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치인들은 크게 싸운 상대에게 통상 ‘존경하는’이란 말 붙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좌)와 박근혜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좌)와 박근혜 전 대통령(우).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도 대통령 하다 힘들 때 대구 서문시장을 갔다”고 발언했다가 그 진의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3일 전북 전주에서 ‘2030 청년들과의 쓴소리 경청 시간’ 토크콘서트 중 “5년 전 전북 익산 유세 때 지지자들이 이재명 연호하는 모습이 종교단체 같았는데 그런 것을 원하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원한다기보다 정치인들은 지지를 먹고 산다. 위축될 때 누가 이름을 연호해주면 자신감이 생기고 주름이 쫙 펴진다”며 대표적 사례로 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런 발언을 내놓기 불과 하루 전인 지난 2일만 해도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아무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으며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일축했던 만큼 그가 갑자기 상반된 입장을 보인 데 대해 보수층 표심까지 손을 뻗어보겠다는 외연 확장 전략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유권자 1000명에게 조사해 3일 나온 대선후보 지지도(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세가 강하고 보수의 아성으로 꼽혀온 대구·경북의 경우 이 후보 지지율이 2주 전 조사 때보다 19%P나 오른 28%로 나왔는데,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 지역에서 이 같은 지지율을 얻은 적은 한 번도 얻은 적이 없기 때문에 경북 출신인 이 후보가 보수정당의 지지기반을 한층 더 흔들어놓고자 이 같은 발언을 던진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다만 산토끼를 노리다 집토끼가 이탈할까 걱정해야 될 정도로 일부 여권 지지층은 이 후보의 해당 발언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런 여론을 진정시키고자 이 후보로부터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지명받은 적도 있었던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인이 정치적 견해가 전혀 다른 정치인에게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를 누르기 위한 것인 줄 알고 있다”고 대신 해명에 나선 바 있다.

특히 황씨는 “정치인이 국정농단으로 감옥에 가 있는 정치인에게 ‘존경하는’이란 수식어를 붙였다고 진짜로 존경하는 것인양 받아들이면 안 된다. 말귀를 전혀 못 알아듣는 상대를 앉혀놓고 말을 시작할 때 내뱉는 한숨과 비슷한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 후보 지지층에서도 예의상 내놓은 발언이라며 한 목소리로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 뿐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에서도 이번 논란을 방조할 수 없다는 듯 홍정민 대변인이 “정치인들은 크게 싸운 상대에 대해 통상 ‘존경하는’이란 말을 붙인다. ‘감옥 간 박근혜’ 이렇게 말하면 무례한 것 아닌가”라며 “그래서 일반적인 표현을 앞에 붙인 것 뿐이고 단순한 수사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만 이 후보가 지난 2일엔 “박정희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에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고 발언하는 등 ‘우향우’식 행보를 보여와 과연 이 같은 해명만으로 여권 지지층 내 논란이 진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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