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문제도 文 협조에 달려…다수의석 앞세운 민주당 반대도 걸림돌

청와대 전경(좌)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중),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장소인 용산 국방부 청사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전경(좌)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중), 윤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려는 장소인 용산 국방부 청사 모습(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 이행을 위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용산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공식 천명해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데, 취임 전까지 순탄하게 마무리 짓기 위해선 어떤 난관을 넘어야 하는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가장 큰 난관은 172석의 민주당…왜 반대하나

대선후보 시절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당선인이 추진하는 청와대 이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결사반대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급기야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려는 데 대해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나와 “용산 땅은 대한민국 국민 입장에서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꼭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며 과거사를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동일한 공약을 내놨던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12월 12일 민주통합당 후보로 출마했던 18대 대선 당시 “지금의 청와대 터는 조선 왕궁의 경복궁의 일부이자 뒤뜰이 있던 자리인데 일제가 경복궁 일부 건물을 허물고 조선총독부 관사를 지었던 곳으로 나쁜 의도에서 비롯된 터다. 조선총독부 관저, 경무대로 이어진 청와대는 지난 우리 역사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권력의 상징이었고 제왕적 대통령 문화의 상징이었으며 대통령을 국민들로부터 철저하게 격리하는 곳”이라며 현재의 청와대가 조선총독부 관사 자리였음을 지적한 바 있어 일단 민주당이 과거사를 이유로 내세우는 것은 자충수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다음으로는 안보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는데, 윤 위원장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전 기간 동안 군사 대비 태세에 문제 생긴다면 그 피해는 누가 책임지나. 청와대와 국방부가 한 장소에 있는 것 자체가 유사시 안보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했으며 전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방부 체계 전부를 이전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면서 내달 15일에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이기도 해 북한의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에 추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의원은 전날 윤 당선인이 조감도를 펼친 채 국방부의 지하 벙커 위치를 가리킨 점도 문제 삼아 “공공연히 보안사항이 노출되는 것 같고 청와대가 이전해오면서 전반적으로 언론에 청와대 경호 방호나 국방부와 합참 등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는데, 이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삼청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어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손바닥을 한번 얹어 놓은 것으로 표현됐는데 광활한 잔디밭 하나 짚은 게 보안 시설의 노출이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 그리고 B2벙커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공개된 바 있고 군 통수권자가 그렇게 소홀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국방부 청사 지하에 위치한 B2 벙커는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2012년 8월 이 건물을 건립하면서 외부에 소개하기도 한 바 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김 대변인은 ‘안보 공백’ 주장에 대해서도 “국방부 이전을 하기 때문에 안보 공백이 있을 거라고 한다면 부대는 이동하지 말고 한 장소에서만 싸워야 하는 것”이라며 “정작 중요한 것은 어떤 이동이 있다 하더라도 수시로 전쟁터에서 부대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는 군 특성상 물리적 이동과 관계없이 물샐 틈 없는 안보역량 확보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좌)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우상호 민주당 의원(좌)과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또 국민의힘도 같은 날 김재원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5년간 북한 김정은에게 설설 기면서 안보를 팽개쳤던 이 정권이 안보를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결사반대하는 모습을 보면 대선 불복 심리 아닌가”라고 지적했으며 국회 국방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정미경 최고위원도 “과거 용산기지에 있던 미군부대가 평택으로 갈 때 민주당이 안보 공백 이야기를 했는가. 그때는 빨리 나가라고 난리 치던 분들이 지금 안보 공백을 얘기하는 앞뒤가 맞지 않은 처사에 분노한다”고 민주당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선 우상호 의원이 2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광장’에 나와 “한 나라의 주요 국방 부처의 이전과 청와대 집무실 이전이 어떻게 대통령 당선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냐. (윤 당선인) 저 양반이 영원히 대통령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윤 당선인의 위세 때문에 우리 지지층이 불안해하는 모양인데 대한민국은 법으로 움직이는 사회지 개인이 권력을 운영하는 문제로 모든 게 결정되지 않는다. 아직은 172석이 민주당이 법률 제정, 개정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발언하는 등 벌써부터 다수 의석을 바탕으로 윤 당선인 압박에 나서려는 모양새다.

