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놓고 당내 갈라져…일부 민주당 후보 “중앙당 잘못하고 있다”며 지원 거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내 갈등이 당내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를 띠면서 자칫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어린 시선이 늘어가고 있다.

◆ ‘586 용퇴론’과 ‘성비위 징계’ 요구로 강공 나선 박지현

지난 25일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586 정치인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 같은 지역구 4선 이상 출마를 약속대로 금지해야 한다”며 “지역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우리 후보들에게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2022년 대한민국 정치는 586 정치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격차와 차별, 불평등을 극복하는 게 목표이며 586의 남은 역할은 2030 청년들이 이런 이슈를 해결하고 더 젊은 민주당을 만들 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586 용퇴론을 공론화시켰다.

또 박 위원장은 “우리 당은 자신과 다른 견해를 인정하지 않는 잘못된 팬덤 정치 때문에 불과 5년 만에 정권을 넘겨줬다. 잘못된 내로남불을 강성 팬덤이 감쌌고 이 때문에 국민 심판을 받았는데 잘못된 팬덤 정치 끊어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최강욱 의원 징계에 대해서도 “우리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성폭력 사건으로 당이 그렇게 고통을 겪었는데도 미루고 있는데 이제 제가 아니라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비대위의 비상 징계 권한을 발동해서라도 최 의원의 징계절차를 합당하고 조속하게 마무리하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열세를 만회하려면 내로남불의 오명을 벗어나고 읍소 전략 밖에 없다. 반성하고 성찰해 당 개혁과 쇄신 방안을 담은 대국민 사과문을 채택하고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한다”며 이 같은 주장이 선거 열세에 따른 쇄신 필요성 때문에 제기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공개회의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586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최 의원 지지층까지 박 위원장을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고 의원들마다 공개적으로 제각기 엇갈린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하면서 내분은 한층 격화되고 있다.

먼저 ‘나는꼼수다’ 출신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단 한표도 얻지 못한 낙하산임에도 당 대표의 권위를 앞세워 제멋대로 떠들겠다, 당과 왜 상의하느냐는 박지현이 지금 정상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보나. 구호를 외치며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자 하는 여망을 팬덤으로 폄하하고 즐겁나”라고 직격한 데 이어 “검찰개혁 최전선에 싸우는 당의 검투사에게 딸딸이 타령이니 징계니 하는 소리로 힘 빼는 박지현이 지금 상식의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보나”라고 최 의원을 비호하며 박 위원장에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나와 최 의원 징계에 대해 “오늘 중 윤호중 비대위워장과 논의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이후로 넘기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자세”라고 발언한 점도 꼬집어 “뭘 논의해? 당 대표라며? 그냥 참수형을 내려라. 그러려고 널 모셔온 거 아니냐, 페미들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 박지현 두둔과 비판으로 내부 여론 갈라진 민주당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이탄희, 정성호, 김남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민주당 박용진, 이탄희, 정성호, 김남국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반대로 박 위원장을 적극 두둔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데,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 위원장이 한 사과 내용은 이전에도 있어왔던 주장들이다. 선거가 힘들어진 게 박 위원장의 사과 때문이 아니라 사과하게 만든 당의 현실 때문”이라며 “젊은 정치인이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당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얘기한 건데 그게 협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책상을 치고, 지도부로서 자질이 없다는 등의 얘기가 밖으로 나가게 되면 그때부터 말하지 말란 얘기 아니냐. 2030세대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뭘로 보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박 위원장을 공동비대위원장 자리에 앉힘으로써 민주당이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다가가겠다는 신호를 줬던 건데 일이 이렇게 돼서 민주당이 젊은 정치인이 말하면 ‘지도부로서 자질 없다’고 말하는 정당으로 비춰질까봐 우려된다. 우리가 박 위원장을 모셔온 것은 박 위원장이 n번방 사건 때 보여준 용기와 치밀함,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상징성, 용기 있는 태도와 발언 등을 우리 당의 새로운 이미지와 각오로 받아들이겠다는 것 아니었나”라며 박 위원장이 ‘팬덤 정치’를 비판한 데 대해서도 “굉장히 용기 있는 발언을 했다”고 한껏 힘을 실어줬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이탄희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버릴 목소리도, 무시할 의견도 있을 수 없다. 박 위원장의 목소리도 개인 의견으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논의를 위한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며 “지방선거 종료 즉시 당을 쇄신하고 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신뢰 받는 야당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박 위원장을 두둔했다.

