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 우려 표명한지 하루 만에 “우리 재정 탄탄해” 번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시사포커스TV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국회 예결위에서 추가경정 예산안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시사포커스TV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국고가 비어간다며 확장 재정 기조에 우려를 표명한지 불과 하루 만에 번복해 빈축을 사고 있다.

홍 부총리는 앞서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한 가운데 “곳간에 곡식을 쌓아두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의원님은 지금 쌓아두고 있다고 그러는데, 제가 보기엔 비어가고 있다”고 반박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내년 국가채무는 최초로 1000조원을 넘어서게 되는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래 400조원이나 늘어난 끝에 이런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이 추세대로면 지난해 말 2267만원이었던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가 오는 2038년엔 1억 502만원을 기록하고, 2047년에는 2억 1046만원, 2052년에는 3억 705만원을 기록할 것으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망했다.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35.9%선을 유지했지만 2019년에 27.7%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대응 등을 이유로 국가채무가 124조원 이상 급증해 재정건전성 마지노선인 40%를 돌파했고 기획재정부 역시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인한 국가채무 증가로 올해엔 국가채무비율이 47.2%까지 상승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같은 국가채무증가 속도에 지난 7월 22일엔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조차 우리나라의 국가채무 급증을 한국경제의 잠재 위험요소로 꼽았는데, 홍 부총리도 이를 일찍이 예상한 듯 지난해 6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국가채무 1000조원 도달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묻는 민주당 김주영 의원의 질의에 “중기재정규모로 보면 지금이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800조원대니까 3년 뒤라면 1000조원대까지 갈 수도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홍 부총리는 올해 1월 22일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자국채 발행이 올해 약 93.5조원, 내년에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라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닌 만큼 재정상황과 재정여건을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는데, 이 같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2022년 예산마저 사상 최대 규모인 604조원대 슈퍼 예산으로 편성하자 확장 재정 기조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재차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6월 29일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리도 “내년(2021년)까지는 지금처럼 갈 수 있겠는데 그 이후는 지금처럼 가기에는 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밝힌 바 있지만 고 의원에 이어 7일엔 김한정 민주당 의원까지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에서 “한국 재정 사정을 곳간이 비어간다고 발언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진의가 무엇이냐. 대한민국 경제가 쌀독 경제냐”라며 홍 부총리 압박에 나섰다.

결국 홍 부총리는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던 자신의 발언과 관련 “국내총생산 대비 채무가 늘어나는 속도가 빨라 이를 우려하는 대내외 시각이 많아 그런 측면을 같이 경계하면서 재정이 제 역할을 해야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 “국가채무가 최근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총생산 대비 수준은 선진국의 절반도 안 된다. 그것(곳간이 비어간다는 발언)에 대해 고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이처럼 오락가락하는 홍 부총리의 태도에 국민의힘 대선후보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홍 부총리는 ‘나라 곳간이 비어가고 있다’며 재정 건전성 개선 시점을 2023년으로 못 박고 다음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돈 쓸 때는 신나게 쓰고 유체이탈 화법으로 면피성 발언이나 하는 무책임함과 나라 살림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모르는 여당 의원이 만나 나랏빚 1000조가 완성됐다”며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별명을 가진 경제수장이란 것이 스스로 부끄럽지 않나. 문재인 정부의 경제수장으로서 홍 부총리도 나랏빚 1000조에 대한 책임을 단단히 져야 할 것”이라고 홍 부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박진 의원도 8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경제부총리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인데 말이 계속 바뀐다. 국가채무 방치하고 방만한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재정에 해악을 끼치고 여당에서 밀어붙이면 양보만 한다”며 “언론에선 홍 부총리를 두고 홍백기라고 한다. 악화일로로 치닫는 재정에 대해 왜 고민이 없나”라고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박 의원을 향해 “늘어나는 국가채무 문제로 재정준칙 도입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1년간 논의가 없었다. 안타깝다”고 답변하면서 국회로 공을 넘겼는데, 재정준칙은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 관리하는 규범으로 기재부가 지난해 10월 국가채무비율은 60%, 통합재정수지는 –3%를 기준으로 한 한국형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했고 12월엔 국가재정법 개정안까지 발의되긴 했으나 그 이후 국회에서 한 차례도 공식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인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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