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한 尹…자진사퇴 선 그은 정호영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좌), 윤석열 대통령(중),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좌), 윤석열 대통령(중),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며 임명을 강행하려는 자세를 취했는데, 논란이 되고 있는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와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에 대해선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덕수 인준 여부 상관없다? 尹, 내주 한동훈 임명 전망

윤 대통령실 관계자는 13일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오는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는데, 앞서 지난 9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끝내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종료된 채 여전히 인선이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사실상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압박하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과반 의석을 바탕으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까지 통과시킨 만큼 검찰 출신 최측근인 한 후보자 임명은 윤 대통령으로선 절대로 물릴 수 없는 인사 마지노선이 됐는데, 윤 대통령 스스로 대선후보 시절에 전 정권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던 만큼 특수통 검사들을 전면에 배치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인사가 바로 한 후보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날 발표된 법무부차관으로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함께 근무하고 한 후보자와도 한솥밥을 먹었던 이노공 전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를 발탁한 점만 봐도 민주당의 검수완박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후속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읽어낼 수 있는데,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에 따른 대통령령 개정 작업을 법무부가 주도하게 되는 만큼 한시적으로 검찰에 남게 된 부패·경제의 해당 죄목을 광범위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검찰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에 나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후보자는 이미 지난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취임하면 합수단을 부활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물론 청문회 서면 답변서를 통해선 “장관으로 취임하면 대검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겠다”고 범죄정보기획관실 부활까지 예고했는데, 이밖에도 법무부장관 권한으로 발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을 비롯해 민주당이 검찰 대신 수사권을 이관시키고자 만들겠다는 소위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도 한 후보자가 “설치를 전제로 한다면 법 집행 문제인 만큼 법무부가 바람직하다”고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을 통해 밝힌 바 있어 얼마든지 우회로를 통해 한 후보자가 전 정권 수사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에선 한 후보자만은 절대 채택할 수 없다며 한덕수 총리 인준 사안까지 내세워 배수진을 치고 있는데, 설훈 민주당 의원은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호영과 한동훈, 두 사람에 대해선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이고 대통령이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다른 사람 임명하면 된다. 쓸모 없는 사람들을 내세워서 국정을 이렇게 어지럽게 만들고 있나”라며 한 총리 인준 표결을 들어 “한동훈, 정호영 두 사람이 어떻게 정리해야 되느냐에 따라 연계를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과 여당이 어떻게 할 거냐에 따라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설 의원은 “한동훈 장관은 안 된다는 게 국민 일반이 갖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걸 무시하고 국정을 이끌어가겠다면 그에 맞춰 우리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는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를 ‘소통령’으로 규정한 뒤 “소통령 한 후보자가 법무부와 검찰을 장악하면 사실상 문고리 칠상시가 돼 무소불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며 “검찰 내 최고 복심인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태세인데 지금이라도 검찰 공화국이 아닌 민생과 경제 살리기, 국민통합에 매진하기 바란다”고 여론전에 나섰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오훈 기자

