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상대 당 자중지란이 우리 당 능력과 승리 보장하는 것 아냐”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이해찬 전 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이 내홍 끝에 윤석열 후보가 직접 선대위 해산 결정을 내리는 지경까지 치달은 가운데 이를 호재로 삼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예상외로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 몸을 사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재명 “1주 새 변하는 게 지지율…우리 노력만인 게 아냐”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자신이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올라선 데 대해 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국민통합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말 민심이란 하늘의 뜻처럼 두려워해야 한다. 1주일, 열흘 사이에도 천지개벽 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게 지지율”이라며 “오늘의 결론이 우리만의 노력으로 국민들께서 전적으로 저희를 지지해서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두려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언제나 겸허하게 국민 판단을 존중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 뿐 아니라 이 후보는 앞서 전날 후원회 출범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자리에서도 국민의힘 내홍 상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경쟁하는 다른 당의 상황에 대해 제가 이렇게 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빨리 수습되어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으로서의 역할을 잘 해주시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미래를 향한 정책 경쟁에 빠르게 함께 해주길 기대한다”고 답했으며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연기를 해달라’고 주문한 데 대해서도 “말씀을 제가 드리지 않는 게 적절한 것 같다”고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후보로서 절호의 공격 기회임에도 이 후보가 오히려 공세를 자제하는 듯한 반응을 내놓은 데에는 자신의 상승세를 반사효과에 따른 일시적 결과로 판단했기 때문인데, 대선까지 두 달 남짓 밖에 남지 않은 만큼 조금이라도 격차를 더 벌려야 하는 이 후보로선 유리해진 현 국면을 조용히 유지해나가려는 전략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는 이 후보의 정치적 후원자인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민주당이 개발한 소통 플랫폼 앱인 ‘이재명 플러스’에 올린 칼럼을 통해 “해가 바뀌면서 여론조사가 조금 유리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조금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캠프는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해선 안 된다”며 “잘못된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보수언론들은 이제 선거판을 흔들려고 덤빌 것이다. 일단 거짓말이라도 하고 보는 가짜 허위 뉴스와 무한 네거티브가 판을 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는 “거짓 네거티브로 선거를 아주 지저분하게 만들려 할 것이며 보수언론들은 안철수 후보를 띄우면서 단일화 소식으로 윤 후보의 낮은 자질과 그 가족의 비리에서 국민의 눈을 돌리려 할 것”이라며 “선거는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고 바위처럼 단단해야 끝내 승리할 수 있다. 저쪽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데 우린 서로 소통하면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거듭 경계와 결속할 것을 호소했고, 앞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국민의힘도 걱정이지만 민주당도 걱정된다. 한치의 자만과 방심도 용납되었다가는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한 목소리로 역설했다.

◆ 당내 ‘자제’ 주문에도 與선대위 일각에선 尹 겨냥 십자포화

민주당 강훈식, 안민석, 노웅래, 김용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민주당 강훈식, 안민석, 노웅래, 김용민 의원.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래선지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도 5일 국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극복 신년 추가경정예산 연석회의에서 “상대 당의 자중지란이 우리 당의 능력과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원팀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국민의 마음을 얻는 최선의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며 “특히 기분에 취해서 SNS에 치기 어린 글을 올리거나 오만한 자세를 보여선 안 된다. 저부터 현장에서 모범을 보이고 더 엄중하게 임하겠다”고 자당 의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문에도 정작 이 후보 선대위 내 일부 의원들은 국민의힘 내홍을 계기로 윤 후보를 향해 수위 높은 맹공을 퍼붓기도 했는데,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은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종인 위원장을 팽시킨 게 인간적으로 같이 할 사람이 없다는 게 확인된 장면”이라며 “정치에서 보면 배은망덕한 행위인데 지금 문제가 선대위 문제였는지 되물어봐야 한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이 뿐 아니라 선대위 특보단장인 안민석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 후보는 중도확장의 김종인을 쳐냈고 2030 확장의 이준석도 쳐냈으며 이제 윤석열 곁엔 검사들만 남았다. 김종인, 이준석도 못 품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을 품겠는가”라며 “윤 후보가 자기 뜻대로 혼자 한다면 실수는 더 심각해질 것이며 보수진영이 급격히 후보교체론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윤 후보는 자기 성질을 못 참고 인생 최대의 잘못된 결정을 했고, 그래서 모든 것을 망쳤다고 조만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민주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노웅래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종인 쳐내고 이준석 따돌린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문제의 핵심은 윤석열”이라며 “이제 남는 시나리오는 보는 사람도 민망할 이전투구와 십상시 윤핵관의 부활, 그리고 제2의 옥새 파동 뿐이다. 국민의힘은 과연 수권정당을 꿈꿀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같은 당 김용민 의원까지 페이스북을 통해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는 윤석열의 모습에서 해경을 해체하던 박근혜의 모습이 보인다. 아직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윤 후보를 향해 강공을 펼치는 일부 의원들의 행보와 달리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며 김 위원장과 사실상 결별한 날, 반대로 원팀을 강조하며 내부 결속을 극대화시키는 행보에 나서 윤 후보와 대조를 이뤘는데 특히 자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당내 경선 경쟁자이기도 했던 이낙연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우리는 힘을 합치고 있다”고 강조해 우회적으로 국민의힘과 윤 후보의 아픈 곳을 찔렀다.

