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강조하며 ‘정치인 사면’은 끝내 제외…외교엔 “한미, 경제안보까지 동맹” 기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야 전직 국회의장•국회의원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여야 전직 국회의장•국회의원 윤석열 후보 지지선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쟁 요소와는 거리를 둔 채 ‘경제’를 거듭 강조하는 등 여론 동향을 부쩍 의식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그간 저조한 지지율 탓에 떨어지던 국정 동력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尹 “사면, 민생·경제회복에 중점”…‘정치인 사면’ 바란 정치권과 거리 둬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특별사면의 의미와 관련해 이날 ‘경제’와 ‘민생’을 거듭 강조했는데, 1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도어스테핑을 통해서도 사면과 관련 “무엇보다 민생과 경제 회복에 중점을 뒀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경제 불안과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것이 민생이고 또 민생이라는 것은 정부도 챙겨야 되지만 경제가 활발히 돌아갈 때 더 숨통을 트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방점을 (뒀다)”고 발언한 데 이어 같은 날 임시 국무회의에서도 “사면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 신중히 결정했다. 이번 특사로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이날 직접 사면대상자를 발표한 한동훈 법무부장관 역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8·15특별사면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여파,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국민 대다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온 점을 고려해 민생경제의 저변에 역동성과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사면대상자를 선정했다”며 “기술투자와 고용창출로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에 대한 엄선된 사면을 통해 다시금 경제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윤 대통령과 한 목소리로 ‘민생·경제’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여러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반응이 높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인들에 대한 사면은 물론 생활고로 인한 절도사범 등에 대해서도 ‘특별배려 수형자’로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는데, 당초 관심을 모았던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그간 기업인 사면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높았던 만큼 끝내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박형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내는 경제위기 극복과 민생경제 활성화, 노사 통합 및 사회적 약자 배려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특별사면이 경제위기 극복에 활력소가 되고 사회 통합의 희망이 되길 바란다”는 일단 호평을 내놨지만 정작 야권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정치인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여론과 달리 비판적 반응을 쏟아내 대조를 이뤘다.

◆ 정부는 여론 의식했는데 정치권은 반대로? 사면 결과에 ‘혹평’ 퍼부어

(좌측부터)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 고민정 최고위원 후보,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 고민정 최고위원 후보,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통합을 위해서 사면할 때 정치인을 포함시키는 게 관례였다. 이번에는 유독 정치인만 제외하는 게 타당한가”라며 자당 소속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된 데 대해 유감을 표했고, 같은 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서울 마포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합정오피스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여전히 국민통합은 온 데 간 데 없이 전례 없는 경제인에 대한 말 그대로 특별한 사면을 해준 경우가 아닌가. 그런 점에서 여러 가지로 과연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나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한 데 대해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에게 선의를 행사하는, 대한민국 사면권 행사 역사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라고 꼬집었으며 고민정 최고위원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윤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던 김경수 지사의 사면은 제외됐고 이 부회장은 포함됐는데 윤 정부 출범으로 가장 이득을 많이 본 사람은 이 부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강화법이 통과되면 삼성이 감면 받는 세수만 11조원으로 예상되고 법인세 감면으로 삼성은 매년 1조6천억원씩 세금을 덜낼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예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 김경수 지사에 대한 사면을 반드시 실시해야 했다. 윤 대통령의 첫 사면은 결국 실패”라고 역설했는데, 정작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선 여러 여론조사에서도 과반 이상 긍정적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는데다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의원도 지난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행된 당 대표 후보자 토론회에 나와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해 “찬성 여론이 더 높은 것 같다”고 발언했던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까지 비판하는 이날 민주당 인사들의 발언은 여론과 배치된 주장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정의당은 이날 이동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재벌 총수들은 이미 가석방과 집행유예로 사법정의에 어긋나는 특혜를 받았고 특가법상 5년간 취업제한이나 경영 참여 제한조치마저 무력화하며 사실상 경영에 개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법적 꼬리표를 아예 떼어달라는 재벌 총수들의 민원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꼴”이라며 “강자만을 위한 윤석열식 법치의 민낯을 확인하는 순간”이라고 사면 철회를 촉구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변 민생경제위원회·민주노총·참여연대 등도 “윤 대통령의 이 부회장 사면 결정을 규탄한다”고 사면 결과에 대해 성토했다.