당초 민주당이 장관 후보자를 압박하기 위한 최대 무기라 할 수 있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리어 김남국 의원의 ‘이모’, 최강욱 의원의 ‘한국3M’ 등 발언으로 자충수를 두며 여론전도 유리하게 전개하지 못했던 만큼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려는 윤 대통령의 의지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여당인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도 13일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만 봐도 민주당의 준비 부족과 무능만 부각됐을 뿐 결정적 한 방도, 부적격 사유도 전혀 드러난 게 없다. 청문보고서 채택을 미루는 것은 야당의 존재감 과시를 위한 몽니”라고 한 목소리로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더구나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24명에게 실시해 13일 발표한 한 후보자 인선평가 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적절한 인선이란 답변이 39.7%, 부적절한 인선이란 응답은 42.9%로 나왔으며 중도층에서도 ‘적절’ 34.9%, ‘부적절’ 39%로 찬반이 오차범위 내 접전인 만큼 민주당이 반대하는 또 다른 인사인 정호영 후보자와는 여론 기류에도 온도차가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이미 감지한 듯 최재성 전 정무수석도 지난 12일 밤 TBS교통방송 ‘신장식의 신장개업’과의 인터뷰에서 한 총리 인준과 한 장관 후보자 임명 중 어느 쪽을 살릴지 묻는 질문에 한 총리 후보자 임명 쪽에 무게를 둔 듯 “이 정부 인사를 ‘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 전부 썼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가족 같은 사람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얼마 전 윤 대통령이 한 총리 후보에게 전화로 ‘잘 버텨라’라고 격려도 했다던데 국무위원 후보자 중에 한 패도 안 물리는 것을 보면 한 총리 후보자가 버티는 지렛대가 됐다”고 사실상 민주당의 한 총리 후보 인준 거부를 명분 삼아 장관 임명을 강행하려는 의도였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 여권서도 비판 나오는데 사퇴 일축한 정호영, 끝까지 간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한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강행 의사를 적극 내비친 데 반해 한 후보자보다 먼저 국회 인사청문회를 마쳤던 정 후보자에 대해선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한 지난 9일까지 민주당이 응하지 않아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별 다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통령실에서 정 후보자를 낙마시키려는 분위기는 감지되지 않고 있는데다 정 후보자 본인도 여전히 자진사퇴 가능성을 일축하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결국 그 역시 한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임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찬반이 팽팽한 한 후보자와 다르게 ‘아빠찬스’ 의혹 등 민감한 부분이 논란 된 정 후보자에 대해선 보수층에서조차 부정적 견해가 높게 나올 정도여서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자칫 집권 초 윤 대통령에게 적잖은 정치적 부담을 안겨주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에게 실시한 정 후보자 인선 적합도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적합하다는 의견은 24%에 불과한 반면 적합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오차범위 밖인 45%였으며 모름·무응답은 30%로 나왔고, 심지어 보수층에서도 부적합(37%) 의견이 적합(34%) 의견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과 이념성향별 중도층에서도 부적합하다는 답변이 적합하다는 답변보다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으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조차 적합하다는 비율은 37%, 부적합은 30%를 기록했는데, 동 기관이 함께 조사한 한 후보자에 대한 인선 적합도 조사에서 ‘적합’ 의견이 인사청문회 전 조사 때보다 6%P 상승한 44%를 기록하고 부적합은 오차범위 밖인 36%로 나온 데 비추어 보면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은 무리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좌),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정의화 전 국회의장(좌),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급기야 여권 인사로 꼽히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보가 자발적으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판단해야 되고 저는 (윤 대통령이) 임명을 안 할 것으로 본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아빠찬스나 이런 불공정한 것이 없는 사회를 보여줘야 되거든요”라며 정 후보자엔 선을 긋는 목소리를 내놨고,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도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 출연해 “청와대에서도 당에서도 그만하란 사인을 여러번 줬는데 내가 알기로는 본인이 버티는 것이다. 정 후보자 문제는 청문회에서 채택 안 돼서 올라오면 대통령이 임명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정 후보자에 대해선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어 윤 대통령도 일단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지난 9일 대구경찰청이 정 후보자와 그의 자녀 편입학 의혹 등으로 경북대 입학처와 연구산학처의 팀장급 담당자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정 후보자 관련 고발 건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한데다 코로나19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장시간 공석으로 두기도 어려운 만큼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혐오발언’ 김성회, 결국 자진사퇴…잇따른 인사 논란, 尹에 ‘부담’

다만 “조선 여성 절반이 성노리개였다”는 주장을 펼치거나 동성애에 대해선 정신병이란 관점을 보였던 김성회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의 경우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 뿐 아니라 종교계에 이르기까지 해임 요구가 빗발친 데 이어 국민의힘에서도 김용태 최고위원이 13일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나와 “이번 인사는 국민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고 논란의 중심이 되는 것 자체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된다. 용산 집무실에서도 빠르게 판단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사 조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경질할 것을 촉구하자 결국 이날 오후 자진사퇴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압박수위 역시 이와 비슷하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비서관 발언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음에도 13일 오후 “언론에 나온 것은 다 보고 있다”고 짧게 답했을 뿐 별 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고 대통령실 관계자도 같은 날 오전 “지켜보자”는 반응만 보였다는 점에서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았으나 결국 자진사퇴로 정리됐다는 점에서 표면상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거취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더라도 이번 경우처럼 당사자가 전격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권 출범 초기부터 주요 인사가 연이어 낙마하는 것도 부실 검증 논란을 부채질하는 등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과거 검찰 재직시 성비위로 징계성 처분을 받은 윤재순 총무비서관 논란까지 불거지자 대통령 대변인실에선 13일 “기관장 경고는 해당 사안에 참작할 점이 있고 경미할 때 이뤄지는 조치로 정식 징계절차가 아니다”란 해명을 내놓는 등 무작정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정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이 나올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