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득보다 실 많을 것”…이경민 “쓰고 버리면 된다”

신지예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새시대준비위 영입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신지예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새시대준비위 영입 환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권민구 기자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신지예 한국여성네트워크 대표가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게 합류한 직후부터 당 안팎에서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번 영입이 후보에게 과연 득이 될지, 독이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수정 이어 신지예까지…노린 것은 여성표? 이준석 견제?

신 부위원장은 지난 20일 김한길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에 영입돼 적잖은 이들이 예상외의 ‘깜짝 인사’란 평을 내놨는데, 특히 신 부위원장은 과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젠더갈등을 주제로 토론에서 격론을 벌였을 만큼 대립각을 세웠던 인물이었던 만큼 앞서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끝내 영입했던 것처럼 이 대표 견제를 염두에 둔 인선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당장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현근택 대변인은 지난 20일 “이 교수를 영입할 때는 긴가민가했다. 신 대표 영입은 메시지가 분명하다”며 “이 대표는 필요하지 않고 신경 쓰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당 대표를 패싱하는 리더십으로 대선을 완주할 수 있겠느냐”고 비꼬았으며 심지어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하태경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젠더 갈등 격화시키는 페미니스트 신지예 영입 반대한다. 페미니즘 추가하면 젠더 갈등은 해소되고 청년 지지층이 더 오를 것이란 아주 간단한 생각이겠지요? 젠더갈등의 심각성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하 의원은 신 부위원장 영입이 표심 확대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듯 “지금 페미니즘은 국민적 공감대를 완전히 잃어버린 반성평등주의 사상으로 변질됐다. 무슨 요리법처럼 여기저기서 한 스푼씩 넣는다고 청년 지지가 확 살아 오르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는데, 이 뿐 아니라 신 대표가 소속되어 있던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조차 신 부위원장의 결정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사전 논의된 바 없으며 조직적 결정과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고 신 부위원장 스스로도 SNS를 통해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직 사임 의사를 표했다.

더구나 신 부위원장은 지난달 24일까지만 해도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의힘은 페미니스트들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발언한 적도 있었던 만큼 갑자기 합류 결정을 내린 배경에 이목이 쏠렸는데, 일단 그를 영입한 이유에 대해 윤 후보는 지난 20일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의 선대위에 영입한 케이스라고 보기보다 (입당을) 내켜하지 않는 분들을 우리가 정권교체의 동참세력으로 영입한 것”이라며 “99가지가 달라도 정권교체란 한 가지 생각만 일치한다면 모두가 손잡는 것은 무능과 무도로 국민께 고통 준 이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 이준석에 자세 낮춘 신지예…국민의힘 입당엔 선긋기, 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좌)와 신지예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 부위원장 역시 그동안 제3지대를 강조해온 기존 입장을 번복한 셈 아니냐는 시선을 의식했는지 같은 날 오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전에 윤 후보를 ‘조폭 같다’고 하기도 했는데 그분의 덩치만 보고 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고 외모로 판단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갖고 있던 편견과 달랐다. 제가 국민의힘에 몸담지 않더라도 새시대준비위 무소속 시민으로서 윤 후보를 밀 수 있겠다고 결정했다”며 “결국 ‘뭐가 진보고 뭐가 보수지’라는 것이 흔들렸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과거 좌우의 프레임이라고 하는 건 최근 점점 새롭게 다시 거듭나야 할 필요성이 있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즉, 향후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새시대준비위에서만 활동하는 데 그칠 것임을 분명히 했는데,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는 한층 분명하게 “새시대준비위원회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지 않는 분들이 모이는 곳”이라며 “지난 10월부터 대선구도를 전환하기 위한 여러 노력을 해왔는데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사실 제3지대가 만들어지지 못하면 미약한 목소리로 남을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양당구조 안에서 후보자를 하나 택해야 하고 정권교체가 됐었을 때 우리 여성들이 더 많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윤 후보 측에 합류한 이유를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자신이 이 대표를 견제하는 의미의 인선이 아니라는 듯 바짝 자세를 낮추는 모습도 보였는데, 전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선 “이 대표가 우려하는 지점들은 제 생각엔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며 ‘당의 기본적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을 하면 제지, 교정할 것’이란 이 대표의 경고에 대해서도 “당연한 말씀이라 생각한다. 밥 한 끼 대접해드릴 것”이라고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신 부위원장은 ‘페미니스트’로 대표되는 이미지도 의식한 듯 21일 CBS라디오에서 “내부에서 페미니즘을 얘기하겠지만 윤 후보에게 페미니즘을 강요하러 온 것은 아니다. 윤 후보에게 더더욱 뭔가를 가르치려고 온 것은 아니다”고도 강조했는데, 일각에선 그가 제3지대는 물론 페미니즘에 이르기까지 윤 후보 측에 합류한 이후 여러 면에서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타협한 모습을 보이는 점을 들어 ‘30대 장관’ 자리를 약속 받은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까지 보내고 있다.

