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이핵관 찾아와 탈당 권유해…여러 달 동안 지속적으로 괴롭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신임해 줄 것'을 28일 요구했다. 시사포커스DB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신임해 줄 것'을 28일 요구했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측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과 이준석 대표가 충돌하면서 내홍으로까지 번졌던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잦아들자 이번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핵심 관계자라는 소위 ‘이핵관’ 논란이 민주당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올린 ‘이핵관이 찾아왔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통해 “이 후보의 뜻이라며 불교계가 심상치 않으니 자진 탈당하는 게 어떠냐고 (했다)”며 “저는 컷오프 때도 탈당하지 않았다, 내 사전엔 탈당과 이혼이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돌려보냈는데 여러 달 동안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참 많이 힘들게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정 의원이 해인사의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며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불교계로부터 거센 반발이 일어난 데 따른 책임을 물은 것으로 비쳐지는데, 실제로 지난 17일엔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불교계를 달래고자 직접 조계사를 찾아가 정 의원의 국감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108배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선 바로 다음날인 18일에 봉은사 스님과 신도 40여명이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 찾아와 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외치는 등 도리어 한층 강경하게 나오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그러나 굴하지 않고 버티며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당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 오히려 당을 위해 대선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며 의원직 사퇴 가능성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씁쓸한 속내를 감출 수는 없었는지 정 의원은 “인생사 참 힘들다. 지난번 컷오프 때처럼 이러다 또 잘리겠지요. 아프고 슬프다”며 “저는 민주당을 사랑합니다. 어머니, 저 탈당해야 됩니까”라고 뼈 있는 말을 덧붙였는데, 비록 자신에게 탈당을 권유한 이핵관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강성 친문으로 꼽혀온 정 의원조차 이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로부터 거취 압박까지 받는 상황에 비추어 아직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친문에서 친이로 당내 주류가 재편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17일 친문 성향 민주당 당원 4369명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 후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신청하는 등 이 후보와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이 후보 측이 표면상으론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부터 권노갑·정대철 등 구 동교동계 인사들까지 받아들이며 일견 여권 결속에 힘쓰는 듯 보이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론 민주당 밖으로 밀려나 있던 여러 세력을 대선을 명분으로 다시 끌어들여 기존의 당내 주류였던 친문의 영향력과 입지를 축소시켜나가려는 의도로도 비쳐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민주당이 지방선거 공천에도 사상 최초로 대선 기여도를 반영하기로 할 만큼 정권재창출에 사활을 건 판국에 도리어 불교계 표심을 날려버리는 발언을 해 이 후보에 부담을 안긴 데 따른 문책성 압박일 뿐 당내 주도권 다툼이나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일단 ‘이핵관’의 실존 여부는 탈당 권유를 일축한 정 의원에 대해 향후 어떤 구체적 조치가 내려질지에 따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