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격전지 순례 1 전통적 정치 텃밭에 총선 ‘광풍’ 취몰아친다

▲ 총선전국의 시작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광주와 목포, 대구가 그곳. 불꽃 튀는 승부가 예상되는 지역과 한판승을 벌일 승부사들에 벌써부터 관심이 대단하다.
여의도가 4월 총선을 앞두고 뜨거워지고 있다. 벌써부터 총선의 주요 요지들과 이에 도전하는 이들의 면면이 부각되고 있다. <시사신문>은 4월 총선을 향해 전력투구하는 요충지와 이곳이 부각되는 이유를 알아본다. 또한 도전자들의 면면도 구체적으로 들춰본다. 그 첫 번째 순서로 다룰 곳은 광주와 목포, 대구. 광주와 대구는 각각 범여권과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벌써부터 후보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다. 광주에는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후보가 자신들이 지역을 대변할 수 있는 범여권의 ‘적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목포는 한화갑 전 대표와 박지원 전 청와대 실장이 나란히 총선 출마를 희망하는 곳이다. 한 전 대표와 박 전 실장은 서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해 동교동계 내부 충돌을 예고했다. 대구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주요 인물들이 포진한 곳으로 친이명박·친박근혜, 신·구간 다툼이 치열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적진에 출사표를 던진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이 격전을 치를 곳이기도 하다.


굳히기 대통합민주신당, 엎치기 민주당 ‘호남 마음 얻기’ 광주행 봇물
한나라당 텃밭 ‘대구’ 당 내 친李·친朴, 신·구 물갈이 격돌지 급부상


4월 총선을 앞두고 전국 곳곳이 술렁이고 있다. 그 중 광주는 대선 때부터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격돌이 예상되는 곳으로 주목받아왔다.


호남 정치1번지 ‘광주’


범여권의 지역적 기반은 호남, 그 중에서도 광주다. 때문에 그동안 범여권을 표방했던 세력들은 광주에 온갖 공을 쏟아왔다.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선주자들의 광주행이 심심찮게 목격됐던 것.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대선 패배를 이겨내려 하고 있다. 한나라당 이명박 당선자가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받으며 당선돼 전국적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에 지역적 기반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몰표를 받았던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호남의 표심을 얻어 지역기반을 확고히 할 ‘굳히기’를 준비하고 있다. 광주 7개 지역구를 신당출신 현역 의원들이 독식하고 있는 만큼 당 내 공천 다툼도 치열하다.

신당 정동영 후보에게 호남 1위 자리를 내주며 터전에서도 힘을 잃은 민주당은 ‘역전’을 꿈꾸고 있다. 민주당이 ‘호남당’이라는 ‘적자론’을 내세워 명예회복과 정치적 생명력을 이어가겠다는 의도다.

그중 광주 내 ‘호남정치 1번지’로 일컬어지는 동구의 총선은 초미의 관심사. 양형일 현 의원(신당), 김종배 전 의원(신당), 김정업 정당인(한나라당), 박주선·김경천 전 의원(민주당), 노인수 변호사(무소속), 양회창 기업인(무소속)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현역인 양형일 의원과 민주당 박주선 전 의원의 대결구도를 이룰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광주 남구는 지병문 현 의원과 강운태 전 의원, 출마설이 돌고 있는 민주당 김민석 전 의원의 대결이 예상되고 있다.


알짜배기 ‘목포’에 있다


목포에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이는 김대중 전 목포시의원, 민영삼 전 고건 전총리 공보팀장, 배종호 전 KBS 뉴욕 특파원, 이상열 현 의원, 정영식 전 행자부 차관 등 대통합민주신당 인사들이다.

참여정부 마지막 특사로 사면·복권된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또한 목포 출마를 노리고 있고 전윤철 현 감사원장의 출마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역인 이상열 의원에게는 이래저래 힘든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나란히 목포에 눈을 돌린 동교동계 인사 중 한 전 대표의 원래 지역구는 무안·신안. 하지만 이곳은 이미 DJ 차남인 김홍업 의원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지역구 변동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전 대표도 이를 의식한듯 “의원직 상실 이후 저의 연고지는 김홍업 의원이 열심히 하고 있다”며 “다음 연고지인 목포 쪽에서 당원들이 ‘우리를 이끌어줄 사람이 없다. 그러니 복권되면 빨리 우리와 손잡고 정치를 재건해줘라’는 주문을 받았다”며 목포 출마 의지를 나타냈다.

