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안 맞으면 거침없이 바로 파탄지경

연인이 '완성'의 단계로 가야할 마지막 관문은 뭐니뭐니 해도 섹스다. 하지만 이 최종 단계에서 서로 잘 맞지 않아 말썽이 일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속궁합이 지나치게 잘 맞는 경우, 사리분별력이 희미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노력해 보고 안되면 헤어진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이런 고민 상담이 올라왔다. "혼기가 꽉 찬 30대 남자입니다. 현재 사귀는 여자도 있고 해서 그냥 결혼을 추진하면 되는데, 문제가 좀 있습니다. 저는 고졸이고 그녀는 대학원졸 이거든요. 나이도 저보다 세 살 많아요. 집안 형편도 그렇고요. 주위에서 환경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고 결혼을 만류하고 있어요. 저도 자신이 없어 헤어지려고도 해봤지만 이제는 절대 헤어지지 못하겠어요. 그녀와 저는 속궁합이 정말 잘 맞거든요. 관계를 가질 때마다 구름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에요. 그 짜릿함 때문에 저는 그녀를 절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네요. 어떻게 하면 그녀와 무사히 결혼할 수 있을까요?" 속궁합이 맞아도 너무 잘 맞으면 중독이 된다. 사랑하는 감정과 은밀한 육체적 접촉이 결합되면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환상적인 불꽃을 피워 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남자의 애끓는 하소연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 즉 사랑의 감정은 분기충천한데 정작 본 게임에 진입해서는 영 개운치 않은 경우가 있다. 마음은 따르는데 몸이 따르지 않는 것만큼 답답하고 야속한 일도 없다. 처음에는 '아직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니까', '너무 긴장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등등, 온갖 핑계를 동원해 스스로 위로한다. 그러나 날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썰렁한 분위기에서 볼일(?)을 마치게 될 때의 기분! 모든 것이 좋아 보이고 멋져 보이던 그(그녀)에게 괜히 짜증을 부리고 생트집을 잡게 된다면 그 관계는 보나마나 6개월을 더 버티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감성적으로는 사랑하지만 그 사랑의 결실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실망은 두 배로, 불안감은 세 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목숨 바쳐 사랑을 다짐했던 그(그녀)와의 짜릿한 접촉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우리 커플의 속궁합은 꽝'으로 판명 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사랑을 선택하느냐 섹스를 선택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생각하진 말길 바란다. 이 둘은 별개의 것도 아니고 따로 노는 국밥도 아니다. 다만 A도 갖고 싶고 B도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어서 둘 다 가졌는데, 막상 B가 시원치 않은 상태일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된다. 여자의 경우 52%가 '노력해 보고 안되면 헤어진다'고 답했다. 남자의 경우 41%가 동일한 반응을 보였다. 여자 쪽의 선택이 훨씬 단호하고 냉정한 것처럼 보인다. 여자의 37%는 '사랑하니까 상관없다'고 답했고 남자는 49%가 동일하게 응답했다. 또한 여자의 8%와 남자의 7%는 '따로 섹스파트너를 두고 만난다'고 답했다. A도 갖고 B도 갖되 B는 반드시 A의 것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매우 영악하고 계산적이며 이기적인 발상으로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현명한 판단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진다'는 응답은 여자 3%, 남자 2%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속궁합에 집착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개의 경우 사랑에 눈이 멀면 시원치 않은 속궁합도 대단하게 생각될테니 말이다. "복에 겨운 소리? 천만에요!" 한편, 음의 기운을 가진 여자와 양의 기운을 가진 남자가 만나 결합하는 것이 음양의 이치라고 하지만, 실상 남녀의 사랑법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성을 대하는 태도, 신뢰감이 형성되는 조건, 진한 스킨쉽을 받아들이는 의미, 좋은 것과 싫은 것, 내숭과 직설화법의 오해 등 연애는 애초부터 엉켜있는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는 고난도의 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모르거나 소홀히 여김으로써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육체적 관계만 해도 그렇다. 남녀가 이성적으로 육체관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와는 상관없이 사랑하는 감정이 유발하는 뇌세포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 실시되었다. 미국 럿거스 대학의 연구팀이 연애 초기 단계에 있는 남녀 17명을 대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그저 아는 사람의 사진을 각각 보여주고 이들의 뇌를 MRI로 조사했다. 그 결과 강렬한 사랑의 감정이 일어날 때 중뇌 안쪽 부위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뇌화학 물질인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도파민의 분비가 증가하면 원기가 왕성해지고 성취욕이 강해지면서 감정이 고양된다. 그런데 뇌의 활동도 성별에 따라 차이를 드러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감성이나 주의력과 같은 부위의 뇌활동이 증가한 반면 남성은 성적 흥분 및 시작정보 처리 부위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그러니 남자친구가 온전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몸, 즉 섹스에 집착하는 것 같아 보이는 것은 단순한 착각이나 오해의 산물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해서 실망하거나 분노를 느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사랑은 서로에 대한 신뢰 없이는 오래 가지 못한다. 육체적인 사랑을 즐긴다고 해서 문제 있는 것도 아니고 정신적인 사랑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더 끈끈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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