해 "이 대표의 측근인 김용 부원장이나 특히 정진상 실장 같은 경우도 30년 가까이 이 대표와 같이 지내왔는데 굉장히 수줍어하는 사람이다"며 "어디 가서 돈 내놓으라고 할 사람이 아니다"고 두둔하고 나섰다.

아울러 정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서도 "오랫동안 제가 지켜보고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며 "어디 가서 공짜로 받아 먹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공짜 밥도 잘 안산다. 그런 면에서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적극 호위했다.

 ◆ 황교안 "김용도 유동규처럼 헛된 의리 직시할 때 올 것, 이제 몸통은 쳐야 할 때"

한편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이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 <몸통을 쳐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며 "남욱 변호사가 현금 20억원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한다. 유동규를 통해 김용에게 전달했다는 8억 4700만원과는 별개다"며 "(이렇게)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이재명이 안달인데, 그러면 그 이재명에게 큰 돌은 과연 무엇일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어 황 전 총리는 "유동규는 2014년에 대장동 일당에게 받아 김용에게 넘긴 1억원은 '새발의 피'라고 했는데, 유동규의 진술과 증거로 김용이 구속됐다"며 "이재명 측에서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하지만 김용이 받은 돈을 윗선에 전달하지 않고 개인이 착복했다고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죄를 혼자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동규가 입을 연 것처럼 김용도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다. 헛된 의리를 직시하고 살 길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최측근 중에 핵심인 정진상도 출국금지 됐으니, 앞으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고 부연하며 "김용이 입을 열면 이재명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궁금하다"고 덧붙이며 흥미진진하게 관망하는 모습으로 비쳤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황 전 총리는 "'불법 자금은 1원도 쓴 일이 없다'고 한 이재명의 앞이 보이질 않는다"고 비꼬면서 민주당을 향해 "야당도 이재명의 사법리스크와 결별해야 한다. 이제 몸통을 쳐야 할 때다"고 경고음을 보내 사실상 사법리스크에 둘러 싸인 이 대표는 산을 넘는다고 할지라도 결국은 고립된 섬에 갇힐 가능성을 높게 점쳐 이 대표의 정치 향방에 그 결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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