여기에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 여성들이 지난 20일 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취까지 압박하는 데 대해서도 맞불을 놓듯 트위터를 중심으로 ‘#박지현을_지키자’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1만개 이상 올라오면서 “박지현 쫓아내면 탈당하고 1번도 안 찍는다” 등 박 위원장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민주당 지지층까지 박 위원장에 대한 입장을 놓고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추천으로 비대위원장에 올랐음에도 이 위원장의 지지층인 ‘개딸’은 물론 일부 친이재명계 의원까지 박 위원장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김남국 의원만 해도 지난 25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우리 당 86세대 선배님들께서 긍정적인, 명예로운 그런 것들이 있음에도 이제 나가야 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도록 낙인찍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회사에서도 명예 퇴직할 때 예우하고 수당도 주는데 그런 것도 없이 ‘야 너희 나가라’ 이런 식으로 하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압적인가”라며 “사과를 계속 선거 앞두고 하는데 그런 사과가 과연 효과가 있나”라고 조목조목 박 위원장을 비판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도 굽히지 않은 채 26일 YTN라디오에서 “당장 다 은퇴해라 이런 그림을 생각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면서도 “586세대가 민주화운동을 통해 민주주의 성과를 이룬 것을 존중하지만 모두가 그렇진 않다. 시대와 발맞춰 나가는 게 어려운 분들도 있지 않느냐”라고 586용퇴론을 완전 철회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으며 “당의 모습을 두고 자중지란이라 얘기하는데 그보다는 새로이 태어나기 위한 과정의 진통으로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 위원장도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민주당 내부 문제가 선거에 그렇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 선거는 구도, 바람, 인물 등이 영향을 준다고 말하고 제일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구도 문제”라며 박 위원장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에 선을 그었고,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이 민주당에 조금이라도 기대감을 갖게 하려면 더 겸손하게 머리 숙이고 더 단합하고 분발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박 위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 불안한 민주당 후보들 “선거 때 비대위원장들이 치고받나”

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좌)와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좌)와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는 선거에 미칠 여파를 신경 쓸 것 없이 박 위원장의 소신 행보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주문으로도 풀이되는데, 박 위원장도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떤 난관에도 흔들림 없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으며 26일 오후 강북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주 당 쇄신안을 발표한다고 했는데 계획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여러 루트로 협의 중에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선거에 직접 나선 후보들 반응은 온도차가 있는데, 양문석 민주당 경남지사 후보는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중앙당의 최근 추태를 보면 부끄럽다. 중앙당의 지금 행태를 규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금 민심은 민주당 중앙당에 대한 비판이 하늘을 찌른다. 어제도 유명 정치인이 경남을 다녀갔는데 (저는) 같이 하지 않았다”고 사실상 중앙당의 선거지원도 받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했다.

특히 양 후보는 구체적으로 민주당 중앙당의 잘못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선거 시기에 비대위원장 두 사람이 치고 박고 싸우는데 이게 정상이냐.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 두 비대위원장을 만나 선거에 집중해 달라는 얘기를 했다”며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 모두에 일침을 가했고, “주말에도 유명 정치인이 올 계획인데 함께 하지 않고 경남은 스스로 일어날 것이다. 경남 민주당 스스로 자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민주당 강기정 광주시장 후보와 김영록 전남지사 후보,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 등 호남 출마 후보 3인도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혁신과 단합을 위한 공동성명’을 통해 “호남에서부터 민주당 쇄신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당에 단합을 촉구하고 주도해나가겠다. 강한 도덕적 리더십을 다시 세우고 당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새로운 민주당 만들기를 시작하겠다”면서도 당 지도부를 향해 “국정 균형과 민생 안정을 바라는 국민과 지지층, 당원의 바람에 부응해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단합해 줄 것을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다만 당초 이날 오후 6시 50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국정균형-민생안정 호소 2090 총결집 전국 동시 집중유세’에 동반 참석하기로 했었던 윤 위원장과 박 위원장이 나란히 불참하기로 하면서 지도부 갈등이 원인이 아니냐는 시선까지 쏠리고 있는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듯 민주당에선 이날 두 사람의 불참에 대해 “박 위원장은 청계광장 일정 대신 김동연 경지지사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할 예정이며 윤 위원장은 비공개 일정이 있어 부득이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지도부 갈등이 불거진 쟁점 사안들에 대한 결론은 어느 것도 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홍 우려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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