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원하는 국힘 지지층 탓에 尹 부담…단일화 성사될까 초조한 李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좌)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향해 여론조사 국민경선을 통한 야권 단일화를 추진하자고 제안해 대선 판도를 뒤흔들 변수가 될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서울시장 보선式 여론조사 내세운 안철수, 수용 어렵다는 국민의힘

안 후보는 지난 13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특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고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윤 후보 말대로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며 “모든 것은 국민의 판단과 선택에 맡기기로 했고 이제 선택은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달려 있다. 2021년 4월 7일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함께 싸워 이겼듯이 2022년 3월 9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함께 손잡고 승리하자”고 국민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통한 야권 단일화를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에게까지 러브콜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고수하던 안 후보가 돌연 국민의힘에 먼저 손을 내민 데에는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양강 구도로 굳어져가며 입지가 축소되고 있는 안 후보가 유권자들의 관심을 다시 자신에게 집중시키고자 선제적으로 ‘여론조사 방식’을 통한 단일화라는 구체적 방안을 국민의힘에 던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지난달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었던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지난 8일 윤 후보가 단일화를 요구하는데도 안 후보가 응하지 않으면 안 후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표명하는 등 지지 여부를 떠나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이는 목소리가 높이지자 비록 인 전 위원장이 윤 후보가 먼저 단일화를 요구할 경우를 전제로 두긴 했어도 안 후보로선 더 이상 타이밍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에 후보 등록에 나선 13일 먼저 윤 후보에게 야권 단일화 제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재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리수대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에 어느 한쪽에 조금만 더 힘을 실어줘도 선거 전부터 승패가 한층 분명해질 수 있어 안 후보로선 하락세를 타고 있는 자신의 지지율 등을 감안해 ‘반전카드’이자 다른 한편으론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여론조사식 단일화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 그래선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윤석열차’ 차내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지도자의 결단에 따른 포기와 지지선언이 아닌 이상 시너지 효과가 날 리 없다”며 사실상 스스로 대선후보직에서 물러나라고 안 후보에게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지난주부터 후보등록 시점을 전후해 이런 식의 단일화 협상을 걸어올 것이란 점을 알고 있었다. 11일쯤 나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도 넘긴 다음에 이런 제안이 들어왔다는 것은 단일화의 진정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안 후보 회견 보니 본인은 단일화할 생각 없는데 하도 주변에서 단일화 얘기가 많이 나오니 선제적으로 제안해본다고 했는데 그런 이유를 가진 단일화 제안이라면 누가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대여섯 배 차이 나는 상황에서 다른 룰에 의한 단일화를 꿈꾸는 것은 상황을 아전인수로 보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 국힘, 국민 여론조사 반대 이유는 ‘역선택’ 개입 가능성?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좌)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좌)과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우). 사진 / 권민구 기자

