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민주당, 文정부 비판·압박 거세져…불편한 靑, 자화자찬 나서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요동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권력보다 차기 권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내비치고 있어 결국 레임덕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문 대통령 대선 공약 물 건너가도 방조한 민주당

지난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군 당국이 제출한 경항공모함 착수 예산 72억원 중 단 7%에 불과한 5억원만 의결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겼는데, 101억원을 신청했던 지난해에도 100억원이나 깎인 채 달랑 1억원만 연구용역비로 배정된 바 있어 올해는 30%나 줄여 신청했지만 결국 국회 상임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실질적 사업 추진 가능성이 불투명해져버렸다.

예산 삭감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경항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고 비용 분석도 전혀 안 돼 있다. 주 장비를 포함하면 10조원까지 갈 사업인데 72억원을 넣어 전체를 돌이킬 수 없게 해선 안 된다”고 밝혔는데, 심지어 여당 소속인 설훈 민주당 의원조차 “덜 익은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 조건과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게 예결소위의 판단”이라고 야당 측과 한 목소리를 내 의외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는 경항모 사업이 단지 해군만 원해 추진된 게 아니라 문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에 힘입어 표면화된 사업이기 때문인데, 실제로 항모 건조는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으며 3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도 문 대통령은 “2033년 무렵 모습을 드러낼 3만톤급 경항모는 세계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 기술로 건조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고 국군의날 기념사에서도 경항모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렇기에 업체들도 추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일찍이 적극 나서서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 6월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와 신형 경항모 기술지원 및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내년부터 세부설계에 들어갈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현대중공업은 지난 8월에 영국 최신 항공모함인 ‘퀸 엘리자베스함’ 개발에 참여한 밥콕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지난달 19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도 경항모 기본설계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기본설계 입찰을 따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심지어 두 업체는 대략 경항모 설계 모형까지 만들어 지난달 ‘국제 조선 및 해양산업전’에 각각 내놓기도 했는데, 정작 2022년도 경항모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채 자료 수집 및 조사 등을 위한 비용으로 5억원만 배정돼 당장 최소 40억원이 투입되는 기본설계 사업은 업체들의 준비가 무색하게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의지를 보였던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기본설계 사업이 추진되기도 사실상 어려워진데다 당초 야당 국방위원들은 경항모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회의적 시각을 내비쳐왔기 때문인데, 더구나 여러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내년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까지 일어날 경우 사업 자체가 유야무야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아 사실상 이 같은 상황을 야기한 여당 의원들의 비협조적 자세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 與의 문 대통령과 거리두기, 높은 정권교체 여론 탓?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좌)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 시사포커스DB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좌)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민주당 의원들이 문 대통령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데에는 정권 재창출에 현 정부가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실제로 어느 조사기관에서 조사하든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게 나오고 있으며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평가도 40%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8~12일 전국 유권자 2522명에게 실시한 11월 2주차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결과(95%신뢰수준±2%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긍정평가는 전주보다 소폭 반등한 37.3%, 부정평가는 소폭 하락한 58.9%로 나왔지만 바로 전주까지만 해도 부정평가가 60%선을 넘어서고 긍정평가도 하락세를 탄 것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애써 자화자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밖에서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는 분들, 또 더 크게는 지지해주는 국민들의 덕이다. 부패 안 하고 권력의 단맛에 취하지 않고 오직 일만 하는 대통령이라 국민들이 그런 점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가 싶다”라며 “바르고 착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주주의 수준에서 이제는 성공한 대통령, 떠날 때 박수 받는 대통령이 나올 때 되지 않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 같은 호평과 자신감이 무색하게 선거중립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라는 야당의 요구에 대해선 이 수석은 “대통령에게 당적을 이탈하라는 것은 책임정치 관점에서 맞지 않고 책임 정치 차원에서는 대통령이 당적을 가져야 한다”며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 벌써부터 여당에서 이상 전조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자칫 문 대통령의 당적이 없는 경우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에선 차기 권력인 이재명 대선후보에 힘을 실어주면서 그를 위해 문 정부와의 충돌도 불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레임덕은 이미 가시화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그래선지 문 대통령도 대선을 100여일 앞둔 오는 21일 ‘국민과의 대화’라는 소통의 자리까지 마련해 여론 반전에 나서보려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그래선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년 정책 본격 추진을 위한 뼈대를 세우고 청년 정책을 제도화한 첫 정부”라고 주장하는 등 자화자찬을 이어가고 있는데, 급기야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15일 밤 페이스북에 “순방이나 국빈 방문 때 여사의 역할이 적지 않다. 지난해 수해 때 소리 소문없이 직원들 두셋만 데리고 자원봉사를 간 것이나 이런저런 사연 있는 분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거나 위로했다는 점, 그 공감력, 감정이입이 가장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면모”라고 김정숙 여사까지 치켜세우기에 이르렀다.