박진원 전 실장도 지역구로 목포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표와 박 전 실장이 ‘목포’를 노리고 있는 것은 이곳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동교동계’인 두 사람이 정치권 진입을 두고 가장 안전하게 거쳐 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 당선될 경우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이어간다는 명분에서 앞설 수 있는 등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다.

한 전 대표는 박 전 실장이 목포를 희망하고 있는데 대해 “우리 자체 내에도 질서가 있고 선후배가 있고 연고권이 있다. 박지원 전 실장은 진도, 해남이나 광주 남구 등 선택해 갈 수 있는 사람이다. 구태여 같은 테두리 내의 선배인 저한테 와서 그런 일을 할 리가 있겠느냐”며 은근슬쩍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또한 그는 “범여권이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정치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감을 느낀다”며 정치 재개 이후 범여권의 중심에서 뛰고자 하는 심중을 내비쳤다.

한 전 대표의 견제에 박 전 실장측은 “그건 그 쪽 생각”이라며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박 전 실장측 한 인사는 “여러 가지 상징성이 큰 목포에 출마해서 명예회복을 하고 새로운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는 권유와 조언이 많다”며 사실상 목포 출마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드러냈다.


대구, 세 교체의 장으로


대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정치적 고향이자 한나라당의 정치적 텃밭이다.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로 대구의 주가는 높아진 상태. 공천을 받기 위한 당 내 신·구간 다툼이 치열하다. 뿐만 아니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자유신당(가칭)’도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후보와의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중·남구 현재 17명이 출마 거론중이며 이 중 13명이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이곳은 지난 대선 한나라당을 탈당한 곽성문 의원의 지역구로 곽 의원은 무소속으로 재입성을 노리고 있다.

동을에는 박 전 대표측 유승민 의원이 노무현 대통령측 이강철 정무특보를 맞아 일전을 준비 중이며 서구에는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6선을 노리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지키는 달성군에는 박경호 전 달성군수, 김문오 전 대구문화방송 보도국장, 윤용희 전 경북대 교수가 도전장을 냈다.


적진 한 가운데 출사표 던진 유시민 “대구·경북에도 진보 한 명쯤은”
한화갑·박지원 정치 재기, 김대중 전 대통령 후계 놓고 ‘목포’ 겨냥

총선에서 대구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력 간 세대 간 변화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기 때문. 당내 공천에서 나타난 신·구간 갈등과 친이명박·친박근혜측의 견제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본가(대구)에서 얼마나 자리를 차지하느냐가 분가(전국)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 내 인물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전략적 공천을 통해 도전장을 준비하고 있는 세외세력(자유신당·대통합민주신당)의 선전도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이 한 몸 불살라”


총선에서 대구가 시선을 끄는 이유 중에는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의 출마설 때문이다.

유 의원은 “대구·경북은 경쟁구도 없이 한나라당·민자당·민정당이 20년 이상 독식해 왔다. 경쟁이 없는 것은 대구·경북에도 좋지 않다. 대구·경북에도 진보 정치인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며 “대구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그리고 진보적 색깔을 가진 정치인이 대구에서 국민의 선택을 구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다”고 대구 수성을에 도전장을 냈다.

그는 대구 수성초등학교, 대륜중, 심인고를 나와 대구와는 ‘학연’으로 이어진 사이. 하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고양시 덕양 갑을 버리고 대구행을 택하기까지는 고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의 정치적 불모지에서 막강한 적을 맞아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 수성을은 이명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다. 주 의원은 한나라당 경선 시절 이 후보가 삼고초려 끝에 비서실장으로 영입했을 만큼 이 당선인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유 의원은 일찌감치 총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얼굴 알리기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 창당 때부터 당과 정부를 끌어온 사람이 희생의 제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 내 ‘책임론’까지 끌어안고 나선 유 의원이 새로운 정치기반 구축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상황 판단력이 빠른 달변가로 현재 이 당선인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주 의원과 막강한 입심 내공을 가진 유 의원의 격돌도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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