◆ ‘원팀’ 연출해 尹 꼬집은 이재명, 안철수 급상승엔 ‘긴장’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함께 하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와 공동위원장직을 함께 맡은 민주당 국가비전 국민통합위원회의 5일 첫 비전 회의에는 이낙연계와 정세균계로 꼽히는 의원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화학적 결합을 이뤄냈음을 분명히 보여줬는데, 여전히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윤 후보를 적극 돕진 않고 있는 국민의힘 상황과 뚜렷이 대비됐다는 점에서 의도적으로 이런 효과를 노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국민의힘 상황을 의식한 듯 “경쟁했던 모든 후보들이 정말 혼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도 결정됐고 한때 이런 저런 이유로 당을 떠났던 우리의 옛 동지들도 하나의 전선으로 다시 모이고 있다”며 “단결된 힘으로 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면서 새로운 나라를 함께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뒤이어 단상에 오른 이 전 대표도 이 후보를 ‘동지’라고 칭하면서 “이재명과 부족한 제가 공동위원장으로서 이 일을 맡은 걸 크나큰 책임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통합을 위한 우리의 지혜를 하나씩 하나씩 내놓겠다”고 화답했다.

여기에 이 후보도 “존경하는 이낙연 비전위 위원장님과 함께 대한민국 미래 비전과 국민 통합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돼 반갑다. 저는 민주당과 개혁·민주진영의 통합과 연대의 정신을 믿는다”고 호응한 데 이어 비전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우리 진영 내에 가장 우수한 경륜과 경험, 학식과 역량을 가진 이 전 대표를 빼고 어떻게 다음을 도모하겠나. 선거 끝난 후에도 당연히 개혁진영의 어른으로 잘 모시고 함께 할 것”이라고 이 전 대표를 한껏 띄웠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자만을 경계하는 듯 윤 후보와 결별한 김종인 위원장이 ‘국운이 다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이 후보는 “그분의 말씀인데 제가 거기에 토를 달겠나”라며 말을 아끼는 자세를 취했는데, 한편으로는 국민의힘을 지나치게 몰아붙일 경우 여전히 높은 정권교체 여론이 대안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야권 지지층의 표가 쏠려 일대일 구도가 될 가능성도 우려해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을 자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이 후보는 지난 3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지지층이 이탈해 안 후보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치권 인사들이 단일화를 한다며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이합집산을 한다면 반감이 클 것”이라고 야권 단일화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고, 안 후보를 견제하려는 듯 안 후보와 자신의 일대일 구도가 성립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양당정치 체제에서 소위 거대야당을 벗어난 제3자와 일대일 구도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진영이 30%대 지지율로 견고하게 존재하기 때문에 제3지대에서 그와 비등한 힘의 관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설날 전까지 트로이카를 이루겠다던 호언까지 할 정도로 최근 안 후보의 상승세는 이 후보로선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인데, 심지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3~4일 전국 만 18~39세(20·30세대) 남녀 1024명에게 조사한 차기 대선 가상대결(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후보는 18.4%를 얻는 데 그친 반면 안 후보는 19.1%를 기록해 이 후보가 긴장을 풀 수 없게 만들고 있는 만큼 향후 어떤 구도로 대선판이 전개될 것인지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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