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 더 먹다가 ‘하루’ 더 빨리 간다.

“남자가 술 한 잔은 해야지!” 우리나라처럼 술에 관대한 문화를 지닌 나라가 또 있을까. 우리사회에서는 음주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기 때문에 술 마시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을 뿐더러 술에 거나하게 취해 주사를 부려도 어느 정도 눈 감아 준다. 그러나 술을 과도하게 마심으로써 개인이나 가정, 그리고 사회에 손상을 초래하는 음주행위가 나타날 대, 알코올의존증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학협회, WHO, 그리고 중독학회 등에서는 ‘조절능력의 상실’과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알코올을 사용할 때 ‘알코올의존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내 몸과 가정, 이번 호에서는 나아가 사회를 해치는 알코올의존증에 대해 알아보자.


적은 양이라도 매일 마시고 양 늘면 알코올의존증
잠이 안 안와서, 스트레스로 시작해 중독 되는 병
자신의 상태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 상담이 중요


알코올의존증 환자 대부분은 초기에 술을 마시게 된 이유로 ‘잠이 안 와서’, ‘소화가 안 돼서’, ‘스트레스’ 등을 꼽는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고 양이 계속 늘어난다면 알코올의존증을 의심해야 한다. 자신의 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알코올의존증이 되나?

알코올의존증 환자는 음주에 익숙한 환경이나 심적인 고민으로 인해 기분전환으로 마셨던 알코올이 차차 상습적으로 되어 버려서 술을 마시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이로 인해 정신적인 면과 신체적인 면에서 여러 가지 장애를 나타내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일종의 중독상태가 되므로 술을 끊을 수 없게 되고 중독증상이 더욱 심해지면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흡수된 알코올은 1시간에 7gm(순수알코올)의 비율로 해독된다. 그리고 간장 속에서 중간대사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만들어지며 이것이 최종적으로는 탄산가스와 물로 분해 된다.

이때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아무리 길어도 12시간이 지나면 분해 된다. 그러므로 11시간 남짓으로 전부 분해가 되어 심하게 숙취되어도 점심때가 지나면 낫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흡수되지 못한 알코올은 혈액을 타고 뇌로 간다. 이것이 뇌에 작용함에 따라 취한다. 민감하게 작용하는 사람은 알코올에 약하고 둔감한 사람은 강한 셈이 된다. 이렇듯 같은 혈중 알코올에도 불구하고 취하는 방식이 다른 것은 알코올에 대한 뇌의 감수성 차이로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단지 조금만 마셔도 갑자기 맥이 빨라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대뇌가 취하기 전에 심장 혈압의 반응이 빨라져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으로 자율신경의 혈관 운동신경이 상당히 예민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특이체질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알코올의존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개인마다 요인이 다양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세 가지 요소적 접근으로 설명하고 있다.

먼저 유전적 요인을 들 수 있다. 가족이나 친척 중에 의존증환자가 있을 경우, 가족력이 없는 사람들보다 알코올에 의존할 확률이 더 높다. 또한 대뇌의 도파민계, 세로토닌계, 내인성 오피오이드계, 그리고 GABA계 등의 특정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 및 활동에서도 의존증환자와 비의존증환자간에는 차이를 보인다.

두 번째로 심리학적 요인이 있다. 아동기 때 주의력결핍장애, 품행장애를 보였던 경우, 자신에 대한 심한 무 가치감을 느낀 경우, 의존성이 강한 경우, 불쾌한 상황에서 술을 마신 후 행복감과 다행감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을 경우, 그리고 성격적인 문제(수줍음이 많은 성격, 주장을 못하는 성격, 너무 양심적인 성격 등)가 있는 경우 등이 알코올의존증에 걸리기 쉽다.

마지막으로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같이 술을 권하는 사회분위기, 술친구가 많다거나, 술을 구하기 쉬운 생활여건, 이혼, 별거, 미혼 등의 상태, 실직, 가난,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알코올의존증의 증상과 특성

알코올의존증의 증상은 신체적인 면의 장애와 정신적인 면의 장애가 있다.
신체적인 면의 장애는 주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데 심장장애, 피부혈관의 마비, 동맥경화, 비만, 간장비대, 간경화, 위장장해(설사, 변비, 위염), 신경염(신경마비, 신경통), 운동장애, 손발의 떨림 등 전신적인 증상을 보인다.

정신적인 면의 기능저하는 이해력, 판단력, 주의력이 저하되어 피곤해지기 쉽고, 사고의 깊은 맛이 없고 자기중심적이게 된다.