한 발 더 나아가 김재원 최고위원은 14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안 후보의 방식으로 야권 단일후보로 누가 적합하냐고 물을 때 윤 후보 지지율은 자신의 지지율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안 후보는 이 후보와 안 후보 지지율이 합산돼 표시된다. 본선 경쟁력이나 본선에서 얻을 득표 가능성이 훨씬 왜곡된다”며 “결국 국민이 현재 누가 대선후보로 적합하느냐에 대한 것과는 다른 후보를 선정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순위 조작에 의한 금메달 빼앗아가기 같은 요행수를 바라는 주장”이라고 여권 지지층의 역선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최고위원은 안 후보로 단일화하면 이 후보를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그 자체가 이 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개입된 현상과 관련이 있다. 후보 순위가 이미 고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는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꼬집었는데, 그러면서도 단일화 논의를 일축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듯 “안 후보도 흔쾌히 동의하는 방향의 단일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지율이 좀 낮다고 무조건 들어가라는 것보다 안 후보의 정책이상을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제안하고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도 14일 선대본부 회의에서 “민주당과 이 후보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안 가리기에 단일화 과정에서 어떤 훼방을 놓고 공작을 할지 상상도 안 된다. 지금은 통 큰 단일화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안 후보에 결단할 것을 압박했고 윤 후보도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대해 묻는 질문에 “별도로 더 드릴 말이 없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민의당에선 국민의힘에 즉각 반박했는데,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서울시장 단일후보 경선 사례를 들어 “그쪽(국민의힘)에서 원하던 방식을 저희가 수용해서 준 것이고 그렇게 해서 안 후보가 당시 오세훈 후보한테 졌으니까 안 후보가 진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라며 “역선택을 자꾸 얘기하는데, 역선택 방지조항이 없는 게 국민의힘 방식이고 역선태에 피해 볼 사람은 안 후보지, 윤 후보가 아니다. 가장 불리한 후보는 확장성이 큰 안 후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지난 11~12일 전국 유권자 2028명에게 실시한 가상 3자 대결(95%신뢰수준±2.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윤 후보가 나선 ‘이재명·윤석열·심상정’ 대결의 경우 윤 후보가 48.5%, 이 후보 41.9%, 심 후보 3.7%로 나왔으며 안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이재명·안철수·심상정’ 대결에선 안 후보 44.1%, 이 후보 36.3%, 심 후보 4.4%로 나와 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때보다 안 후보가 단일후보로 나올 때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선 아래로 떨어지고 이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도 안 후보(7.8%P)가 윤 후보(6.6%P)보다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동 기관이 조사한 야권 단일후보 선호도에 있어선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자(78.1%)와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자(76.5%), 국민의힘 지지자(86.8%), 심지어 국민의당 지지자(63.3%)에서도 윤 후보를 꼽은 반면 정권유지(71.5%)나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자(59.6%), 민주당 지지자(69.7%)와 정의당 지지자(60.6%)는 과반이 안 후보를 선호한 것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역선택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본부장은 “지금 새로운 것을 논의할 어떤 이유도 없다. (윤 후보가) 그런 부분으로 단일화를 못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100% 국민여론조사 방식’ 이외의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엔 선을 그었고, 단일화 제안이 대선 출구전략이란 해석에 대해서도 “완주 의사 표명했는데도 언론이 집요하게 단일화 언제 할 거냐고 계속 물어봤다. 이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안 후보를 언젠가는 단일화할 것이란 프레임에 가두고 안 후보의 확장성을 막기에 피할 수 없다면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최진석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선대위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견을 좁혀나갈 의사가 전혀 없다. 마지막 제안을 한 것”이라고 못을 박았는데, 이 본부장도 “2~3일 안에 판단 못한다면 (단일화) 의사가 없다고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오는 17일까지를 시한으로 국민의힘에 공을 넘겨 끝까지 확답을 내놓지 못할 경우 자칫 야권 단일화 결렬 책임을 질 수 있는 윤 후보로선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압도적 정권교체” 외친 安에 속 타는 민주당, “결렬되길” 학수고대

이재명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이재명 대선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오훈 기자]

한편 그동안 안 후보에게 과학 관련 공약을 수용할 수 있다고 손을 내민 데 이어 통합정부론을 제시하는 등 부단히 러브콜을 보내왔던 민주당은 결국 윤 후보에게 “압도적 정권교체 만이 성과를 낼 수 있고 다음 집권도 가능하다”며 야권 단일화에 나선 안 후보의 행보를 초조한 심경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안 후보는 14일 대구시당 기자간담회에서도 여권에서 거론하는 단일화에 대해선 “진정성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단호히 선을 그어 이 후보를 한층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래선지 이 후보는 언제 안 후보에 손을 내밀었냐는 듯 14일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뒤 야권 단일화 논의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치 정략적 행태라는 듯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가 발전과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에둘러 꼬집은 뒤 단일화 이슈를 더 키우지 않겠다는 듯 “그 외엔 특별히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고 ‘정권교체’를 고리로 야권 단일화를 외치는 상황도 의식한 듯 명동예술극장 사거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에게는 ‘묻지 마’ 정권교체가 아닌 정치교체, 세상교체가 더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도 1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야권 단일화 발언과 관련 “(안 후보가) 완주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단일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가 응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던진 것”이라며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는다. 마지막 일주일 남겨놓고 부동층이 결심하면서 결정되는 그런 선거가 될 것으로 보이고 이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 부동층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견제구를 던졌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야권 단일화 성사 여부에 개의치 않는 게 아니라 속내는 아예 바라지 않고 있는 실정인데, 앞서 거론한 뉴데일리 의뢰 피플네트웍스리서치가 야권 단일화 필요 여부를 질의한 바에 따르면 정권 유지를 희망하는 응답자의 79.9%와 민주당 지지자의 78.5%, 정의당 지지자의 57.1%가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반면 정권교체를 희망하는 응답자의 71.3%, 국민의힘 지지자의 75.2%, 국민의당 지지자의 68%가 야권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그러다보니 민주당으로선 범여권으로 한 표라도 더 끌어 모아야 되는 상황이지만 대선후보 등록 첫날인 지난 13일 후보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중도에 포기할 생각은 없다”며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지적한 선거자금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20억원 정도 모았는데 앞으로 좀 더 걷을 수 있을 것”이라고 완주 의사를 분명히 했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같은 날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과연 이 후보가 문 정부보다 더 진보적인지 대단히 회의적이다. 그런 점에서 단일화는 제 사전에 없다”고 못을 박아 이 후보의 속을 타들어가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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