◆ 정권교체 강조한 申 “자리 욕심 때문 아냐”…증명은 본인 몫

비록 신 부위원장은 “전혀 그런 제안을 받지 않았고 저는 지금 자리 욕심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제가 자리 욕심이 있었다면 민주당에 가는 게 가장 최선이었을 것”이라며 일축했으나 신 대표 영입이 어떤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선 좀처럼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신지예 영입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좌)과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신지예 영입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드러낸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좌)과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다보니 영입 이후로도 그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은 20일 YTN라디오 ‘박지훈의 뉴스 정면승부’에서 “이재명 후보의 ‘아들 말을 무조건 믿어야 하지 않느냐’, ‘아들이 아니라면 아닌 거 아니냐’고 대응하는 태도가 젊은 여성들에게 용인이 안 된 것 같다”며 이 후보 아들 의혹 때문에 합류한 것이란 취지로 설명한 뒤 “신 대표가 지금까지 보인 정치적 행보 자체가 젊은 남성에게 우호적이지 않았으므로 충분히 걱정할 만하고 심정적으로 반감을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신 대표는 저에 비하면 비교적 스무스하게 합류했다”고 호평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청년의꿈’ 청문홍답에서 “잡탕밥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혹평한 데 이어 이언주 전 의원도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신지예는 이수정 공동선대위원장과는 차원이 다른 강성 페미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외연 확장이 필요해도 타협 가능한 선이란 게 있는 법인데 자칫 선을 넘으면 우리 정체성마저 헷갈려버려서 우리를 지지하던 사람들마저 떠나게 할 수 있다”며 “최근 2030세대에선 다른 세대와 달리 이념보다 젠더 갈등이 더 심각한 문제인데 이런 갈등의 한복판에 있는 분을 굳이 영입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경민 국민의힘 서울시당 부대변인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신 대표의 합류에 대해 “자리만 좋은 데 준다면 언제든지 국민의힘 쪽으로 투항할 준비가 됐다는 점으로 이는 페미진영의 단일대오를 보수정당이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뜻도 된다”며 “국민의힘이 영입하고 사실 몇 번 쓰고 버리면 된다. 이번 신 대표의 합류를 그렇게 나쁘게 안 본다”라고 비꼬는 듯한 평가를 내놨다가 논란이 되자 스스로 글을 삭제했는데, 다만 신 부위원장은 21일 CBS라디오에 나와 “제가 국민의힘에 계속 쓰임 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는 몇 번 쓰일 생각도 없다.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일조할 생각”이라고 응수했다.

이처럼 진보진영은 차치하고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신 부위원장의 행보를 ‘기회주의’로 보는 시각마저 없지 않다 보니 결국 그 스스로 윤 후보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해나가는 것 외엔 이번 영입의 의의를 설명할 방도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신 부위원장도 ‘강성’으로 비쳐지던 이미지와 달리 자세를 한껏 낮춘 채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민의힘의 외연 확장에 일조할 수 있을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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