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원장 인선부터 비대위 형태까지 의원들마다 갑론을박 ‘여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을 나와 이동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지도부 개편 문제를 속전속결로 마무리 짓고자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간 윤석열 정권에 부담이 된 여당 내홍 상황이 조기 수습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가결…대통령실 “與, 조속히 안정되길 바라”

지난 1일 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기로 뜻을 모은 국민의힘은 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 지도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상정해 가결했는데,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원 7명 중 (과반인) 4명이 참석해 가결했다”며 권성동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 배현진·윤영석 의원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변인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관련해 “대면방식으로 할지, 온라인으로 할지, 당 지도부에서 정해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전국위는 (개최일 전) 3일까지 (전국위원회 의장이) 공고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서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쯤에는 정리가 될 것”이라며 현 상황을 비대위 구성 근거가 되는 ‘비상상황’으로 볼 수 있는지 상임전국위에서 유권해석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원내대변인은 향후 비대위원장을 누가 임명할지에 대해선 “전국위 의결을 거쳐서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하는데 여기에 직무대행을 추가하는 안을 전국위에서 의결 받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사실상 당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차기 사령탑 인선 권한을 주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당헌 제96조 3항에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전국위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 직무대행에 대해선 별도 규정이 있지 않은 상황인데, 만일 권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갖는 내용으로 전국위 의결이 이뤄질 경우 과연 누구를 세울 것인지 벌써부터 당내 곳곳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만 해도 지난 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두 가지 요건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 종속되면 안 되고, 대통령과 소통이 잘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펴면서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새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할 인물이 있다고 운을 띄우기도 했다.

현재로선 친윤계인 정진석·주호영 의원과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부터 정우택·조경태 의원 등 중립적 인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인물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단순히 ‘친윤계’냐 아니냐 뿐 아니라 새 지도체제가 ‘관리형’이 될 것인지, 아니면 ‘쇄신형’이 될 것인지에 따라서도 인선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권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 의견 수렴 과정이 우선 이뤄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대통령실에선 상임전국위, 전국위 소집 안건이 의결된 이날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에둘러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듯 “당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겪으며 지나가고 있는데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랄 뿐”이라며 “민생도 그렇고 여러 해결할 일들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드러냈는데, 다만 이 같은 대통령실의 바람과 달리 당 내홍은 쉽게 잦아들지 않는 모양새다.

◆ 최고위 의결에 이준석 “탐욕 계속돼”…비대위 ‘꼼수’ 전환도 논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좌)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윤리위원회 징계로 당원권 정지 상태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고위에서 상임전국위, 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배현진 의원을 겨냥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하는군요.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가 나온다”며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일침을 가했는데, 이미 사퇴 의사를 표명해놓고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는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점을 비판한 발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당 기조국에 제출돼 (사퇴서가) 수리되지 않으면 법률상으로는 사퇴된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비대위 출범 전까지는 최고위의 최소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어서 최고위원들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을 보류해달라고 오늘 회의 때 말씀드렸다”고 설명했으며 이 대표로부터 직격당한 배 의원도 ‘위장 사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날 당 비상상황을 상정하고 당론을 채택한 데 따라 인수인계 시간이 필요하다고 원내대표가 요청했다. 오늘 자리를 요청한 원내대표실에 문의해보라”고 응수했다.

또 마찬가지로 앞서 최고위원 사퇴를 선언했던 윤영석 의원 역시 “사퇴하려는 진정한 의사였고, 당이 과도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최고위 역할이 남아있어 수리가 안 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침묵이 찬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결정을 전체 투표로 결정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하는 것도 공정하지 않다”며 “우리는 옳은 길로 가야 한다. 원팀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당도, 나라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비대위 전환에 속도를 내는 이날 최고위의 행보에 우려를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날 최고위 회의에 불참한 김용태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당장 권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까지 내려놓으라.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뻔뻔하게 원내대표직은 유지해 지도부의 한 자리를 붙잡고 있겠다는 것은 욕심이고 그 욕심이 국가와 국민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권 원내대표에 거취 압박까지 가했는데, 홍준표 대구시장까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당을 이끌 동력을 상실한 지도부라면 총사퇴하고 원내대표를 다시 선출해 새 원내대표에게 지도부 구성권을 일임해 당 대표 거취가 결정될 때까지 비대위를 꾸리는 게 법적분쟁 없는 상식적 해결책”이라고 권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시장은 “합리적인 서병수 전국위 의장이 괜히 전국위 소집을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이 대표가 가처분이라도 신청한다면 이번에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이는데 왜 그런 무리한 바보짓을 해서 당을 혼란으로 몰고 가는지 안타깝다. 이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 넣어서야 되겠나”라며 “그렇게 해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겠나. 왜 자꾸 꼼수로 돌파하려고 하는지 참 안타깝다”라고 ‘윤핵관’인 권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 비대위도 각론 놓고는 제각각…‘李 복귀 전제’ 비대위 주장도

