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제안했는데도 반영 안 돼…내가 지시 받고 불법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 돼”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시스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고 있다. 김 처장은 올해 초까지 대장동 개발의 실무 책임을 맡은 인물이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사망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이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 관련 검찰 수사 상황에 의문을 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지난달 21일 사망한 김 처장은 생전에 전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를 남겼는데, 경찰에게 돌려받아 김 처장 동생이 이날 공개한 해당 편지에는 “저는 지난 10월 6~7일 양일간 중앙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10월 13일 세 번째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회사의 어느 누구도 이에 대해 관심 갖거나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없다”며 “마치 제가 지시를 받고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처럼 여론몰이가 되고 검찰 조사도 그렇게 되어가는 느낌”이라고 써있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저는 너무나 억울하다. 회사에서 정해준 기준을 넘어 초과이익 (환수조항) 부분 삽입을 세 차례나 제안했는데도 반영되지 않고 당시 임원들은 공모지원서 기준과 입찰계획서 기준대로 의사결정을 했다”며 “저는 그 결정 기준대로 지난 3월까지 최선을 다했다. 아무런 불법행위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회사일로 조사받는 저에게 어떠한 관심이나 법률지원이 없는 회사가 너무 원망스럽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저는 대장동 일을 하면서 유동규 BBJ(본부장)이나 정민용 팀장으로부터 어떤 지시나 압력, 부당한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는데, 앞서 정 전 팀장의 지시로 김 처장 등이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했다는 검찰 측 공소장과는 배치되는 내용으로 이 편지에서 김 처장은 끝까지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뇌물이나 특혜를 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민간사업자들에게 맞서며 우리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고 역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그가 유 전 본부장이나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투자사업파트장의 지시를 받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그러면 왜, 누구의 지시로 초과이익 환수조항이 삭제된 것인지에 대해선 확실히 밝히지 않아 의문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는데,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는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 혐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인 만큼 이 부분이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을 경우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책임을 묻기 쉽지 않게 된다.

특히 앞서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의 유동규·남욱·김만배 등 재판에 출석한 한모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 2팀장은 사업협약서에 추가한 초과이익환수조항이 7시간여 만에 삭제된 이유에 대해 “지시를 받아 (재수정안을) 올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김문기 전 1처장이 지시한 것 같다”며 오히려 이번 편지 내용과는 상반된 진술을 한 바 있어 진상 규명은 더 어려워지고 있는데, 김 전 처장의 편지가 유서는 아니고 숨지기 두 달 전인 지난 10월 말게 검찰 수사를 받던 당시 윤정수 성남도개공 사장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보냈던 점에 비추어 사실만 담겨있진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처장은 생전 일부 언론 인터뷰에선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이 만든 전략사업본부 측에서 초과이익환수조항을 빼라고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데다 이 편지에서도 자신이 초과이익 환수조항 삭제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했을 뿐 유 전 본부장이나 정 팀장이 삭제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이 부분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지난 17일 재판에서 한모 팀장도 대장동 사업 추진 초기인 지난 2013년 12월 열린 회의에서 유 본부장 지시로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가져온 대장동 사업 제안서를 검토했는데 당시 특혜 소지가 많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으며 그는 정 팀장에 대해서도 화천대유 측이 원하는 대로 대장동과 1공단 공원 조성화 사업을 분리하는 보고서를 갖고 지난 2016년 1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찾아가 결재 받았다는 검찰 측 주장과 관련 “성남시 도시재생과가 분리개발에 반대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시장의) 방침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해 유 전 본부장과 정 팀장을 향한 의심의 눈길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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