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한 주제의 액션극 〈일주일〉 장기 앵콜 공연


악몽의 일주일, ‘운명은 진실보다 강하다’

1980년 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한 시골마을. 한 여자가 여러 사람한테서 강간당한 후 ‘베테랑 형사들의 눈살조차 찌푸릴 정도로’ 참혹하게 살해당한다. 마을의 수호신에게 동민(洞民)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당제(堂祭)를 앞둔 이장은 ‘특수강간치사’ 사건을 맡은 형사들을 찾아와 동신제에 부정이 타지 않도록 빨리 사건을 해결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힌다.

그 어떤 <일주일>의 첫째 날, 조형사와 강형사는, 사건 현장에서 자주 덫을 놓아 토끼 사냥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는 점과 평소 포악한 언행을 문제 삼아 길수를 잡아들여 심문을 시작한다. 평소 자신의 언행을 못마땅하게 여긴 몇몇 마을 사람들의 밀고라 믿은 길수는 가뜩이나 따돌림당한 처지에서 격노를 표출한다.

둘째 날, 형사들은 길수와 어울려 다니던 영배와 덕배 형제를 따로 불러 심문한다. 할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형제에게 불량아 길수와 사귀다가 너희 신세까지 망치게 된다며, ‘죽은 사람이 말이 없으니’, 길수가 강간치사했다고 증언하면 너희 둘은 살려주겠다는 거래를 제시한다.

▲ 내가 죽였다! 협박과 폭력에 지쳐 의사범죄 환상까지 갖게 되는 용의자들
셋째 날, 덕배 영배 형제와 길수는 ‘실질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 사무실에 와 있다. 이윽고 등장한 대기실의 성추행범은 이들에게 ‘진실이든 거짓이든 중요치 않다. 옭아맨 법망을 풀고 빠져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유유히 사라진다. 심사를 맡은 판사는 ‘무직에 알리바이가 입증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구속수사 판정을 내린다.

넷째 날, 돌연 나타난 사건의 목격자는 범인으로 길수 패거리를 지목한다. 형사들은 사건이 끝난 것처럼 좋아한다. 그러나 범인이 네 명이었다고 말하자 형사들은 시나리오를 수정한다.

그 다음날, 장애인 삼식이가 붙들려 들어온다. 모진 성격을 가진 영배는 차라리 삼식에게 덮어씌우자고 제안한다. 길수는 이를 반대한다. 삼식이는 누굴 죽일 수 있는 사람이기는커녕 누구한테 죽지 않을까 염려해야 할 사람이다. 지능이 낮고 덩치만 큰 어린애일 뿐이다.

여섯째 날, 길수는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서를 쓴다. 조형사는 길수가 진술서를 순순히 작성하자 측은한 눈길로 인생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고 진정성 있는 충고를 한다. 이에 감동하여 ‘죽이지 않았다’고 울부짖는 순간, 조형사의 구둣발이 길수의 가슴팍을 가격, 바닥 위로 나동그라진다. “이게 어디다 검사 앞에서 딴 소리 하려구!”

'사실이 현실의 시간적 재구성이며, 진실이 사실의 호소력이라면, 누구나 진실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밤. 네 사람이 한 이불 위에 다닥다닥 달라붙어 뗏목을 타고 정처 없이 떠가는 환상적 해방감에 사로잡히는 장면이 잠시 관객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뒤이어 공격적인 성격의 영배는 이렇게 감옥에서 십 년을 썩을 수 없다며 발작적으로 문 쪽으로 달려가서 형사들을 부른다.

짜증을 간신히 억누른 강형사는 ‘지금 형무소에 수감된 사람의 절반은 무죄’라며 ‘너희가 여기에 와 있는 것은 운명 때문’이라고 설득한다. ‘운명은 진실보다 강하다’고 말한 강형사는 소란을 가라앉히고 그 방을 떠난다.

자유인으로서의 최후의 날, 검사는 조사 서류의 내용은 ‘말, 말, 말’이 사실을 가리고 있다며 형사들의 조사 결과를 의심한다. 너희들이 정말 범인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길수는 ‘진실은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놔둘 거’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들은 검사는 어쩔 수 없이 기소를 결정한다. 네 사람만 남은 무대, 암전.

▲ 일주일 동안 겪은 용의자들의 악몽은 더 큰 악몽의 프롤로그에 불과하다
길수 역의 홍성인, 영배 역의 이호웅, 덕배 역의 김진용, 삼식 역의 이민웅 등 여러 배우들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폭력 장면은 실제와 별 차이가 없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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