심지어 현재 여당 대표 격인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들과 온도차는 있지만 이번 사면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는데,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서 빠진 점을 들어 “저는 국민통합 차원에서 많은 정치인들이 포함됐으면 하는 바람을 이전에 말씀드렸고 지금도 갖고 있다. 그래서 대폭 사면과 국민 화합에 좀 기대에, 제 기준에 못 미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밝혔으며 “가급적 서민 생계형 범죄라든지 이런 데 대해서 대폭 사면이 있길 바랐는데 그 점도 좀 아쉬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그간 이 전 대통령 뿐 아니라 김 전 지사 사면까지 주문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면은 정치의 잣대로 하는 국정 이벤트 행사인데 검찰의 잣대로 했다. 좋은 반전의 기회였는데 안타깝다”며 “아무런 감흥도 없는 밋밋한 실무형 사면에 불과했다”고 평가 절하했는데, 정작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소관계 등을 감안해 사면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아니고 여론 동향을 적극 감안해 내린 결론임에도 정치권에선 볼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어 과연 국민이 윤 대통령과 정치권 중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 향후 지지율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美 펠로시 안 만났던 尹, 다시 한미동맹에 적극 ‘무게’…여론 의식?

주변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캡처
주변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 캡처

비단 사면 문제 뿐 아니라 외교 노선과 관련해서도 취임 전부터 한미동맹을 적극 강조해왔으나 정작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최근 방한했을 때는 만나지 않은 채 전화통화만 해 본인의 지지기반이던 보수층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던 윤 대통령은 다시 미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12일 도어스테핑에선 “한미 안보동맹, 그리고 (군사)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안보까지 아우르는 이런 동맹은 우리가 전세계를 상대로 추구하는 글로벌 외교의 기초가 된다는 말씀을 늘 드렸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원칙과 기준은 철저한 대한민국의 국익이다. 불필요하게 어떤 나라와 마찰을 빚거나 오해를 가질 일이 없도록 늘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을 추구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중국보다 미국에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기반 삼는 한편 지나치게 한쪽으로 경도된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시해 12일 발표한 주변국 관계 관련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75%가 미국, 13%가 중국을 택한 것으로 나왔으며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는 어느 나라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과반인 52%가 미국이라 답했고 중국은 3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해 중국(46%)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미국(45%)보다 근소하게 높은 것으로 나왔는데, 이념성향상으로도 오로지 진보층에서만 미국(41%)보다 중국(50%)을 택한 비율이 높게 나와 윤 대통령은 미국과의 관계를 ‘경제안보 동맹’으로 한층 무게를 실으면서도 한편으론 야권의 공세를 감안해 굳이 ‘국익’이란 표현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반면 자당 지지층이나 진보층 여론이 경제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분위기이다 보니 민주당에선 윤 대통령과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데, 당장 대통령실에서 지난 11일 성주에 있는 주한미군의 사드 기지가 이달 말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히며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수단이며 안보주권 사항으로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을 박은 데 대해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12일 “이걸 다시 들쑤시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왜 또 벌집을 들쑤시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어있는 여론에 힘입어 국민의힘에서 12일에도 국회 국방위 소속인 한기호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정부 시절 중국에 헌납한 사드 3불 정책은 우리의 안보 주권을 포기하고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안보 족쇄”라고 비판하는 등 민주당 압박에 나서고 있다 보니 우 위원장은 “3불1한이라는 정책을 대한민국이 선서했다고 말한 중국 외교부의 발표도 적절치 않지만 이에 반응해서 사드 운용을 정상화하겠다는 대한민국의 접근도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바로 전날 ‘사드 운용제한’을 의미하는 ‘1한’에 대해 “미국이 (사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 사드 운용에 대해 어떻게 제약을 가하겠나”라며 사실상 사드 운용 제한 입장엔 거리를 두는 자세를 취한 그가 반대로 사드 운용 정상화에 대해선 “사드 기지가 정상적으로 운용이 되든, 안 되든”이란 주장까지 펼치면서 정부 비판에 나서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여론이 어느 쪽 주장에 힘을 실어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