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부도 반응 엇갈려…野도 향후 朴 반응 따라 尹에 여파 ‘긴장’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좌)과 박근혜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좌측부터) 문재인 대통령(좌)과 박근혜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정부가 당초 전망과 달리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국민통합 차원의 의미와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하겠다고 전격 발표함에 따라 한창 대선 레이스 중이던 여야 모두 이번 사안이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국민통합’ 외쳤지만 MB 빼고 朴만 사면한 文, 뭘 노렸나

지난달 22일만 해도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논의된 것이 없다”며 선을 긋는 입장을 내놨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지난 2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지금 이분들은 아무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는 상태라 사면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란 생각”이라고 사면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바 있어 연내 사면을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이런 기류를 깨고 돌연 24일 문 정부는 박 전 대통령을 오는 31일 사면하기로 전격 발표해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김부겸 국무총리나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사면 사유는 박 전 대통령의 악화된 건강 상태가 우선 꼽히고 있고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부터는 서울삼성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상황이다.

또 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가운데 고령인 박 전 대통령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옥중 불상사가 일어나게 될 경우 그 정치적 부담이나 여파가 상당한데다 자칫 대선을 앞두고 동정 여론까지 급격히 조성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외한 채 박 전 대통령만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성탄절 특사를 넘기면 내년 대선 전까지 3·1절 특사가 남아있는데, 대선을 겨우 일주일 남짓 앞둔 시점에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단행할 경우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 아니냐는 목소리가 지금보다 더 크게 터져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 이번에 사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박 전 대통령 특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결정과 관련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입장을 내놨는데,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대상에서 배제돼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의심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일단 사면대상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이유에 대해 박범계 법무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항과 박 전 대통령의 사항은 그 사안 내용이 다르고 국민적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 아니겠냐”라고 밝혔으며 청와대 측에서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에서 두 분의 결과가 차이가 많다”고 확대해석에 선을 그었는데, 반면 이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 참모들은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두 분 전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구속했뒀다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그 중 한분만 사면했다. 이번 사면은 국민 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 판단이고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단 의도”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한 건 부당한 사법처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하는 처사”라고 꼬집은 데 이어 한명숙 전 총리 복권과 이석기 전 의원 가석방 등이 이번에 함께 이뤄진 점도 들어 “법치의 원칙으로나 국민 정서상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인사들을 사면하는 데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전임 대통령의 사면을 활용했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 尹 내세운 국힘, 朴 사면에 ‘보수 표심’ 갈릴까 노심초사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이런 목소리는 정치권 내에서도 불거졌는데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과 관련 “퇴임 앞두고 겁이 났던 모양인데 이번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 교활한 술책”이라며 “반간계로 야당후보를 선택케 하고 또 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지게 된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특검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던 윤석열 대선후보를 현재 내세우고 있는 국민의힘을 흔들어놓기 위한 정략적 사면이란 지적인데, 그래선지 윤 후보도 24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환영 입장을 내놓는 한편 자신의 검찰 재직 시절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가 불허된 데 대해서도 “제가 불허한 게 아니고 형집행정지위원회에서 검사장을 따르도록 돼 있고 위원회 전문가 의사가 형집행정지 사유가 안 된다고 해서 따른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또 그가 보수 성향인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지난달 초에 이미 박 전 대통령 사면 추진 의사를 드러내며 ‘친박’ 표심에도 적극 다가갔던 덕분인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던 ‘친박’ 출신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계기로 야권 분열을 획책하면 결국 희대의 포퓰리스트이자 민주주의 파괴자인 이재명이 집권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에서 야권 분열을 획책하는 자는 바로 민주주의의 적이고 대한민국의 적”이라며 도리어 윤 후보 중심으로 결속될 것을 우선 강조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면이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단행됐다는 지적에 대해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잘 모르겠다. 선거 관련 고려는 일체 하지 않았고 만약 선거를 고려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지 않을까”라며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고 이번 사면 결정이 더불어민주당 등과의 사전 협의 없는 문 대통령의 독자적 결단이라는 듯 “사면에 대한 생각을 당에 물어본 적은 없다. 이번에는 협의한 적 없고 참모들과의 토론도 제가 알기로는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사면 이후 대외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에 따라 윤 후보의 대선가도엔 적잖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 주체였다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끝까지 부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불편한 침묵이 길어질 경우 ‘태극기부대’ 등 강성 보수층에서 탄핵 책임론을 다시 거론하면서 보수층 분열을 촉발시킬 수 있어 윤 후보에 타격이 될 수 있는 반면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 지지를 표명할 경우 보수층 결속에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지지 표명도 이탈한 진보층이나 중도 성향 유권자까지 겨냥한 외연 확장을 노리는 윤 후보에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사면 결정을 내려준 문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당분간 신병 치료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밝혔을 뿐 별 다른 정치적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던 만큼 향후 어떻게든 대선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대국민 공개행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문 대통령 독자 행보(?)에 민주당도 고민…당내 평가도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군, 선택적 모병제 국방 정책 공약' 발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스마트군, 선택적 모병제 국방 정책 공약' 발표 후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 / 김기범 기자

