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중재안부터 집무실 이전·실외마스크 해제 등 곳곳서 이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좌)과 문재인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제 임기가 불과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추진 중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꼭 이전해야 하나”라며 반대 의견을 다시금 표명하고, 야외마스크 착용 여부도 문 정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상반된 결정을 내리는 등 막판까지 새로 출범할 정권과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여서 왜 이렇게까지 충돌하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집무실 이전’ 또 비판한 文, 尹 때리며 여론전 돌입?

청와대는 29일 오전 문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청원의 마지막 답변자로 나서서 총 7건의 청원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며 그의 발언을 소개했는데, 그 중 대통령집무실 이전에 반대한다는 2건의 국민청원에 답변하는 형태로 문 대통령은 “원래 공약했던 광화문 이전이 어렵다면, 그런데도 큰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윤 당선인을 직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그는 “이전을 한다고 해도 국방부 청사가 가장 적절한 곳인지, 안보가 엄중해지는 시기에 국방부와 합참, 외교부장관 공관 등을 연쇄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이 느껴진다”고 노골적으로 윤 당선인의 행보를 비판했는데, 표면상 “차기 정부가 꼭 고집한다면 물러나는 정부로선 혼란을 더 키울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이기는 했으나 ‘모순’, ‘맞는지 의문’ 등의 표현으로 이미 혼란은 키울 만큼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한때 구중궁궐이라는 말을 들었던 때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계속해서 개방이 확대되고 열린 청와대로 나아가는 역사였다. 우리 정부에서도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 북악산이 개방됐으며 많은 국민이 청와대 경내를 관람했다”며 문 정부 홍보에 나서는 한편 “성공의 역사를 단절시키지 않고 축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윤 당선인에 일침을 가했다.

이 뿐 아니라 앞서 지난 26일 공개된 손석희 전 JTBC 앵커와의 특별대담에서도 문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새 정부 집무실 이전 계획이 별로 마땅치 않게 생각된다.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국가 백년대계”라고 발언한 바 있는데, 이때도 “어디가 적지인지 두루 여론수렴도 해보지 않다가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정권교체기에 그냥 ‘3월말까지 국방부 나가라, 방빼라 우린 거기서부터 5월10일부터 업무 시작하겠다’는 식의 일 추진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윤 당선인을 비판했고, 한 발 더 나아가 문 대통령은 “하루라도 청와대에 있지 못하겠다는 식의 결정과 추진방식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보다 노골적으로 속내를 드러냈었다.

또 윤 당선인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는 명분으로 이전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과거 역대 정부보다 제가 국민들을 많이 만났고, 현장 방문도 많이 했다. 소통이 부족했다든지 구중궁궐 청와대가 재현됐다든지 그렇게 얘기하는 건 곤란하다”고 반박했는데, 문 대통령이 29일 윤 당선인을 겨냥해 ‘밀어붙이면서 소통 위한 것이라 하니 모순’이라고 발언한 점은 자신에게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내세워 문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까지 본인과 달리 끝까지 추진해나감으로써 비교되는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에서도 청와대 앞길과 인왕산, 북악산이 개방됐다”고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을 비판하고자 ‘모순’이란 표현까지 사용했지만 정작 지난 2012년 12월12일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시절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터는 일제가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었던 곳이고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터”라며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기관의 상징이었고,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사람은 문 대통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굳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공약만 유독 콕 집은 데에는 현재 윤 당선인이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공약이기도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의식해 공세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유권자 1003명에게 실시해 29일 발표한 윤 당선인의 직무수행평가 조사 결과(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부정평가는 44%, 긍정평가는 43%로 나왔으며 부정평가 이유로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35%)이 인사(14%)보다 높은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인사 문제의 경우 윤 당선인을 비판하기엔 문 대통령 본인부터 야당의 검증, 지적이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관급 인사만 30명 이상 강행해왔었던 데다 그에 대한 부담감 역시 만일 윤 당선인도 인사 강행에 나선다면 어느 정도 분산, 완화시킬 수 있고, 강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민주당 뜻대로 윤 정부의 초대 인선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꽃놀이패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집무실 이전 사안과 달리 윤 당선인의 인사와 관련해선 딱히 공세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계속 비판하는 것은 향후 자신의 거취나 6·1지방선거를 위한 여론전을 하겠다는 뜻 아니냐는 해석도 없지 않은데, 문 대통령이 JTBC 방송 인터뷰에선 “신구 권력 간에 갈등할 수 없는 것이니 우리 정부는 국정 안보 공백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협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청와대이전TF가 지난 28일 “정부와 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을 예비비로 상정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청와대는 예비비 상정을 두 차례나 막아 집무실 이전 추진 자체를 상당기간 지연시켰다”고 밝힌 데 비추어 말로만 ‘협조’일 뿐 충돌을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 대선 끝나도 경쟁? 야외마스크 등 방역 놓고도 충돌