◆ 文과 거리 두는 게 유리? 정부 비판 나선 이재명과 민주당

(좌측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좌측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자체발광에 열을 올리는 청와대와 달리 민주당은 물론 이 후보 역시 문 정부 비판까지 불사하면서 차별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경쟁 중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한 채 지지율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이 후보는 전국민 방역지원금, 지역화폐 예산증액, 소상공인·자영업자 손실보상 확대를 비롯한 여러 지원책으로 반전을 노렸으나 문 정부에서 재정 사정을 들어 난색을 표하자 곧바로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 후보는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정책 결정집행자들이 따뜻한 방 안 책상에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정말로 멀게 느껴진다. 다수의 국민, 서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현장 감각도 없이 필요한 예산들을 삭감하는 것은 깊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직격했으며 문 정부의 청년정책에 대해서도 당 중앙선대위회의에서 “청년들의 문제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고통에 대해서 공감하고 개선은 못할지언정 공감하고 들어주려는 노력이라도 절실하게 했는지에 대해 저 자신이 최근 깊이 반성하고 아팠다”고 에둘러 문 정부에 대한 청년 민심이 이반된 상황을 꼬집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지난 14일 경남 거제 대우조선소에선 노조와의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는데, “(문 대통령이) 공공선박을 조기 발주하는 약속은 지켰지만 (노조가 원하는) 결과를 못 만든 데 대해선 책임을 묻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으며 그보다 앞선 지난 10일 관훈토론회에선 문 정부에 대해 “사회 경제 개혁 관련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쳤을 뿐 아니라 부동산 문제 같은 경우는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혹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민주당에서도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올해 세수초과액이 당초 7월에 정부가 예상했던 31조원보다 훨씬 많은 5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통계가 어긋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심각한 상황인데 의도가 있다면 국정조사 사안”이라고 홍 부총리를 압박한 데 이어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기재부 말만 믿었다가 코로나19 방역의 중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될 내년도 민생과 경제에 대한 정책 결정에 오판을 할 뻔했다. 기재부가 이렇게 많은 추가세수를 예측 못하고 그 예산을 국민께 돌려드리지 못하는 것은 추궁 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정부 압박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압박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일단 같은 날 오후 당정 갈등 아니냐는 지적에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당정청 관계에 대해 청와대와 후보간 관계에 여러 가지 추측이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청와대가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끼기는 했지만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16일 MBC라디오에 나와 “공은 국회로 넘어가 있으며 여야가 논의해야 한다. 청와대가 조정할 사안이 아니다. (홍 부총리 설득은) 순서상으로 그 다음”이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다만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의 의뢰로 전국 유권자 1009명에게 실시한 ‘이 후보 당선은 정권교체냐 재창출이냐’ 여론조사(95%신뢰수준±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정권교체란 답변은 23.2%에 그친 반면 정권재창출은 63%를 기록했을 정도로 이 후보가 차별화를 꾀해도 문 정부의 연장선상으로 비쳐지는 만큼 과도한 정부 비판은 오히려 여당 후보 스스로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를 의식한 듯 여당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17일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기재부를 겨냥해 국정조사도 가능하다고 압박한 윤 원내대표의 발언을 꼬집어 “지금은 문 대통령 임기가 몇 개월 안 남아있는데 이때 당정 갈등이 깊어지고 국정조사 운운하면 국민들이 깜짝 놀라고 불안할 것”이라며 “그냥 겁박하고 임기 말 정부니까 여당이 끌고 가겠다는 자세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는데, 그래선지 윤 원내대표는 17일 선대위 총괄본부장 회의에서 “야당 원내대표도 더 이상 ‘끼어들기’ 하지 말고 오늘이라도 대안을 들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공세방향을 야당으로 돌렸다.

아울러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정갈등 시각에 대해 “(이 후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민주정부 뜻과 취지를 계승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는데, 당장 이렇게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한다 해도 정권교체 여론이 계속 높게 유지되는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대선후보와 현 정부 간 불협화음은 언제든 재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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