◆ 496억? 1200억? ‘이전 비용’ 마련 문제도 난관

이보다 더 실질적인 난관은 비용 문제인데, 윤 당선인은 지난 20일 인수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존 국방부를 인근의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옮기는 데 118억 3500만원, 국방부 청사에 대통령 집무실 꾸리기 위한 리모델링과 경호처 이사비용에 352억3100만원, 대통령 관저로 쓸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과 경호시설에 들어가는 비용 25억원 등 총 495억6600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추산 결과에 대해 윤 당선인은 “기획재정부에서 뽑아서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전 비용은 정부가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마련해둔 예비비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예비비 문제는 기재부와 협의해 법적 범위 안에서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반면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9일 T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연쇄비용까지 추산하면 최소 1조원은 필요하다. 국방부와 합참 건물 신축에 필요한 금액만 해도 수천억원”이라고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 이전 태스크포스 팀장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1조원 그러면 대장동이 바로 생각나죠. 500억원도 안 되는 이전 사업을 1조원이 든다고 하는데 광우병 (시위) 생각나기도 하고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국방부가 청사 이전에만 최소 5천억원 이상 소요된다는 의견을 인수위에 보고했다고 전해진 데 대해서도 “국방부 추산은 저희가 받아본 적 없다. 5천억원 주면 500억원 범위 내에서도 쓰고 4500억원 돌려드리겠다”고 맞받아쳤다.

다만 윤 당선인이 주장한 496억원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만을 위한 비용일 뿐 그가 거론한 합참 청사를 남태령 지역으로 옮기는 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청와대 이전으로 인해 수반되는 비용은 실제로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고, 김 대변인조차 21일 합참 이전 비용에 대해선 “남태령으로 이전할 경우 새롭게 청사를 짓는 비용은 1200억원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밝히기도 해 비용으로 인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좌)과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좌)과 김은혜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김 대변인은 “인수위법 7조를 보면 인수위 업무에 따른 것 뿐 아니라 관계부처에 협조 요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며 현 정부에 요청해 풀어나갈 수 있는 입장을 보였는데, 먼저 490억여원 규모의 청와대 집무실 용산 이전 예비비 안건과 관련해선 “행안위, 기재부와 사전 실무 조율이 이뤄져 내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 윤한홍 의원과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주로 현 정부와 이 절차를 같이 조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같은 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이 문제가 인수위원회를 통해 현 정부에 정확히 제안·제출된 것인지 아직 정확히 알 수 없다”며 “어제 당선인이 대국민 브리핑하면서 그런 문제에 대해 아직 협의한 것이 없고 앞으로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란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런 부분들은 정식 과정을 통해 제안되고 요청이 되면 정해진 과정들에 의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면 될 일”이라고 김 대변인 주장과는 온도차 있는 반응을 보였다.

◆ 칼자루는 결국 文 손에? 靑 “당선인 공약 존중”

민주당에서도 같은 날 윤 위원장이 “예비비 집행을 위해선 국무회의 의결을 해야 하는데 인수위는 국무회의 의결을 정부에 강제할 아무 법적 권한이 없다”고 윤 당선인 측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국민의힘에서도 김기현 원내대표가 같은 날 문 대통령의 과거 ‘광화문 시대’ 공약을 꼬집어 “5년 전 문 대통령의 약속과 지금 윤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은 그 목적과 취지가 크게 다를 바 없다. 문 대통령이 지키지 못했던 ‘광화무 대통령’ 약속을 이제라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야 마땅한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그러면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과) 차이가 있다면 현실의 벽을 핑계로 주저앉았는가, 아니면 그 벽을 넘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는 노력을 하는가 하는 점일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박 수석도 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은 의식한 듯 YTN라디오에서 “청와대는 당선인의 공약이나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하는 기조에 전혀 변화가 없다.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는 잘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또 그는 “임시 국무회의는 언제든지 열 수 있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면 용산시대 또한 의제가 되겠느냐’는 질문에 “두 분이 만나면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가도록 하겠다는 당선인의 의지를 어떻게 잘 실현할지 폭넓게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는데, 김 당선인 대변인도 “국방부의 이전은 군 통수권자인 현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해당된다. 이 부분에 대한 협조나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한 만큼 문 대통령이 비용 문제 해결에 협조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오전 10시에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국무회의 일정만 계획했을 뿐 통상 월요일마다 정례적으로 주재하는 수석·보좌관 회의 등 일정을 생략해 이번 주 초 윤 당선인과의 회동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데, 국방부가 건물을 비우고 이사하는 데에만 최소 20일 정도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5월 10일 취임식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얼마나 빨리 호응하느냐에 따라 윤 당선인이 공언한 ‘취임식 직후 용산 집무실 입주’ 실현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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