이처럼 박 전 대통령 사면으로 국민의힘으로선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 최근 차기 권력인 이 후보에 적극 힘을 실어주며 문 대통령 비판도 불사하던 여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데, 사전교감 없이 문 대통령의 독자적 결정임을 강조한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이 빈 말은 아닌지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4일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면은 대통령 고유 헌법적 권한으로 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지난 8일 다리를 다친 이후로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 뿐 아니라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부정적 자세를 취해온 이 후보 역시 예상 밖이라는 듯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원래 어제까지는 전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보도도 그렇게 나왔고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급변해서 결정이 최종적으로 나면 제가 그때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박 전 대통령) 사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겠냐는 게 기존 입장인데 현실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단계라면 지금은 자중하는 게 맞는 것 같다”면서도 “공식적으로 사면위원회의 심의 의결이 있어야 되겠고 또 국무회의 의결도 해야 되니까 결정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끝내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이 확정 발표되자 이 후보는 같은 날 선택적 모병제 공약을 발표하기 위해 연 당사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국민통합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금이라도 국정농단 피해자인 국민들께 박 전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고 ‘사면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과 별개로 이번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찬성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찬성한다고 밝힌 게 아니라 “이미 결정 난 사안에 대해 찬성, 반대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란 말로 답을 대신해 대통령과 온도차를 드러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공개 비판하거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를 주장하며 청와대와 각을 세워온 이 후보를 견제하면서 레임덕에 선을 그으려는 듯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을 전격 결단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는데, 사전 교감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번 대통령 결정을 놓고 의원들마다 제각기 찬반이 갈리는 모양새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를 사면해주면 종범인 최순실도 풀어줘야 하나. 사면복권의 명분은 모호하고 반대의 이유는 너무도 분명해 역사적으로 잘못된 결정이 될 것”이라고 혹평을 쏟아냈으며 정청래 의원 역시 “개인적으로 (사면) 반대한다.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죄 지은 만큼 벌을 받아야 한다”고 SNS에 입장을 내놨고 김용민 의원 역시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문 대통령에 직격탄을 날렸다.

반면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유·불리 따지는 정치적 계산과 무리한 해석도 자제해야 하고 이제 다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대통령의 오늘 말씀처럼 우리 앞에 닥친 과제들을 해내기 위해서도 포용과 통합이 절실하다”며 문 대통령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는데, 비록 문 대통령도‘5대 중대 부패범죄’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대선공약을 파기한 셈이 됐기 때문인지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사면 반대자들을 향해 양해를 당부했지만 한편으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연초 주장했던 사면론에 힘을 실은 셈이어서 이번 사안이 문 대통령과 이 후보 간 신경전의 연장선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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