(좌측부터) 국민의힘 조해진, 조경태, 김기현, 서병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국민의힘 조해진, 조경태, 김기현, 서병수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심지어 이 대표 복귀를 전제한 비대위를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당내 일각에서 나오기도 했는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은 2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내년 1월9일 이 대표가 법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권리를 봉쇄하고 이 대표를 축출하면 이 대표 쪽에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하면 돌아올 수 있게 하는 전제로 비대위에 찬성했다”며 “정당하게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이 대표의 권한을 박탈하면 우리 당 주축을 형성하는 젊은 유권자들과 지지자들, 당원들을 배제하면서 우리 당과 정부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에 공감하는 의원들은 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반면 이 대표 복귀가 어렵다고 보면서 단기간 동안 과도기적 비대위로만 가고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당겨 개최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비대위원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 1일 밤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나와 “내년 전당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 당헌당규상의 그것을 좀 낮출 수 있도록 하려면 6개월 정도는 하지 않겠나”라며 ‘6개월이라면 이 대표가 돌아오기 전까지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비대위로 가서 새 당 대표를 뽑자는 것인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엔 “새 전당대회를 통해 새 인물을 뽑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 같다”고 역설했다.

이 뿐 아니라 그간 조기 전당대회론을 주장해온 당권주자 중 한 명인 김기현 의원도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대위 출범을 더 늦출 이유가 없다. 하루빨리 질서 있는 회복을 통해 당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글을 올리면서도 같은 날 BBS라디오 인터뷰에선 “이번 비대위는 조기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돼야 한다. 지금 집권당이 임기 초기 얼마나 됐다고 벌써 비대위를 구성해서 가는 비정상적 사태를 계속 끌고 간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조기 전대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에는 차기 당권 도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호적 여론 또한 조성됐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리서치뷰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에게 실시한 7월말 정기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국민의힘의 진로에 대해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경우엔 조기 전대를 치러야 한다는 답변이 29%, 비대위로 전환해야 한다는 비율이 27%로 나왔고 직무대행 체제 유지는 10%에 그쳤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게만 물었을 땐 조기 전대가 37%, 비대위 전환이 32%, 직무대행 체제 유지는 17%로 집계됐다.

아울러 김 의원은 하태경·조해진 의원 등이 주장하고 있는 ‘이 대표 복귀를 전제로 한 비대위’에 대해서도 “지금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은 누가 복귀를 하느냐 마느냐, 누구에게 권한이 주어지느냐 없어지느냐 이런 문제가 아니다. 정당은 누구를 보호해주는 게 아니라 민심을 얻고 지지율을 올려서 선거에 이기는 게 정당이 가야 할 중요 목표이고 거기에 맞춰 모든 것을 정리해야 한다”며 조경태 의원처럼 회의적 시선을 보냈는데, 이렇듯 당내 의원들이 비대위라는 ‘큰 틀’ 속에서도 세부적으로는 제각기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여당의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빠르게 정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한 권 원내대표가 이날 4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가진 오찬 회동에 참석한 서병수 전국위원장이 전국위를 소집하지 않겠다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전국위 조기 소집을 약속함에 따라 비대위 전환으로의 걸림돌은 일부 제거됐는데, “빠른 시간 안에 (비대위 체제가)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밝힌 서 위원장은 한편으론 “당헌당규 해석 문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당헌 개정도 있고 비대위원장 선출해야 하고 이런 여러 것들, 상임전국위랑 전국위, 이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덧붙여 이르면 오는 5일 소집될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에서 이 문제들이 매듭지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