김부겸 국무총리(좌)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김부겸 국무총리(좌)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는 비단 집무실 이전 사안에만 그치지 않고 있어 민생과 직접 연관되는 실외 마스크 착용 여부 등 방역지침조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문 정부가 정면충돌하는 실정인데, 인수위가 앞서 실외 마스크 착용 해제는 5월 하순 정도에 상황을 보고 판단해봐야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로 다음 날인 29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사흘 뒤인 내달 2일부터 야외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격 발표했다.

김 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을 계속 외면할 수는 없다. 방역과 의료상황은 안정세”라며 “프랑스,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은 오미크론 정점 직후 또는 1개월 전후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지만 특별한 문제없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실외 마스크 해제 이유를 설명했는데, 총리실에 물밑으로 수차례 반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진 인수위 측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특히 신중한 자세를 견지해온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정부 방침에 대해 “오늘도 확진자가 5만명, 사망자가 100명 이상 나왔는데 어떤 근거로 마스크 실외 착용을 해제할 수 있다는 건지 과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혹평한 데 이어 “(방역 성과의) 공을 현 정부에 돌리려 하는 것 아니냐”라고 ‘정치방역’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고 인수위 홍경희 부대변인도 “현 시점에서 실외 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임을 누누이 강조해왔다. 인수위는 현 정부가 향후 재확산 및 확진자 수 증가 시 어떤 정책적 대응수단을 준비하고 이번 조치를 발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지적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같은 날 인수위에서 유감을 표명한 데 대한 당국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의에 “실외 마스크 해제에 대해선 원론적으론 다들 공감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시기나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을 수는 있다고 보고 있는데 실외 마스크 방역조치에 대해선 이걸 정치적으로 판단하진 않았다”며 “최근 6주간 확진자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고, 어느 정도 백신과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점들을 감안했다. 실외 마스크가 필요 없다는 프리선언은 아니고 고위험군은 실외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 검수완박 중재안도 온도차 보였던 文·尹…끝까지 엇박자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관련 면담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2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검수완박 관련 면담을 요청하며 거부권 행사해줄 것을 촉구한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사진 / 권민구 기자

이처럼 문 정부와 윤 당선인 간 충돌이 고조되는 데에는 역대 초박빙 격차로 민주당이 패배한 만큼 윤 당선인에게 쉬이 승복하기 어렵다는 지지층 분위기 뿐 아니라 국회 의석 과반을 앞으로 2년간 민주당이 장악한 채 원내 주도권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패배일 뿐 자신에 대한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아니란 점을 부각시키려는 심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곧 출범할 새 정권이 여러 현안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음에도 노골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며 일전불사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치 대선 연장전처럼 흘러가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이 지난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 후 역대 최단기간인 11일 만에 윤 당선인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다고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날 청와대에서도 바이든 대통령 측 요청에 따라 내달 22일 문 대통령과 회동할 예정이고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는 등 양측이 경쟁하는 듯한 모양새가 되고 있다.

이는 현재 정치권 최대 이슈인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놓고도 마찬가지인데, 문 대통령이 “잘 됐다”고 평가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는 가운데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에선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연일 압박하고 있지만 여러 현안에서 충돌 중인 상황에 비추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주문이고 윤 당선인 역시 28일 페이스북에 “충무공은 자신이 내린 결단을 단호하게 밀고 나갔다. 이순신 장군의 일부당경 족구천부는 한 사람이 길을 잘 지키면 천 명의 사람이 두렵지 않다는 뜻”이라고 글을 올리는 등 물러서지 않고 있어 ‘강 대 강’ 충돌은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