또 감정의 억제도 결여되고 더욱 알코올의존증이 진행되면 도덕심이나 수치심이 둔해지며 거짓말을 하고 의지는 박약해지고 인내력 감소와 함께 소비성 경향이 생긴다.

알코올의존증의 공동 증상으로는 가장 먼저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이 강해지고 한 번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멈추지 못한다. 술을 안마시면 구토, 식은땀, 손 떨린, 안절부절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파리, 거미, 쥐 등의 동물이 떼를 지어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되는 환시 증상이 나타나거나 헛소리를 듣기도 한다.

내성이 증가해 술에 취하려면 점점 더 많은 술을 마셔야 하고, 알코올의존증의 후반기에는 내성이 상실되어 적은 양으로도 쉽게 취하게 된다.

알코올의존증환자는 대부분 스스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여기므로 치료받을 때까지 훨씬 더 진행이 되어서야 치료기관을 찾게 된다. 중독이란 나이, 성별, 지위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며,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진행되는 질병이다. 또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반드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질병이다. 술을 끊는 생활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9개월에서 15개월 정도의 단주 유지 기간이 필요하고 2년~3년 정도는 재발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의존자와 함께 사는 가족들은 함께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알코올의존증이 몰고 오는 질병

알코올은 영양소는 거의 없으나 열량은 높아서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비만증이 오기 쉽고, 술만 마실 경우 비타민 부족 등 영양 결핍 상태에 빠질 위험이 높으며,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을 가져온다.

술로 인한 간 손상 중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지방간으로, 간세포에 지방이 많이 침착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셨을 때는 수 일에서 수 주일 이내에도 생길 수 있다. 지방간 환자의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나, 그 정도가 심하면 피로감, 나른함, 식욕부진, 소화불량, 우측 상복부가 뻐근하고 누르는 듯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 기능 검사에서도 이상을 보일 수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하여 모두가 간염이나 간경화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가장 중요한 치료법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고, 이밖에도 단백질과 비타민 등의 영양섭취를 충분히 하면, 1~6주 이내에 완전히 회복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알코올성 간염을 들 수 있다. 알코올성 간염은 술을 오랜 기간 계속 마실 경우, 이로 인한 간세포의 파괴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질환이다. 알코올성 간염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지방간과 간경변증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간염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상 없이 간 기능 검사에서만 이상 소견을 보이지만, 간염이 심한 경우에는 식욕부진, 발열,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고, 더욱 심해지면 황달, 복수 등이 나타난다. 치료는 술을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휴식과 충분한 영양 섭취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알코올성 간염환자의 약 50%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며, 10% 정도만이 회복된다.

마지막으로 살펴봐야 할 질병은 간병변이다. 10~20년에 걸쳐 술을 장기간 마시면 간에 섬유화가 진행하여 굳어지는 간경변증이 발생한다. 대게 피로감, 체중감소, 구토, 복통, 복수 등의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더욱 진행되면 황달, 위장출혈, 복막염, 혼수 등이 올 수 있으며, 간암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합병증이 없는 경우에는 간 기능 검사가 정상인 경우도 있다. 술을 끊고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면 합병증이 생기는 것을 늦출 수 있지만, 술을 계속 마시게 되면 합병증 발생은 물론 간부전이나 간암 발생 위험도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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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콜의존증 자가진단법

(각 문항 Yes/ No 체크. ▲‘Yes’ 3개 이상-문제음주 가능성 ▲‘Yes’ 4개 이상-알콜의존 가능성 높음. ▲금단증상인 10번, 11번 항목 해당 시 다른 질문 상관없이 알콜의존증 진단 치료 필요)

1. 자기 연민에 잘 빠지며 술로 인해 이를 해결하려 한다.
2. 혼자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3. 술 마신 다음날 해장술을 마신다.
4. 취기가 오르면 술을 계속 마시고 싶은 생각이 지배적이다.
5.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면 거의 참을 수 없다.
6. 최근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최장 6개월 내 2회 이상).
7.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술이 해로웠다고 느낀다.
8. 술로 인해 직업기능에 상당한 손상이 있다.
9. 술로 인해 배우자(보호자)가 나를 떠났거나 떠난다고 위협한다.
10. 술이 깨면 진땀, 손 떨림, 불안이나 좌절 혹은 불면을 경험한다.
11. 술이 깨면서 공포나 몸이 심하게 떨리는 것을 경험하거나 혹은 헛것을 보거나 헛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12. 술로 인해 생긴 문제로 치료받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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