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기내난동으로 호사가 입방아 오른 박 회장 눈총

▲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만취 상태에서 기내 난동을 부려 김해공항의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혹’인가 ‘후원자’인가. 속칭 ‘노(盧)의 남자’로 꼽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박 회장이 만취 상태에서 기내 난동을 부려 김해공항의 항공기 운항에 큰 차질을 빚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이를 바라보는 정·재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박 회장은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법정치자금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전력이 있는 인물. 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또 다시 물의를 빚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전력만큼이나 현 정권에서 많은 특혜를 받아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시사신문>은 박연차 회장을 재조명했다.


박연차 회장의 둘째, 셋째 딸 노무현 대통령의 보은은사(?)
헐값인수 의혹 ‘휴켐스’ 상장사로 주가 꾸준히 상승 ‘대박’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과 같은 경남 김해 출신이며 이 일대에서 현금동원력이 아주 높은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1971년부터 시작한 신발사업만 올해로 무려 36년. 1994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까지 세계 최고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를 생산 대행하고 있다.

박 회장이 뉴스메이커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2004년, 불법정치자금에 대해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부터다.

박 회장은 2002년 대선 당시 노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안희정 정무팀장에게 2002년 12월과 2003년 3월 2차례에 걸쳐 불법정치자금 총 7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의례적으로 원심을 깨고 3천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야당 “수행원도 ‘코드 인사’냐”

그 동안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부정해오던 박 회장은 이 사건을 계기로 노 대통령의 후원자임이 사실화됐다. 이후부터 박 회장은 ‘노의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노의 남자’답게 박 회장은 불법후원금을 제공한 혐의로 또 한 번 검찰 조사를 받았다. 2006년 5월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에게 1인당 3백만원에서 5백만원씩 총 9천8백만원을 후원금으로 제공한 사실이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적발됐던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해 3월 벌금 7백만원에 약식기소돼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올해 역시 박 회장의 이름은 세간에 화제가 됐다. 올해 2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가진 그의 셋째 딸의 결혼식에 친노 그룹 정치인 등 정권 실세 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셋째 딸은 노 대통령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실에서 근무한 바 있어 ‘보은은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다. 올해 4월 국가보훈처장 자리를 두고 ‘보은인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보훈처장으로 임명된 김정복 내정자는 박 회장과 사돈관계다. 지난 2003년 5월 부산 롯데호텔에서 김 처장의 아들과 박 회장의 둘째 딸이 결혼식을 올렸다.

10월엔 박 회장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으로 참석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별수행원 중 제조업을 하는 경제계 인사는 박 회장을 제외하고 모두 대그룹의 회장·부회장이거나 업종별 연합회장들이었다. 야당에서는 당연 “수행원도 ‘코드 인사’냐”고 비판했다.

정 회장은 정·재계의 따가운 눈총에도 승승장구했다. 2005년 10월 경남 김해에 27홀 규모의 정산골프장을 개장하면서 사업 확대를 시작했다. 2006년 6월엔 농협중앙회의 알짜배기 자회사인 휴켐스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농협 알짜배기 자회사 ‘휴켐스’ 인수

정 회장의 휴켐스 인수는 재계의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휴켐스는 유엔 승인을 받은 국내 탄소배출권업체 3곳 중 하나로 정밀화학 핵심소재인 DNT, MNT 등을 생산해 국내수요의 100%를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초안 95%, 희질산 80%, 농질산 60%, 톨루이딘 50%를 공급해 우수한 시장 지위를 유지, 연간 2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우량기업으로 알려진 이유에서다.

{사진4} 휴켐스 인수에 대한 재계의 이목은 곧 특혜의혹으로 확산됐다. 휴켐스의 공개경쟁입찰 시 1천7백77억원을 써낸 태광실업에 최종 낙찰됐으나 이후 매각대금 3백22억원(18%)을 낮춰 1천4백55억원으로 계약된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홍문표(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10월22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휴켐스 헐값인수에 박 회장과 노 대통령 인연을 강한 의혹으로 지적했다.

홍 의원은 “박 회장이 휴켐스 매입으로 4백9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면서 “노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씨가 농협 자회사인 농협CA투신 비상임감사 발탁됐고, 6개월 후 상임감사로 승진한 것으로 봤을 때 농협과 노 대통령의 친분이 남다르다. 이는 곧 박 회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으로 설명했다.



▶ 박연차 회장 “잠을 못자서 그만…” 공식사과

박연차 회장이 소동을 부린 것은 지난 12월3일 오전 8시40분경 김해공항에서다. 김해공항에 따르면 김해발 김포행 대한항공 KE1104편 기내에 탑승한 박 회장은 당시 만취상태로 등받이를 세워달라는 승무원의 수차례 요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욕설과 폭언을 내질렀다. 승무원의 서면 경고장마저도 찢어버린 박 회장은 결국 기장에 의해 항공기에서 내려야 했다.

박 회장이 탔던 비행기는 활주로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오면서 소요된 항공유를 다시 채우기 위해 공항에 머물다 당초 출발시간을 1시간 이상 넘긴 9시47분에서야 김해공항을 이룩할 수 있었다. 이날 항공기 지연 출발로 여객기에 타고 있던 승객 1백27명이 불편을 겪었으나 정작 박 회장은 공항 의전실로 가 안정을 취한 뒤 귀가했다.

이를 두고 박 회장은 물론 해당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김해공항경찰대가 빈축을 샀다. 박 회장은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다가 돌연 12월5일 오후 2시20분경 동경행 JAL 958편으로 일본을 통해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당초 예정된 출장”이라고만 밝혔다. 박 회장이 업무상 출국한 것이라 해도 최소한의 사후처리도 없이 출국한 것은 위법성 여부를 조사하겠다던 경찰의 조사를 피해 출국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박 회장은 뒤늦게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에서 “전날 수면부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인으로서 관계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질책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자세다. 경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환하면 적극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태광실업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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